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마르쉐"라는 도시농부들의 장터가 매주 진행됩니다. "마르쉐"라고 하면 패밀리 레스토랑이라 생각했던지라 이런 행사가 조금은 어색합니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도 아니라서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가보지 않았을텐데 이번 장터(11월 11일)에는 "한반도 16도 토종쌀 막걸리 시음대회"가 펼쳐진다고 해서 방문해보았습니다.
이번 행사가 있기 1주일 전에 통의동 보안여관에서는 "먹는 게 예술이다, 쌀"이라는 주제로 전시 행사가 열렸습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뀐 보안여관에서 진행하는 첫번째 생활밀착형 예술시리즈라고 합니다. 전시 행사와 함께 토종쌀을 가공한 식품 중 하나로 막걸리를 전국에서 만드는 행사가 준비된 것입니다.
멸종위기 토종쌀의 부활
http://pub.chosun.com/client/news/viw.asp?cate=c01&mcate=m1003&nNewsNumb=20171026586&nidx=26587
쌀, 누룩, 물로 빚어 막 거른 술 '막걸리'
http://blog.naver.com/marcheat/221135398513
공개적인 장소에서 진행하는 시음행사이니 누구나 와서 마실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번 행사에는 4kg 쌀을 가지고 술을 빚었다고 합니다. 토종쌀 자체가 대량으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양을 만들지는 못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제한된 시간동안 유료 시음회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오후 3시 즈음까지 진행된 행사에 약 400여명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마르쉐 장터에서는 1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든 식기는 재사용할 수 있는 식기를 사용합니다. 직접 집에서 가져와도 되고 식기를 빌리고 반납하면 보증금을 다시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막걸리 시음 행사는 특성상 텀블러 등은 사용할 수 없었고 3가지 막걸리를 시음하는 비용이 1,000원인데 잔과 그릇을 사용하는 보증금이 2,000원입니다. 16가지 막걸리를 시음하고자 하면 6세트를 구입하면 됩니다.
시음하는 양으로 따지면 가성비가 뛰어난 행사는 아니지만 이번이 아니면 다시 만나기 힘든 행사라는 점에서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비용이었습니다. 순수하게 진행되는 막걸리 시음 행사가 유료로 진행된다는 점에서도 꽤 의미있는 행사였습니다. 16가지 토종벼의 이름이 막걸리가 담긴 병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누가 키운 쌀인지 누가 빚은 술인지도 표시하고 있지요.
좀 더 자세한 설명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글씨가 좀 작은 것이 흠이었긴 합니다만, 막걸리 한잔 천천히 음미하면서 충분히 읽어볼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자신이 시음한 막걸리에 대한 정보는 작은 컵받침 형태로 제공해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뒷면에 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서 집에 가서도 확인해볼 수 있지요.
이 행사의 또 다른 매력은 쌀을 키우고 술을 빚은 분들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는 점입니다. 양조장에 방문하면 술을 빚는 이들은 만날 수 있지만, 술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쌀을 키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어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술을 전혀 빚어보지 못한 분들도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빚어진 술의 품질에 대한 약간의 논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가 술 경진 대회가 아니라 우리 토종쌀로 술을 빚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이후 다른 형식으로 만나보길 기대해봅니다.
토종쌀은 생산자가 많지 않아 400g 포장에 7,0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토종쌀만 가지고 밥을 해먹는 것은 어렵고 혼합곡 형태로 먹는 것을 권하더군요. 4kg으로 만든 막걸리는 물이나 누룩 등의 비용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쌀만 7만원정도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혹 어느 양조장에서 토종쌀로 만드는 막걸리가 나온다면 정말 프리미엄 막걸리가 나오겠네요.
대학로 화석맨이라는 윤효상, 김철민님의 공연도 여전하시더군요. 27년째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변함이 없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