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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지금은 물어볼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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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6점
이오덕.권정생 지음/양철북

이 책을 구입하고 나서 다음 주부터인가 자필 편지지를 편집한 미니북을 부록으로 주는 이벤트가 진행되어서 무척 속상했던 책입니다. 사실 권정생 선생님의 책은 나이가 들어서 아이들 볼때 같이 읽어보았을 뿐 어린 시절에는 전혀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국내 작가의 책보다는 해외 전집류가 유행하던 때였거든요. 국내 작가의 책은 주로 반공도서나 찾아볼 수 있었구요.


그래서인지 작품에 대한 추억은 없지만 편지글을 통해 두 분의 만남부터 헤어짐까지 모든 과정을 시시콜콜하게 지켜보는 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뭔가 감동적입니다. 권선생님은 편지글이 공개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으셨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한길사를 통해 출판이 되었습니다. 제목은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이었네요. 하지만 이 책은 출판 직후 계약 등의 문제로 판매 중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http://blog.aladin.co.kr/hbooks/6684556


...이곳 요양원에서 제가 가장 깊이 느낀 것은 인간은 누구나 다 한 형제라는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한솥의 밥을 먹으며 함께 자고 일어나는 환자들의 생활이야말로 그대로 공동체입니다.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는 길, 그리고 인간이 고루고루 잘 살려면, 많이 벌어 남을 돕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이 적게 가지는 길이 가장 현명한 짓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앉아서 함께 먹는 식탁은 네 사람입니다. 한가운데 놓인 반찬을 서로 아끼면서 먹다 보면 언제나 남게 마련입니다. 그렇게 남는 반찬은 똘래라는 개가 먹습니다. 필요 이외의 것은 절대 가지지 않을 때, 헐벗고 굶주르는 사람이 없어질 것입니다.

각 곳에서 모여든 환자들의 형편은 전에 뵙고 말씀드렸지만, 거의가 빼앗기면서 생활한 밑바닥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생활을 유지해 가려면 많이 갖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각 사람의 마음 깊이 새겨져야 할 것입니다.

과잉생산이란 과잉 소유욕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지, 절대 고루고루 잘살기 위한 방법이 아닙니다. 인간이 도대체 '생산'을 한다는 것이 잘못된 말일 것입니다. 생산은 어디까지나 자연이 만들어 낸 소산이며 인간은 다만 수확을 하는 것뿐입니다. 이 수확의 공정성에서 벗어나 많이 갖게 되면 그것은 도둑이며 강도가 되는 것입니다. 도대체 많이 가져도 된다는 권리는 누가 베풀어 준 것입니까? 하느님이 이 지구를 한자리에 고정시키지 않고 움직여 돌게 한 것은 고루고루 가지게 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요인이 바로 많이 갖는 과잉 송유 때문인 것입니다. 내가 한 그릇 이상의 밥을 먹으면 다른 한 사람의 몱은 그만큼 줄어드는 것입니다. 내가 넓은 토지를 소유할 때, 내가 큰 집을 가지게 될 때, 내 이웃은 그 만큼 좁은 곳으로 쫓겨나야 하는 것입니다.

생산이라는 것, 소유라는 것, 그리고 내 것을 나눠 준다는 자선이란 말들이 쓸데없는 빈말인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 그것을 정당화하면서 살아온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가진 것을 '준다고' 하지 말고, '되돌려 준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생산한다는 말은 아예 버리고 '받는다'는 말이 옳겠지요...


중간중간 책을 출판하고 원고료를 정산하는 등 사소한 이야기가 많지만 숨겨져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배울 것이 많습니다. 빨리 읽으려 하지 말고 천천히 선생님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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