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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니컬 라이팅

차출과 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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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차출"과 "착출"은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착출"이 없는 단어도 아닙니다.

 

메신저로 대화를 하다가 "착출 되었답니다"라는 표현을 쓰고 나서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착출"이라는 단어는 없고 "차출"이 맞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신문기사에서도 "착출"이라는 표현을 간혹 쓰는 걸 보면 많이 틀리는 표현인가 봅니다.

그런데 국립국어원 답변이 좀 애매합니다. 착출이 맞는지 물어보는 질문에 한자 표현일 수도 있다는 답변을 남기더군요. 보통 오타라고 판단되면 "차출의 오타입니다"라는 식으로 답변을 달아주는데 말이죠.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국어사전뿐 아니라 한자사전에서도 "착출"은 보이지 않습니다. 일본어 사전에는 표현이 있긴 한데, 좀 다른 의미인 듯하네요.

 

하지만 한국 고전 종합 DB에서 "착출"을 찾아보면 실록에서도 그 표현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자로는 "錯出"을 사용합니다. 해당 한자로 다시 검색해보면 256건의 검색 결과가 나옵니다.

세종실록 18년의 기록을 보면 아래와 같이 국역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 그 해의 풍흉과 재해의 유무를 시찰하여 참작해 등급을 작정하고는 교지를 얻어 조세를 정하게 하고, 이에 다시 착출(錯出)하는 법을 쓰면 일국의 인민이 고루 성은을 입게 될 것이며...

 

錯은 "어긋날 착"입니다. 착각(錯覺), 착시(錯視)이라는 단어에 사용합니다.

"차출"이 아니라 "착출"이라고 쓴 것을 보면 선조들도 기록 과정에서 오타가 났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찾아보니 "간착(間錯)"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간착은 "규정된 액수보다 줄여서 거두는 일"이라고 합니다. "착(錯)"이 "일정한 수량에서 줄어서 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참고: dh.aks.ac.kr/sillokwiki/index.php/%EA%B0%84%EC%B0%A9(%E9%96%93%E9%8C%AF)

 

오. 그렇다면 "착출"이라는 표현이 잘못 쓴 것이 아니군요. 세종실록에 쓴 표현은 세금을 일정 부분 감면해주었다는 내용입니다.

 

자. 그럼 다시 결론으로

"차출"과 "착출"은 같은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착출"이 없는 단어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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