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양조장은 자동차를 이용한다면 1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습니다. 충남 당진이라고 해서 멀게만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주말에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시원하게 달리시면 금방 도착할 수 있습니다(휴가철이나 연휴 기간에는 전혀 그렇지 않겠지만요 ^^)
2013년 찾아가는 양조장 프로그램이 진행됐을 때 첫 번째로 선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지원받은 예산과 더 큰 비용을 들여 창고로 사용하던 공간을 체험관(백련 양조문화원)으로 만들어 2015년 문을 열었습니다.
백련 양조문화원
체험관은 입구에 판매 공간을 마련해놓았습니다.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보급형(?) 패키지와 다양한 선물용 패키지가 준비되어 있어서 어떤 것으로 구입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 있습니다. 신평양조장에서 만드는 술은 인터넷에서도 살 수 있습니다. 저도 프리미엄급으로 처음 인터넷으로 구입한 술이 하얀연꽃 생 백련막걸리였습니다. 예전에는 한 가지 종류만 구입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생막걸리, 살균막걸리, 맑은술을 섞어서 주문할 수 있습니다. 4가지 술이 모두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혼합구성 세트로 구입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맑은술은 탁주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지만 15일째 거르지 않고 60일 더 숙성한다고 합니다.
2014/01/05 - [먹을거리/인사이드막걸리] - 하얀연꽃 생 백련 막걸리
http://koreansul.co.kr/shop/goods/goods_view.php?goodsno=15&category=001
750mL 생막걸리 스노우는 일반 주점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다른 막걸리처럼 페트병에 담겨 있고요. 나머지 제품은 병에 담겨져 있는 프리미엄 제품입니다. 스노우와 미스티의 차이는 쌀이라고 합니다. 둘 다 국산쌀을 사용하지만, 프리미엄 제품은 당진 해나루 쌀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해나루쌀은 일반미와 비교하면 약 3배 정도 높은 가격입니다. 백련 막걸리는 초기부터 다른 막걸리 패키지와 차별화된 라벨을 선보였습니다. 김 대표님의 어머님이 미술을 하셨는데 직접 라벨 디자인을 하셨다고 하네요.
판매장을 지나가면 안쪽은 체험관과 전시관입니다. 신평양조장에서 보관하고 있던 자료를 볼 수 있으며 술의 역사에 대해 깔끔하게 정리된 포스터 자료도 볼 수 있습니다. 일부 자료는 신평 양조장에서 사용하던 것이고 나머지는 전국에서 수집한 술 관련 자료입니다.
양조장은 1933년 설립됐고 1947년에 발급받은 주류제조 면허증도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깨끗하게 보관된 상태입니다. 단체로 방문한 경우라면 양조장 소개 강의를 들어볼 수 있는데 전시된 자료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설명해줍니다. 박물관이나 전시관 등에서 아쉬운 점이 전시된 물품이 어떤 사연을 가졌는지 들어볼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인데 그런 점에서 신평양조장의 방문 체험 프로그램은 적절한 조합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면서 중고등학생의 방문도 늘어났다고 합니다. 우리술의 역사와 오늘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 많지는 않죠. 그런 점에서 백련 양조문화원의 존재는 의미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완주군에 있는 "대한민국 술테마 박물관"이나 "산사원"처럼 커다란 공간은 아니지만, 체험 학습을 진행하는 규모에서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체험관 뒤편에는 연을 키우는 공간이 있습니다. 지금은 날이 추워져서 남아있는 것이 없지만, 가을이 오기 전에 방문한다면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합니다. 6월에서 8월 사이에 연잎과 연꽃을 채취해서 사용합니다. 신평양조장에서 처음부터 연잎과 연꽃을 사용해 막걸리를 빚은 것은 아닙니다. 2대 김용세 대표가 예산 수덕사에 방문했다가 연잎을 사용한 차를 마시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2008년부터 빚기 시작했는데 어느덧 신평양조장의 대표적인 술이 됐습니다.
이날 강의는 김동교 대표가 진행했습니다. 김 대표님은 S전자를 그만두고 가업을 이어받아 3대째 신평양조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체험장 한가운데 놓여진 큰 나무통이 궁금했는데 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 선생님이 추가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고시키(こしき, 시루)라고 들은 것 같은데 시루라고 하기에는 좀 큰 것 같고 모로미오케(醪桶, 술덧통)이 맞는 듯합니다. 신평양조장에서 사용하던 것은 아니고 부산 지역에서 매물로 나온 것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일본인이 운영하던 청주 공장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전시관 분위기로 치면 가운데 거대한 물건이 딱 놓여 있어서 분위기는 있어 보이는데 사실 신평양조장의 스토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 양조장에 가면 지금도 저것을 사용하는 것도 있고 수십 개가 전시된 공간도 있으므로 그곳에 방문했던 분들이 오면 좀 싱겁게 보일지도...
칵테일 만들기
시음과 함께 칵테일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했습니다. 신평양조장은 서울에서 가로수길, 강남역에 2개의 주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날 만들어본 칵테일은 실제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조법이라고 합니다. 셰(chez)는 "~의 집에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셰막은 막걸리집이라는 의미로 이름을 만들었는데 다들 "쉐프의 막걸리"를 줄인 말이라고 오해하신다는..
셰막 (가로수길)
http://map.naver.com/local/siteview.nhn?code=20307960
셰막 (강남대로)
http://map.naver.com/local/siteview.nhn?code=21783251
양조장
간단하게 시음과 체험을 마치고 양조장으로 이동합니다. 양조장은 이전 양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부분만 보수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농담처럼 새로 단장한 체험장과 비교가 된다고 합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술을 받으러 와서 돈을 내고 술을 받아가는 공간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타일 형태의 벽도 인상적이네요.
신평양조장은 명성과 비교하면 양조장 규모는 작은 편입니다. 체험장 대신 양조장 규모를 더 키울 수도 있었겠지만, 체험장을 선택한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듯 합니다.
양조장을 지탱하고 있는 나무가 잘 잘린 것이 아니라 휘어져 있습니다. 나무를 인위적으로 자르지 않고 사용한 것이 이곳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합니다. 기존 건물을 훼손하지 않는 상태에서 조금씩 증축을 해서 이전 건물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제품의 또 하나 차이점은 숙성 시 항아리를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대량 생산되는 스노우 제품은 알루미늄 용기를 사용하는데 프리미엄 제품은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항아리를 사용합니다. 가능하면 사람손이 덜 가도록 여러 기술을 적용하고 있는데 항아리 자체의 특성 때문에 완전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은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생산량을 늘릴 수 없어서 프리미엄 막걸리에만 항아리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고택
양조장 옆에는 살림집으로 사용하던 고택이 남아있습니다. 현재 문화재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뭇결에서 그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고택 옆에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항아리가 놓여 있습니다. 어떤 것은 금이 간 것을 보수한 흔적도 보입니다. 예전에는 항아리 보수만 전문적으로 하는 기술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신평 양조장은 한적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을 지나는 길가에 있습니다. 예전에는 양조장 앞에 장터가 있었다고 합니다. 강의 자료 중에 신평 오일장에서 놀고 있는 김동교 대표의 사진도 살짝 등장했습니다.
해동장 우거지
점심은 양조장 옆에 있는 "해동장"에서 우거지 찌개를 먹었습니다. 직접 배추를 담그고 3~4개월 동안 발효해 만들어낸 우거지와 함께 밭에서 기른 작물을 찬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이렇게 부드럽게 씹히는 우거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선 맛이었습니다. 다른 찬이 없어도 우거지 찌개만으로 밥 한 그릇은 뚝딱 비울 듯합니다.
...밥한 숟가락에 우거지를 척척 올려 진한 국물과 함께 먹는 맛은 시원하면서도 담백하다. 특히 우거지의 부드럽게 씹히는 맛은 미각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우거지는 김장철에 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 특히 배추속대 보다 시퍼런 겉대로 우거지를 만들어야 음식재료로 우거지를 사용할 때 씹는 맛이 살아난다고. 우거지는 소화가 잘되는 식품으로서 칼로리도 높지 않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 이번 여행은 "1박 2일 충남 명품 술기행" 프로그램에 참여해 다녀왔습니다.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사)한국술문화연구소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http://cafe.naver.com/urisoolschool/10512
B컷
이날 진행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데 신평양조장 2대 김용세 대표가 명사로 선정되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없는 괘종시계입니다. 찾아보니 국내에 60~70년대 유행했던 메이커라고 하네요. 나무벽과 어색하게 어울립니다.
체험관 가운데 있던 술덧통에 표시된 번호입니다. 제209호라고 표시되었는데 실제 공장에는 저런 통이 수백 개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전국에 저런 통이 수백 개가 있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