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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스즈키 선생님 2] 불안한 기운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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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선생님 2 - 8점
다케토미 겐지 지음, 오주원 옮김/세미콜론

일단 표지부터가 불안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제목만 가리고 보면 무슨 공포 장르 만화가 아닌가 생각할 정도입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인기투표'입니다. 문화적인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민감한 문제인듯합니다. 


...인기 투표인데 그냥 봐 줘도 괜찮지 않을까요? 귀엽잖아요.

귀여운 수준인지 아닌지만 확인할 수 있다면...

오카다 선생님이 부임하시기 전에 엄청 악랄한 인기 투표가 있었거든요! 젊은 선생님 한 분이 그만두셨어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1편에서는 그냥 좀 설레발치는 모습으로 그려졌던 야마자키 선생님이 인기투표 결과 때문에 감정이 폭발하고 권고사직에 이르고 맙니다. 1편에서도 약간의 암시가 있긴 했지만 감초 역할이 아닐까 싶었는데 이렇게 2편에서 날려버리는군요. 그렇다고 뭔가 해결된 것은 아니가 스즈키 선생님의 고민은 더 깊어갑니다.


...심하게 지치고 더 나아가 현실에서 치유할 방법이 없을 때 어떤 사람은... 번잡한 인간관계가 없는 따스함을 찾아 거리로 나서곤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공상 속에서 우상을 추구하는 것을 자신에게 허락한다. 마음의 틈새를 찌르듯 오가와 병이 재발해... 가슴 속에 똬리를 틀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점심시간'은 다음 편으로 이어질 뭔가 불온한 분위기를 설명하는 장입니다. 학교를 찾아온 졸업생 시라이는 불량했던 졸업생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스즈키 선생님은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합니다.


...부디 한마디만이라도 떠오르길 바랐지만... 그의 마음을 바꿀 만한 한마디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말로써 이해시킬 때까지 설득할 그런 시간은 여기를 졸업한 녀석과 나의 사이에... 이젠 없다. 녀석이 지금 가지게 된 세계관은 나와는 이제 너무 멀어져 버렸다...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우연히 전근 간 세키 선생님을 만납니다. 오가와라는 끈으로 이어진 관계입니다. 헤어지기 전에 세키 선생님이 던지는 한 마디는 스즈키 선생님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듭니다.


...오가와 같은 애는 말이죠... 어딜 가든지 남자에게 인기가 많은 법이죠.

어떤 남자에게 인기가 많은지 알아요?!

'...다른 남자들은 건강하고 밝은 여자애나 조금 날라리같은 여자를 좋아하지만 나는 달라!'

'수수하고 어두워서 아무도 모르지만 나만은 그녀의 장점을 알아!'

그런 식으로 착각하는 남자가...

실은 썩을 만큼 잔뜩... 재수 없게 몰래 그녀를 연모하거나 한다고요.

선생님도 그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뿐!

정말 창피하다니까...



네 번째 에피소드는 3편으로 이어집니다. 오가와를 둘러싼 학생들의 갈등에 모호하게 스즈키 선생님이 얹어있는 상황이라~ 사랑의 태풍이라는 제목이 딱 어울립니다.


...이렇게 복잡하게 꼬이다니...!

신중하고 적절하게 매듭 하나하나를 풀지 않으면...

예상치도 못했던 방향으로 폭발해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학생들에게 남길 수도...?!


* 2편에는 저자 본인이 영향을 받은 작가나 작품에 관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후지코 후지오, 데즈카 오사무, 마쓰모토 레이지, 이시노모로 쇼타로의 작품을 접하고 초등학교 3학년 무렵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는 시라토 산페이, 무라노 모리비, 나가시마 신지, 쓰게 요시하루 등의 이색 작품을 접했다고 하네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시가 나오야, 요코미쓰 리이치, 모리 오가이 등의 근대 문학을 접했고

27세가 되면서 도스토옙스키, 가와바타 야스나리 등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현대 연극의 세계를 만나며 하이네 뮐러,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과 무대 활동에 강한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일단 가장 마지막 영향을 받은 것은 연극적인 연출입니다. 스즈키 선생님 역시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 내에서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치밀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마도 연극의 영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이네 뮐러는 구 동독 출신으로 역사와 사회의 어두운 뒷면을 철저하게 비판하면서 역사발전을 진지하게 논의한 극작가이며 사무엘 베케트는 '고도를 기다리며'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부조리극 작가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영화나 드라마로는 만들어졌는데 연극으로 각색해도 신선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네요.


* 이 글은 출판사 세미콜론에서 모집한 '스즈키 선생님' 출간기념 서평단에 참여해 작성했습니다. 

서평을 작성하기 위한 도서는 출판사 세미콜론에서 지원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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