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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위한 낱말 에세이 - 8점
제라르 마종 지음, 전용희 옮김, 고효석 감수/펜연필독약


뭐 여전히 와인은 잘 모르고, 책으로 와인을 배우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은 와인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다른 책에서는 다루고 있지 않은 "실제는 이렇더라"라는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구요.


책을 시작하기 전에 하는 이야기가 멋있습니다. 왜 이런 책을 쓰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겠죠.

흙과 물과 바람과 해가 와인을 빚어낸다. 와인에는 그것이 생산된 지역의 풍미가 반드시 내재해 있어야 한다. 이는 내게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와인에 대한 이런 기본적인 개념조차 자주 왜곡되곤 한다. 개념의 문제는 많은 경우 언어의 문제라고 믿는다.


나머지 내용은 두고두고 참고할만 합니다. 교과서는 아니지만, 참고서처럼 활용하면 좋을 듯 합니다.

사실 어떤 와인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소비자들이 바로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맥주캔을 보면 가끔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가이드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와인도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떤 와인 생산자들은 과거와 현대(다행히도 모든 와인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의 와인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냉소적인 어조로 말하곤 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와인잔을 가볍게 돌려 산소와의 접촉을 늘려주라고 조언했지만, 요즘은 와인이 산소와 접촉하면 와인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와인잔을 돌리는 등 산화를 촉진하는 행동을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다른 술도 마찬가지입니다. 감미료가 들어간 우리술에 대한 고민도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죠.

마시기 쉬운 와인은 기다리는 걸 싫어하는 요즘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제조된 것으로, 순간적인 만족감을 주는 와인이라고 볼 수 있다.


무슨무슨 대회가 필요없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겁니다. 오히려 좀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지요. 수요미식회 같은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그런 점에 기여하고 있긴 하지만,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은 어쩔 수 없습니다.

와인에 조예가 깊지 않은 소비자 대부분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 와인을 구입해야 하는 경우 메달을 목에 건 와인을 선호한다. 메달이 와인의 수준을 공증하는 수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품질 보증서처럼 인식되고 있다. 메달은 그저 수많은 무명의 와인을 모아두고 그중에서 누가 일등인지를 구분해내는 것에 불과하다. 메달이란 권력의 승리를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현대화의 승리? 극대화된 과일향의 승리? 알코올과 오크향이 압도적인 와인의 승리?


기준 없이 스스로도 혼란스러움을 겪은 심사위원이 주는 메달의 가치는 딱 그 수준에 그친다. 메달은 시상식에서 느끼는 순간의 감동을 반영할 뿐이다. 동일한 와인을 동일한 심사위원이 참가하는 다른 대회에 출품시키면 와인의 메달 색깔은 완전히 달라질 게 분명하다.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입니다만, 소믈리에는 특히 그 범위가 더 넓은 것 같습니다. 

소믈리에는 쉼 없는 발전을 거듭해야 하는 운명이다. 그들의 일은 공휴일에도, 여름휴가 기간에도 계속된다. 소믈리에는 자연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과 끝없는 호기심으로 무장해야 한다. 또한 업무에 대해 매일 매일 기록하여 자기만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 동향, 지질학, 포도 작물 연구, 식문화 등 지식의 범위를 계속 깊고 넓게 가꿔나가지 않으면 소믈리에로서의 권위는 사라진다.


Photo by Armando Castillejos on Unsplash

와인도 어쩔 수 없는 수익사업이니깐요. 모든 생산자에게 영혼을 기대하기는 힘들죠.

영혼도 자부심도 없이 그저 시장의 유행만을 좇아 포도를 키우고 와인을 만드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충격적이지만 인정해야 할 사실이다.


젊은 세대가 원하고 마시기 쉽고 단순하며 오랜 숙성 기간이 필요 없는 와인을 만든다는 핑계로, 과하게 익은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 와인 본연의 잠재력을 뭉개는 작업이 혈안이 된 와인 생산자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과한 표현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와인 산업에 있어 대공황이나 다름없다.


뛰어난 테루아 없이도 뛰어난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은 버려라. 인간의 손과 지식은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 몇 가지 틈을 메울 뿐이다. 테루아는 독특한 지형, 지속적인 일조량, 적절한 날씨와 물로 규정되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리적 공간을 의미한다.


우리술도 프리미엄에 대한 논쟁이 있는데, 사람의 손길을 담은 음식은 어쩔 수 없이 프리미엄이 되는 것이겠죠. 한정된 공급이 높은 가격을 형성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구요.

경사지는 평지보다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어떤 포도밭의 경사각은 70도에 달하기도 한다. 그래서 밭고랑을 따라 낮은 돌담을 쌓아 포도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보호하고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즉각적인 복수를 해야 한다. 각종 자연재해에 취약한 부분이 적지 않아 24시간 포도밭에서 눈을 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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