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을읽자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숫자는 하나둘씩 지워지고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 8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다산책방

이 책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이라고 해서 읽었는데, 장편 소설은 아닙니다. 번역서는 160페이지이지만, 원서는 100페이지도 안되거든요. 짧은 어른을 위한 동화.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네요. 글을 천천히 읽는 것도 좋지만, 영상으로 만들어진다면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중간중간 화자의 시점이 현실과 환상(?)을 오가기 때문에 가끔 방향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만, 금방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환상 속에서의 비유가 무척 인상적입니다.


지금이 제일 좋을 때지. 노인은 손자를 보며 생각한다. 세상을 알 만큼 컸지만 거기에 편입되기는 거부할만큼 젊은 나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건물들은 앞면이 깜박이는 네온사인들로 뒤덮여 있는데, 시간이 없었거나 응가가 급했던 사람이 아무렇게나 붙여놓은 것 같다.


하얀 분필과 하나둘 지워지는 글씨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어딘가에 써먹어도 되겠네요.

광장의 분수대 주변은 단단한 석판으로 덮여 있다. 누군가가 그 위에다 하얀 분필로 고급 수식을 끼적여놓았다. 흐릿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이쪽저쪽으로 바삐 지나가자 신발 밑창에 쓸려서 숫자는 하나둘씩 지워지고 석판에 깊게 새겨진 선들만 남는다.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