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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과 연결되는 논문입니다. 논문 작성 과정은 좀 다른데요. 이전 논문은 기업 내 매뉴얼 작성자 워크숍을 통해 얻은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면 이번 논문은 14종의 매뉴얼을 선정하고 9개월 동안 3명의 감수자가 이를 감수하고 매뉴얼 작성팀과 세미나를 통해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아마 감수 과정의 리포트는 해당 기업에 제출되었을 것이고 이 논문에서는 그중 몇 가지 사례를 정리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022.01.20 - [테크니컬 라이팅] - 논문 살펴보기 - 전자 제품 사용 설명서 텍스트 분석 (남경완)

 

논문은 KCI에서 원문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731364 

 

배달말학회에서도 자료를 볼 수 있는데 아직 논문이 실린 68호(2021년 8월)는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2021년 5월 이후에는 업데이트가 안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배달말학회는 1975년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https://badalmal.scholarweb.kr:442/

 

이제 논문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본고에서는 전자 제품의 사용 설명서에 나타나는 어휘의 사용 양상을 어휘의 선택과 배열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어휘의 의미관계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과 정보 내용을 체계적으로 범주화하는 것이 전자 제품의 사용 설명서 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논문 제목처럼 사용 설명서의 여러 요소 중에서 어휘의 선택과 배열을 살펴보고 그 사례를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이전 논문에서는 문장 표현이나 텍스트 구조도 살펴본 것에 비하면 주제는 한정적이지만 더 깊이 살펴보고 있습니다.

 

비슷한 어휘 선택 (저장, 보관)

"‘얼음 저장통’과 ‘얼음 보관통’이라는 명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의 특성과 함께 ‘저장’과 ‘보관’이라는 어휘의 의미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저장’이 ‘보관’에 비해 좀 더 오랜 기간을 나타낸다는 의미적 차이에 주목한다면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사용되는 얼음의 경우 ‘보관’이 좀 더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저장"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첫 번째 설명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다릅니다. 

 

세 번째 설명까지 가야 처음에 생각했던 의미가 등장합니다. 설명의 순서가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기본이 되는 의미가 앞 쪽에 제시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새로 추가된 의미나 바뀐 의미 등은 뒤 쪽에 덧붙여지기 때문에 앞 쪽의 번호에 있는 의미는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의미로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1」~「3」’등도 그 순서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기본 의미가 앞 쪽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다의어의 의미는 기본적으로는 문형별로 제시한 것입니다. 다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다의어의 의미 배열 기준을 정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것은 하나의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 아니라, 기본 의미와 의미가 발생한 순서, 쓰임의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41696

 

참고로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貯藏"을 1번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설명에서도 기본 의미 외에 자료 보존의 의미를 추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이야기가 다른 길로 빠졌는데 다시 "저장"과 "보관"으로 돌아와서 "보관"의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두 단어의 의미를 다시 정리해보죠.

저장: 물건이나 재화 따위를 모아서 간수함.
보관: 물건을 맡아서 간직하고 관리함

저장은 물건이나 재화를 모으는 주체가 스스로입니다. 하지만 보관은 누군가의 의뢰로 물건을 받아서 관리해주는 거죠. 사전적인 의미에서 "기간"에 대한 차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본문에서는 "일반적으로 ‘저장’이 ‘보관’에 비해 좀 더 오랜 기간을 나타낸다는 의미적 차이"를 언급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실제 사용에서 그 사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자료가 없습니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의 설치·정기·수시검사 및 안전진단의 방법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저장 시설"과 "보관 시설"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장"과 "보관"의 차이점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용어 설명 중 "저장 탱크"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있네요.

"저장탱크"라 함은 유해화학물질을 입ㆍ출하(단위공장을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의 목적으로 지상 또는 지하에 고정 설치 한 탱크를 말한다. 

별지 내용을 비교해보면 저장 시설 및 설비는 저장탱크(설비)와 저장탱크를 보관하는 장소(시설)에 대한 내용이고 보관 시설 및 설비는 유해화학물질을 보관하는 장소(시설)에 대한 설명만 나와있습니다. 저장은 필요에 따라 꺼내 쓸 수 있지만 보관은 장기간 보관하는 용도이기 때문에 기간의 의미가 아주 없지는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냉장고에서 사용하는 얼음트레이는 얼음을 장기간 보관하는 용도가 아니라 얼음을 만들고 수시로 꺼내 쓰는 용도입니다. 저장탱크와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죠. 그렇다면 "보관"보다는 "저장"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이 글은 논문을 살펴보는 글인데 갑자기 논문에 대한 반론이 되어버렸네요 ㅠㅠ).

 

뭐 하여간 비슷한 어휘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 사용자가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비슷한 어휘 선택 (동작, 작동)

"위 예에서처럼 ‘동작’이라는 단어는 전자 제품의 사용 설명서에서 매우 빈번하게 등장한다. 전자 제품은 여러 기능이 계속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어떤 움직임이나 상태를 표현하는 설명이 많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동작’이 인간이나 동물의 주체적인 움직임을 뜻하는 의미가 강한 데 반해 ‘작동’은 대상물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따라서 어떤 제품의 수행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라면 ‘작동’이 좀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역시 비슷한 어휘지만 문장 내에서 주체가 무엇인지에 따라 다르게 사용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아도 "동작"은 주로 사람, 동물에 해당하고 "작동"은 기계 따위에 해당합니다.

동작(動作): 몸이나 손발 따위를 움직임. 또는 그런 모양.
- 유도 선수는 업어치기 동작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 그 남자는 각개 전투의 ‘약진 앞으로’ 동작으로 담을 타고 달려가 위쪽 골목으로 사라졌다.
작동(作動): 기계 따위가 작용을 받아 움직임. 또는 기계 따위를 움직이게 함.
- 엔진이 작동을 멈추다.
- 기계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용(특히 기술 문서)에서는 동작과 작동의 구분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https://developers.kakao.com/docs
https://developers.worksmobile.com/kr/document
https://developer.mozilla.org/ko/

 

MDN 문서의 경우 주로 영문 번역이기 때문에 "동작"이라는 단어가 어떤 경우에 사용되었는지 살펴봤습니다.

How the Web works -> 웹의 동작 방식
how Block and Inline elements behave -> 블록 및 인라인 요소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The behavior of elements -> 요소의 동작

 

behavior라는 단어는 "the way something (such as a machine or substance) moves, functions, or reacts"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기술 문서에서도 사용할 수 있겠죠. work라는 단어 역시 "to perform or operate in the correct way"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국어사전의 해석을 따른다면 "동작"이 아니라 "작동"이 적절한 사용일 듯합니다.

 

하지만 "동작"이라는 표현은 이미 표준에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동작"이 틀린 표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정보통신용어 사전에서 검색 결과만 보더라도 "동작"이 "작동"보다 더 많이 사용되고 있죠.

어느 용어가 맞다고 하기보다는 문서 내에서 일관성 있게 사용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더 중요할 듯싶네요. 특히 사용자의 행위(동작)가 개입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제품의 작동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라면 이를 구분해서 사용해야겠죠.

 

http://word.tta.or.kr/

 

새로운 용어

"전통적인 스위치나 버튼으로 단순하게 on/off의 기능만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누르다’를 서술어로 사용하겠지만, 터치 패드의 경우에서는 새로운 서술어가 필요하다. 특정 기능 아이콘을 터치하기(누르기) 이전에 해당 아이콘이 들어 있는 부분으로 화면 자체를 옮겨야 하고, 그 과정에서는 좌우, 상하로의 방향 이동이 포함되어 그에 적절한 서술어 조합을 선택하여야만 한다."

 

화면 스와이프(Swipe) 동작에 대한 설명입니다. 일반적으로 "화면 밀기" 같은 표현을 사용합니다. 본문에서는 좌우는 "밀기"가 적당하지만 상하는 "올리다", "내리다"가 적절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 동작에서도 현재 보이는 화면을 위로 올리고 아래에 있던 화면이 올라오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올리다", "내리다"를 사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문서 내에서 일관성을 가져야 하죠.

 

http://webmanual.kia.com

TTA 표준에서는 "밀기"가 아니라 "쓸기"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어휘를 선택하고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습니다. 일관성 있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보다 그 의미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선택한 용어를 일관성 있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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