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TV를 보다가 핸썸가이즈라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원래 다양한 문화를 주제로 여행을 하는 예능인 듯한데, 이번 주 주제는 우리술이었습니다. 그중에서 나주 동동주(아마 정고집 옛날 동동주)를 시음하면서 동동주와 관련된 퀴즈를 풉니다.
동동주를 한자로 부의주(浮蟻酒)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蟻"가 어떤 의미인지 맞추는 것입니다. 아마 제작진의 의도는 이 한자는 알기 어려우니 동동주의 이미지를 보고 맞추라는 것 같은데... 게스트로 출연한 추성훈이 한자의 의미를 알고 답을 그냥 맞혀 버립니다.
추성훈은 1975년생으로 그 당시에는 일본에서 지금보다 한자 교육이 많았다고 합니다. "蟻"라는 한자가 초등 교육 과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중학교 이후 과정에서 보고 익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죠. 일본에서도 "蟻"라는 한자보다는 히라가나 "あり"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대부분 책에서도 그냥 "あり"로 표현합니다.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엔딩곡으로 유명한 개미송에서도 "あり"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마 20대 일본인이었다면 모를 수도 있습니다. 추성훈이 어느 정도 나이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죠.
뭐 하여간 그거와 상관없이 동동주에서 떠있는 밥알을 "개미"로 묘사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는데, 갑자기 저 영상을 보고 있으니 정말 저 사람들은 저걸 보고 개미라고 생각했을까 싶더군요. 그래서 몇몇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우리 고전 중에 암서집(巖棲集)에 실린 시 일부입니다. 그리고 부산대학교에서 번역한 표현입니다.
蟻浮春瓮唇霑綠 술동이 속 거품 뜬 술로 입술을 적시고
여기에는 주석을 달아놓았는데요.
거품 뜬 술 : 술이 익을 무렵 쌀알만한 녹색 기포가 생기는데 그 모양이 마치 개미가 기어가는 것 같아 이를 술개미라고 하고 그 술을 부의주(浮蟻酒) 또는 녹의주(綠蟻酒)라고 한다.
실제 쌀알이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술이 익으면서 생기는 기포의 움직임이 마치 개미같아보인다고 해서 " 蟻浮"라는 표현을 썼다고 합니다.
조선 왕조 실록에서도 다음과 같은 언급이 있습니다.
본조(本朝)에서 종묘(宗廟)ㆍ사직(社稷) 제사에 범제(泛齊)ㆍ예제(醴齊)ㆍ앙제(盎齊)ㆍ제제(緹齊)ㆍ침제(沈齊)를 모주 청주(淸酒)로 대신하는데, 《문헌통고(文獻通考)》에 이르기를, ‘《예경(禮經)》에 상고하면 오제(五齊)는 지금의 배주(配酒)인데, 그 제(齊)가 겨울에는 25일, 봄ㆍ가을에는 15일, 여름에는 10일이 되면 항아리[甕]에서 발배(撥醅)하여 부의(浮蟻)가 배면(醅面)에 솟아오르는데, 지금 그것을 발배(撥醅)라고 이르니, 그것이 이른바 범제(泛齊)인가?
여기서 撥醅(발배)는 술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고형물을 처리하는 단계라고 합니다. 거품이 올라오면 이를 걷어내거나 젓는 작업입니다.
때문에 동동주를 표현할 때 쓰는 부의주와 고전 문헌에서 표현하는 "浮蟻"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부의주는 술을 빚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밥알이 올라오기 보다는 인위적으로 술이 익고 나서 밥알을 추가하는 작업이 주입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맑게 된 후에 재강에 밥풀(酒醅)을 조금 워 쓰면 모양이 개얌이 거와 갓고 맛이 달고
맑게 된 후에 재강[술지게미]의 밥풀[酒醅]을 조금 띄워 쓰면 모양이 개미가 뜬 것 같고 맛이 달고
* 원래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문해력이니 뭐니 해도 한자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가 크다라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부의주가 정말 밥알 이야기인가 궁금해져서 옆으로 빠졌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