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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사전을 삼키다 - 8점
정철 지음/사계절


본문에도 나오지만 영화 "행복어사전"을 보고 나서 관심을 가지게 된 책입니다. 원래 찍은 책은 작가의 다음 책이었는데, 이 책을 읽어야 다음 이야기가 흥미로울 것 같아 도서관에서 빌려 보았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어떻게 보면 포털에서 웹 사전을 기획, 개발하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이면서 종이 사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변화의 흐름을 책 한권에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사전 같은 경우에는 참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데 그걸 활용하는 데에는 몇몇 제약이 있습니다. 콘텐츠를 수집하고 정리할 때부터 이를 어떻게 분류하고 찾을 수 있도록 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작업이 쉽지는 않은가 봅니다.


아. 그래서 랭면이라는 말이 나오는거군요. 

우리의 가나다순도 현재의 꼴을 갖추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남과 북 사이에는 아직까지도 차이가 있다. 북은 초성의 'ㅇ'을 인정하지 않고 종성의 'ㅇ'만을 인정한다.


책에서도 여러 번 다루고 있지만, 일본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책의 다양성 뿐 아니라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발견될 수 있습니다.

일본어의 '고토바'는 직역하면 단어, 어휘라는 뜻이지만 한국어의 '단어'와는 결의 차이가 있다. 그들은 고토바를 선조들의 혼과 전통이 깃들어 있는 영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키백과가 이어져 내려오는 방식은 관찰자의 입장에서도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런 토론의 문화가 사회의 다른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이렇게 각자 여러 가지 이유로 토론을 진행하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그 과정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위키백과의 방식이다. 종종 '토론을 위한 토론'도 꽤 등장하고,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돌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웹상에서 토론을 통한 합의를 배우기에 가장 좋은 공간이 위키백과라는 생각은 한국어 위키백과가 성장해온 지난 10년간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Photo by Romain Vignes on Unsplash


언제 한번 풍석원은 가봐야겠습니다. 요즘에는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이 없어서 살짝 불안하긴 하지만...

그들은 서유구가 적어놓은 대로 밭도 갈아보고 술도 빚어보면서 '임원경제지'가 이론만 얻어듣고 쓴 것이 아니라 서유구가 하나하나 직접 경험한 것들을 정리한 책임을 확인하며 번역하고 있었다. 그들은 인사동의 풍석원이라는 주점에서 '임원경제지'에 적힌 방법들로 빚은 곡주를 팔기도 했다. 풍석원의 풍석은 물론 서유구의 호에서 가져온 것이다.


국립국어원도 오픈사전이라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말샘"이라고 서비스명을 바꾸었네요. 새롭게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다양한 용어들을 국가에서 모두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지요. 하지만 국가에서 하는 일이라~ 사실 그렇게 빠르게 지식이 확장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https://opendict.korean.go.kr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되는 언어를 국가가 정의하고, 그 정의의 사용을 권장하는 행위는 적절하지도 않고 달성하기도 불가능한 일이다.


검색을 설명하는 쉬운 비유. 음. 볶음밥은 바로 해주어야 맛있는데 말이죠.

검색은 미리 만들어서 온도를 유지해둔 볶음밥을 내놓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처럼 엄청난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서사 구조가 있는 문화가 오래 버틸 수는 있겠지만, 여기에도 국가의 개입이 없다면 자생적으로 살아남기는 쉽지 않습니다.

검색은 비순차적 접근의 대표적인 방식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순차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콘텐츠에는 적합하지 않다. 즉 영화, 음악, 문학 등 서사 구조가 있는 예술 양식들에는 검색이 어울리지 않는다. 참조의 도구인 사전은 순식간에 검색으로 대체되었지만, 책이 오래 버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마도 연극이나 공연처럼 디지털화가 불가능한 양식들은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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