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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인사이드전통주

찾아가는 양조장 - 배혜정 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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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술을 빚는 일은 종부(宗婦)의 일이었습니다. 술을 마시기 위해 빚는 것이 아니라 제사를 위해 빚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근대 사회에서 양조장이 들어서면서 남자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일본의 영향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양조장에 여성을 들이는 것을 꺼리니 말이죠(만화책으로만 배운 것이라 현실은 다를지도 모르지만).


고 배상면 회장의 자녀 중에서 국순당(배중호 대표, 1993), 배상면주가(배영호 대표, 1996) 같은 경우는 배상면 회장의 지분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는데 배혜정 대표의 경우에는 좀 독특하게 40대 이후에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을 대상으로 창업한 케이스입니다.


...1999년 한국으로 들어와 1년 남짓 아버지로부터 막걸리 빚는 기술을 배운 뒤 사업을 시작했다. 남들이 쓰다 버린 기계 다섯 대를 가져와 남편 회사인 ㈜한국효소 한쪽에 연구실을 차린 게 출발이었다. 이후 영세 사업장이 겪는 갖은 고비를 골고루 경험했다. “무임승차는 없다”는 아버지는 딸에게 막걸리 빚는 기본기와 철학만 물려줬을 뿐 더 이상의 후원은 없었다...

[출처: 중앙일보] [4060 다시 세상으로] 배혜정 배혜정도가 대표

http://news.joins.com/article/6461103



그래서 배혜정 도가 창업 이후 국순당과 배상면주가에서 막걸리 제품을 출시하면서 "3남매의 서로 불편한 막걸리" 같은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전에는 국순당은 백세주, 배상면주가는 산사춘이 주요 제품이었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죠. 하지만 여전히 프리미엄 막걸리 시장에서는 배혜정도가를 따라올 양조장은 없습니다. 부자 10, 13, 16도 제품은 배혜정도가의 대표적인 막걸리입니다. 쌀막걸리 외에 다른 부재료가 들어가거나 데워먹는 막걸리 같은 변형이 있었지만, 기본 제품 라인은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데워먹는 막걸리를 한번 맛보고 싶었는데 지금은 단종되어 더는 생산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이번 방문에서 알게 된 것인데 배혜정도가와 배혜정농업회사법인이 따로 있습니다. 배혜정도가는 막걸리 제품을 생산하고 배혜정농업회사법인은 증류주와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배혜정농업회사법인은 배혜정 대표의 장남인 김백규 대표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도 따로 있습니다. 찾아가는 양조장 8월 시음 테마주였던 "메로니아"는 막걸리지만 배혜정도가가 아니라 배혜정농업회사법인에서 만든 술입니다.


배혜정도가 http://www.baedoga.co.kr/

배혜정농업회사법인 http://www.baedg.com/



체험프로그램은 다른 양조장에서도 많이 진행하는 것이지만 배혜정도가의 경우에는 생쌀을 갈아서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실제 배혜정도가의 막걸리에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독특하게 양조장에서 1단(400g)을 담근 후에 집에 가져가서 2단(800g)을 추가하는 형식입니다. 집에 가져가서 숙성 후 바로 거르는 작업에 비해 번거로울 수 있지만 좀 더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배혜정도가의 발전방향은 독특합니다. 기업의 성장이 목적이 아니라 지역 농가의 소득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가 최종 목표라고 합니다. 그 중간단계로 양조장의 지역 관광상품화를 1차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실제 올해 화성시 시티투어 프로그램에 배혜정도가 술빚기 체험이 포함되어 운영됐습니다. 지난 10월에는 시음장을 새로 단장해 내년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판매되는 규모에 비해 막걸리 제조 공장은 작은 편입니다. 제조 시설이 조밀하게 배치되었으며 일부 공정에 로봇을 사용해 공간을 절약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각 제조과정은 파이프로 연결된 관을 통해 진행됩니다. 공정에서 독특한 점은 제성기가 다른 양조장에서 사용하는 것과 다르게 파이프에서 떨어지는 막걸리를 아래에 있는 통이 흔들리면서 걸러내는 구조입니다. 사진에 전체 모습을 담지 못해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나중에 직접 가서 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다른 곳에서도 쓰는 기구라고 하는데 제가 경험해본 양조장에서는 보지 못한 기구라...




막걸리를 생산하는 배혜정도가와 증류주를 생산하는 배혜정농업회사법인은 별개의 건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투어 중간에 건물을 이동해야 합니다. 



증류주를 만드는 공간이지만 원액을 만드는 과정은 막걸리를 빚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발효조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증류주 제품인 로아는 19도와 40도 제품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쌀, 배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1월부터 사과, 포도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발효조에는 출시예정인 포도 원액이 발효되고 있습니다.



체험프로그램 중 하나는 가양주를 증류기를 사용해 증류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증류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전에 일정을 조절하고 진행한다고 합니다. 비용이 10만 원이지만 증류 교육과 로아 40도 선물세트, 윤두리 도예공방의 숙성 용기가 포함된 비용이니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증류기는 그레인 위스키(grain whisky)를 만드는 증류기라고 합니다. 독일 KOTHE 사의 증류기입니다.



생산된 증류주는 오크통과 옹기에 보관합니다. 오크통에 보관되는 제품은 10년 정도 숙성 후 제품화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판매되는 로아는 옹기에 6개월 정도 숙성 후 스테인리스 용기로 옮겨 일정 기간 추가 숙성한 후 판매됩니다.




시음장에도 증류기가 전시되어 있는데 시음장에 있는 것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장 투어를 하지 않더라도 증류기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시음장에 잠시 들려도 보실 수 있습니다.



오크 숙성 중인 증류주는 시음장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2년 숙성된 제품을 옹기 숙성과 오크 숙성 상태를 비교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크 숙성한 술이 좋다고 살 수는 없습니다. 10년 후 예약을 받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배혜정도가는 서울사무소 건물 1층에 이스트 바이 이스트(YEAST BY EAST)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발효카페라는 컨셉이라고 하는데 시음장 분위기가 그곳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물론 이스트 바이 이스트는 콤부차를 비롯해 더치커피 등을 판매하고 있지만, 시음장에서는 시음과 판매 위주라는 것이 차이일듯합니다.



점심은 소나무가 인상적인 "소나무숯불갈비"입니다. 불고기 전골도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화성의 대표적인 명소인 융건릉(隆健陵)을 방문합니다. 이곳은 한여름에 오면 울창한 나무 사이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거닐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겨울에는 여전히 나무가 많지만 좀 쓸쓸해 보이긴 합니다.



* 참고기사: 막걸리는 도수 낮은 저렴한 술? 배혜정도가가 만들면 다르다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29/2016112901799.html





B컷

이날 체험 프로그램 진행과 증류주 시설 안내, 시음 안내는 심형석 차장님이 진행해주셨습니다. 식품 미생물을 전공하셨고 막걸리, 증류주 제조와 관련된 연구 논문을 여러 편 게재했습니다. 심 차장님 외에도 몇 분이 더 프로그램 진행을 함께해주셨는데 다른 양조장보다 젊은 분위기더군요. 물론 얼굴이 동안이라서 그러실 수도 있지만...



막걸리 제조 시설은 하상형 연구원님이 안내해주셨습니다. 양조장 투어 시에는 위생복을 입고 손 세척 후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생쌀 발효법의 장점에 대해 잘 설명해주셨는데 단점은 말하지 않으셨다는 ^^ 단점이라기보다는 약간 취향의 문제라...



우곡주는 배혜정도가에서 만드는 프리미엄 막걸리입니다. 예전에는 우곡 탁주라고 판매된 듯합니다. 우곡주는 살균탁주지만 쌀98.7%로 쌀의 비율이 높아 살균취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유통기한이 1년이라 선물용으로도 좋습니다. 이화주와 비교했을 때 거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인사말을 제외한 프로그램은 직원이 진행해서 대표님 얼굴이 담긴 사진이 거의 없네요. 시음장을 나오기 전에 대표님 책에 사인을 받았습니다. 2011년에 출판된 책이라 오래된 책이라고 민망해하셨지만 배혜정도가의 스토리를 읽을 수 있는 귀한 자료입니다.




양조장에서 실물을 보지 못하고 라벨만 찍어왔는데 증류주와 벌꿀을 사용해 만든 맛술이라고 합니다. 주정을 사용하지 않고 증류주를 사용하는 맛술이라니 어떤 맛을 내주는지 궁금하네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벌꿀이 들어간 고급맛술, 자연드림 미감(味感)

http://blog.naver.com/naturaldream62/220675898474



충남 계룡 장인정신 양조장에서도 미온이라는 맛술을 만든다고 합니다. 미온은 한살림에서만 판매되는 제품이라 ^^

http://www.salimstory.net/renewal/sub/view.php?post_id=1677


융건릉에서 그래도 이 멋진 풍경을 담아봐야지 했는데... 이런 일을 당해보는군요. 배터리가 없다니... 보조 배터리를 가져갔지만, 차에 놓고 내려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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