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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빵의 역사] 밥의 역사로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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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역사 - 10점
하인리히 야콥 지음, 곽명단.임지원 옮김/우물이있는집

그냥 빵이 어떤 유래로 만들어졌는지 알고 싶었을 뿐인데 이런 엄청난 책을 접해버렸네요. 저자의 책이 국내에 번역 소개된 것은 <빵의 역사> 그리고 <커피의 역사> 입니다.

먼저 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처럼 그냥 기호식품으로 생각한다면 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아마도 서양문명에 있어서 빵이라는 것은 생존 그 자체이며 문화의 기반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저자가 알게 된 지식의 10분의 1밖에 담지 못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은 단순히 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문명의 진화 그 자체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세이후 빵의 역사는 최후의 만찬과 깊은 연관을 가집니다. 국내에서는 성경이 번역되었을때 빵 대신 떡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2000년에 대한성서공회 뉴스레터에 올려진 글을 보면 성경이 처음 번역되었을 당시 빵이라는 단어 조차 없었고 그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가 떡이었다고 합니다. 사실 의미상 주식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밥이 적절한 대역이었겠지만 그러면 전체적인 의미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어 떡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눈과 코끼리의 상아 - 언어의 정서적인 측면과 낱말의 선택

http://www.bskorea.or.kr/bskorea/pr/bibkorea/bibkor_read.aspx?idx=246


그래서 무교병(http://en.wikipedia.org/wiki/Matzo)에 대해서도 잘 이해를 못하는 이유가 문화적인 배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누룩이 있는 떡'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따지고보면 증편(술떡)을 이야기하는 건데 오히려 증편이 다른 떡보다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려운 개념이 되어버립니다.


하여간 이 책은 단지 빵에 대한 궁금증으로 보기에는 너무 넓은 범위와 배경지식을 다룹니다. 어느 정도 세계사에 대해 이해를 배경으로 하고 다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 책이 처음 소개된 것은 1944년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970년 다시 복간되었다가 1997년 린 앨리에 의해 다시 출판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2007년 다시 출판이 되었네요. 국내에는 개정판이 2002년 초판이 나오고 2005년 개정판이 나왔는데 아마 둘 다 1997년판을 기준으로 하고 있을 겁니다.

같은 책이라도 추천사 또는 서문(foreword)을 누가 쓰는지가 중요한가 봅니다. 표지에 작가의 이름과 함께 소개가 되고 있네요. 원서의 제목은 <Six Thousand Years of Bread: Its Holy and Unholy History> 입니다. 


* 아무래도 빵보다는 커피가 관심이 많은지 <커피의 역사>에 대한 책 이야기는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 비슷하게 빵의 역사를 다루지만 <양과자 세계사>는 빵 또는 양과자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본인 제빵전문가가 쓴 책이라 역사적인 고찰까지는 기대하기 힘들것 같지만 단편적인 빵 이야기는 오히려 많이 담겨져있을 것 같네요. 아마 처음 읽고 싶었던 책은 이 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저자는 유대인으로 나치 치하에서 수감되었다가 1939년 삼촌의 도움으로 미국으로 넘어와 이 책을 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20년 동안 4천권이 넘는 책을 참고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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