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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블로그

김훈 작가가 안중근 이야기를 쓰기까지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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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김훈 작가의 새로운 책 '하얼빈'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최근 단편소설집 '저만큼 멀리서'가 나오고 나서 바로 장편이 나오는 모양새라 좋기도 한데 이런 건 좀 미리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그래서 이전 인터뷰나 관련 기사에서 이 책을 쓰기 위한 준비에 대해 살펴봅니다.

 

2002년 2월

오효진의 인간탐험「칼의 노래」金薰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200202100070 

-  忠武公에 대한 재해석이 「칼의 노래」로 나타났는데, 우리의 역사적 인물 가운데 그렇게 해석해 보고 싶은 인물은?
- 安重根과 于勒을 한번 해 보고 싶어요. 안중근은 무기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사람이고, 우륵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를 완성한 사람이지요. 그러나 둘 다 남아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안중근의 작품은 이토(伊藤博文)의 몸에 박힌 총구멍인데 다 썩어 없어졌을 것이고, 우륵의 악기도 작품도 남아 있는 게 없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두 분의 생애에 대해 지금 공부하고 있어요.

 

2003년 9월

김훈이 한겨레를 떠난 이유

2003년 권태호 기자가 한겨레 신문 블로그에 올린 글이라고 하는데 원문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꽤 많은 곳에 스크랩되어 있어 해당 글을 가져왔습니다.

김 선배는 요즘 이순신을 떠나 안중근에 푹 빠져 있습니다. 역시 기자 출신답게 안중근을 이야기하면서도 이토 히로부미가 애초 역을 떠나 몇 번째 역에서 내렸고, 그때 객차 수는 몇 개였는데 이토 히로부미는 앞에서 몇 번째 객차에서 내렸고, 그때 역사에서 안중근의 위치는 어디에 있었고 등 세세한 팩트 하나하나까지, 안중근의 미세한 숨결까지 읊고 있습니다. ‘안중근’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 ‘그래, 맞아. 김 선배가 흠모할만한 또다른 사람, 이순신을 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번득 들었습니다. 아마 내년쯤에는 소설 <총의 노래>가 나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2007년 11월

[일촌맺기] ‘칼의 노래’·'남한산성' 작가 김훈

http://times.postech.ac.kr/news/articleView.html?idxno=3558 

- 안중근을 소재로 소설을 계획 중이라고 하는데
- 안중근은 테러리즘을 완성한 인물이다. 그는 총이 이렇게도 아름답게 쓰일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 안중근에 대해서는 그릴 수 있다. 어려운 점은 이토 히로부미를 그리는 것이다. 이토를 한국과 일본 양쪽의 관점에서 그려 나가면서, 안중근에게 살인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그래도 언젠가는 쓰고 싶다.

 

2008년 3월

김훈은 왜 소설 '안중근'을 못 쓰나

https://nsearch.chosun.com/article.html?id=2008033000911 

조선일보 컬럼은 맞는데 원문 위치가 좀 애매하네요. 하여간 뭐.

같은 내용이 안중근평화신문에도 실려 있습니다.

http://www.danji12.com/87

하지만 그는 소설 안중근을 아직 쓰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안중근은 대한제국 군인의 신분으로서 적장(敵將)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 안중근을 소설로 쓰려면,이토의 내면에 대해서도 써야 그 두 사람의 전투를 제대로 조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근대화를 주도한 이토의 생과 내면에 대한 내 공부가 너무 부족하다.

 

2009년 11월

계간 문학동네 2009년 겨울호

나는 황현의 "매천야록"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놀라운 감동을 주데. 난세를 사실적으로 기록한 글이에요. 문체가 너무 매혹적이었어요. 그런 문체를 가지고 일상의 구체성을 기록하고 싶어요.
안중근이 이토를 쏜 그 다음날 서울엔 어떤 풍경이 벌어졌나, 온 지식인들이 모여서 이토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고 그러고 통곡을 하고 어떻게 일본에 사죄할까를 의논했다, 냉혹하게 그런 식으로 당대를 고통스럽게 기록을 했더라고. 그리고 궁중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그렇게 써놨어요. 동학도에 대해서는 동학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규율이 없고 문란하고 폭민에 가까운지 묘사해놨어요. 아니 그런 면도 있었을 것 아니야. 민주화와 자유화를 위해 봉기한 군대라고만 볼 순 없는 거잖아요. 황현은 들여다보고 있는 거예요. 그 사람은 정말 냉혹한 관찰자의 시선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런 점이 좋았어요. 문정수지.

 

2010년 12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는 훌륭한 책이 아니지만…” - 『내 젊은 날의 숲』 김훈

http://ch.yes24.com/Article/View/16834

- 앞으로 쓸 작품은 뭔가.
- “그건 영업상 비밀에 속하는 건데… (웃음) 대충만 말하자면, 청춘의 절정에 관한 것이다. 원효와 의상, 두 사람이 18살 때 당나라에 함께 가려고 하다가 의상만 당나라로 간다. 원효는 다시 경주로 돌아가는데, 알다시피 새벽에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고 나서다. 그날이, 그들 청춘의 가장 빛나는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둘은 정반대의 길을 간다. 그런 청춘 말이다.
안중근 의사는 31살에 죽었는데, 전해 이토 히로부미를 쐈던 아름다움이 있었다. 새로운 세계. 죽음을 무릎 쓰고 들어간 세계. 그런 청춘의 빛나는 대목을 들여다보고 있다. 어떻게 소설로 엮을지는 말 못하겠지만.”

 

2017년 4월

이토 히로부미 쏜 안중근 의사 권총 찾는 게 꿈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478185

왜 안중근일까. 김훈의 버킷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목록)에서 별표가 쳐진 항목은 안중근의 의거와 관련 있다. 안 의사가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 사살했을 때 썼던 권총을 되찾는 것이 그의 꿈이다. 김훈은 “분명 일본 어딘가, 안 의사의 권총이 보관돼 있을 것”이라며 언젠가 그 권총을 찾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만방에 이름을 떨친 장부의 의거를 이루게 해준 그 권총을 추적하는 여정은 아마도 또 한 편의 소설이 되지 않을까.

 

2019년 4월

연필로 쓰기 / 김훈 / 문학동네

서울↔신의주

하얼빈역은 안중근이 이토를 쏘아 죽이기에 가장 걸맞는 시대적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고, 이토 또한 총 맞아 죽기에 나쁘지 않은 장소였다. 나는 이토가 잠자다가 침실에서 당하거나, 기생집에서 놀다가 당하거나 자신을 배반한 부하에게 당한 쪽보다는 동청철도 하얼빈역에서 실탄 7발만을 지닌 조선 청년에게 당한 죽음이 그의 명에에 다소 기여한 바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2020년 7월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김훈 "인간의 시비(是非)는 끝이 없어... 나는 더 친절해지려 한다"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4/2020070400190.html

문득 작업실 벽에 걸려 있는 안중근 의사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사형되기 몇 시간 전에 어머니가 지어준 한복을 입고 찍은 모습이었다. "32살의 안중근이에요. 할 일을 다 하고 떠나는 32살 청년의 얼굴이죠. 잡혔을 때는 초조한 기색이 있었는데, 저 얼굴은 편안해요. 자기 몸으로 직접 악을 응징하고 간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에요.

 

2022년 8월

하얼빈 / 김훈 / 문학동네

한국 청년 안중근은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있었다. 그의 대의는 ‘동양 평화’였고, 그가 확보한 물리력은 권총 한 자루였다. 실탄 일곱 발이 쟁여진 탄창 한 개, 그리고 ‘강제로 빌린(혹은 빼앗은)’ 여비 백 루블이 전부였다. 그때 그는 서른한 살의 청춘이었다.

안중근을 그의 시대 안에 가두어놓을 수는 없다. ‘무직’이며 ‘포수’인 안중근은 약육강식하는 인간세의 운명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다. 안중근은 말하고 또 말한다. 안중근의 총은 그의 말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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