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의 사람 공부 - 정혜신 지음/창비 |
공부의 시대 다른 시리즈와 다르게 이 책에서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내용 중에 전공서 대신 시나 소설을 읽고 있다는 언급이 있긴 했지만 특정 책에 대한 이야기는 없네요. 이 책의 제목처럼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입니다. 그 전까지 전문가들의 접근방법에서 '사람'을 무심코 빼고 이야기했던 것에 대한 반성이지요.
"공급자 위주의 접근"은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면 더하겠죠. 물론 정신과에서도 질병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보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제는 "공급자 위주의 접근"이 적절하지 않다는 겁니다.
...재난 현장에 파견된 전문가들이 대학병원 외래진료실에서 하던 방식 그대로 활동을 했습니다. 받는 이의 심리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공급자 위주의 접근을 한 거예요. 본의 아니게 심리 분야의 전문가들이 독선적이거나 폭력적인 접근을 한 거죠...
치료가 아니라 치유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병 고칠 료(療)’와 ‘병 나을 유(癒)’의 차이입니다. 질병으로서 전문가가 해당 부위를 낫게 해는 것을 치료라고 한다면 치유는 스스로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그런 의미인듯 합니다.
...치유란 그 사람이 지닌 온전함을 자극하는 것, 그것을 스스로 감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래서 그 힘으로 결국 수렁에서 걸어나올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 거죠...
전문적인 지식이라는 것은 생각해보면 보편적으로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겠지만 그보다는 보편화된 지식을 중요시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치유 과정에서는 전문적인 지식보다 인간 자체에 대한 접근이 중요합니다.
...트라우마가 있을 때 자기 마음을 털어놓아야 한다, 울어야 한다, 그게 정상이다 하는 것은 이제 모든 사람이 치유의 기본 상식처럼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하게 우리가 알아야 하는 건, 사람은 모두 똑같지 않다는 당연한 진리예요. 치유의 이론이나 상식보다 더 우선하는 인간 자체에 대한 기본 진리를 간과한다면 어떤 이론이나 학문도 누군가에겐 칼이 될 수 있는 거죠....
가정의학과라는 분야에 대해 궁금했었는데 초기 도입에는 어려움이 있었군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급자 위주의 접근이 바뀐 사례라고 하니 다른 분야에서도 참고할만 하겠네요.
...가정의학 전문의는 병원을 찾는 대다수 사람들의 문제를 통합적으로 치료할 수 있도록 훈련받습니다. 진료과목 체계가 공급자(의사) 중심에서 수요자(환자) 중심으로 바뀐 사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