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원은 2014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곳입니다. 다른 곳과는 달리 양조장이 아닌 술 박물관 자체가 찾아가는 양조장인 곳입니다. 물론 산사원 건물과 생산시설이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생산시설을 견학하지 않아도 충분히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산사원은 전시관(가양주 문화관), 시음코너(판매 장터), 정원(산사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시관과 시음코너는 입장료(2,000원 / 2017년에는 3,000원으로 인상된다고 합니다)를 내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전시관 관람료라기보다는 시음비에 가깝습니다. 미성년자는 따로 입장료를 받지 않거든요.
산사원
http://www.sansawon.co.kr/index.asp
산사원은 계절별로 특화된 시음행사도 진행합니다. 겨울에는 따끈한 모주와 쌍화주를 시음할 수 있습니다. 쌍화주는 배상면주가에서 생산하는 제품이지만 모주는 산사원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술입니다.
가양주 문화관은 다양한 유물과 술에 대한 이야기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다른 양조장에도 이런 공간이 일부 있긴 하지만 산사원은 코너별로 음성해설을 제공해줘 가양주에 대해 잘 모르는 방문객들도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유물 전시는 누군가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쓰이는 것인지 알 수 없거든요.
또한, 배상면 주가에 전시된 고서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자료가 많습니다. 고 배상면 회장이 연구를 위해 수집한 자료와 직접 정리한 자료까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자료들이 그냥 유리관 속에 전시된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배상면 회장이 남긴 술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지나온 흔적을 전시관에서 볼 수 있지요.
고서뿐 아니라 배상면 회장이 직접 출판, 배포한 양조기술서 "태양통신", "우곡통신"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책들의 실물을 보니 정말 두근두근하네요. 방문 기념으로 복사본을 만들어 판매하면 어떨까 싶더군요.
전시되는 물품도 흥미롭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술의 원료에 대한 설명도 다양한 원료를 직접 볼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어 그림이나 사진이 아니라 아이들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전시관 내에는 가양주 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체로 방문하거나 정해진 시간에 예약제로 직접 술을 빚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체험 역시 계절에 따라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휴대용 버너가 준비된 것으로 보아 프로그램에 따라 직접 고두밥을 짓는 작업도 진행하는 듯합니다.
가양주 교실을 체험하지는 못하더라도 "전통술 빚기"라는 주제로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습니다. 약 5분 정도 상영되며 가양주 교실이 운영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상영되고 있습니다.
전시관에서 판매장터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산사춘 모델이었던 배우들의 손모형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모델 대신 캐릭터를 쓰고 있지만 2011년까지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었네요.
판매 장터에는 VIP 셀러라는 공간이 있습니다. 특별회원의 술을 저장하고 숙성하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술저장소가 빛에 노출되어도 괜찮나 싶긴 하지만 꽤 많은 술이 숙성되고 있습니다. 2003년에 병입한 백하주라니 정말 궁금하네요.
판매 장터의 가장 큰 매력은 시음공간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입장료는 이곳에 들어서면 받습니다. 입장료를 내면 산사춘 미니어처와 술잔을 하나 주는데 그 술잔으로 이곳에 준비된 술을 무한정 마실 수 있습니다. 판매되는 배상면 주가의 술뿐 아니라 살균하지 않은 생주도 맛볼 수 있습니다. 차를 가지고 왔다면 정말 후회하게 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산사원이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이긴 한데... 할 수 있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 분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오는 것을 권하고 싶네요.
계절 한정으로 제공되는 모주 이벤트도 이곳에서 진행됩니다. 모주는 따끈하게 보관되어 있습니다. 콩나물국밥집에서 맛볼 수 있는 모주와 달리 이곳에서 직접 만든 모주는 다른 곳에서 맛보지 못한 독특한 맛과 향을 만날 수 있습니다.
판매 코너에는 배상면 주가의 술과 식초, 술지게미박이 등을 판매합니다. 배상면 주가의 술은 느린마을 양조장에서도 판매하고 있는데 미니어처 제품(80mL)은 보지 못한 듯해서 하나둘 담았더니 그 가격도 만만치 않네요.
판매코너 맞은 편에는 배상면 회장의 특별 전시 공간인 "우곡 메모리홀"이 보입니다. 배상면 회장이 남긴 메모를 벽면 전시 공간의 자투리 면에 그려 넣어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우곡만의 기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밖으로 나가는 입구마저 그의 글로 도배를 했습니다. 마치 문을 열면 뭔가 새로운 전시물이 나올 것 같지만 여기는 나가는 입구입니다. ^^
나는 이 술을 만드느라 숱한 날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연구에서 연구로 이어진 날들 동안
누룩이 술이 되고 술이 인생이 됐다.
전시관 한편에는 배상면 회장의 생전 모습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술을 연구하는 기록물인듯합니다. 뭔가 계속 계산하고 논의하는 모습이 하얀 벽 위에 비칩니다.
전시공간 중 가장 감동적인 곳은 "백번 시도하고 천번을 고쳐라"라는 표지가 붙어있는 공간입니다. 배상면 회장이 직접 사용하던 책상과 실험도구가 전시되어 있고 벽면 가득 그의 연구 노트가 새겨져 있습니다. 카메라의 광각기능이 벽 전체를 담지 못해 아쉽네요 ㅠㅠ
돋보기를 사용하면서 마지막까지 연구에 몰두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산사원 공간은 가양주 문화관과 배상면 주가 포천공장이 이어져 있습니다. 별도의 연구시설도 따로 있고 일부 제품은 연구시설에서 생산한다고 들었습니다.
산사정원은 겨울에는 좀 싸늘하긴 합니다. 유상곡수에 물이 흐르지 않고 우곡루에서 술 한잔하는 여유를 맛볼 수 없어 아쉽습니다.
우곡루 1층은 시음공간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추워서 문을 닫았네요. 봄에 다시 찾아와봐야겠습니다.
산사 정원 한쪽에는 예전 양조장에서 사용하던 기계와 유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유물도 인상적이지만 벽면의 사진들도 흥미롭습니다.
* 산사원 바로 앞에는 "조술당"이 있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살짝 보았으나 시음공간은 따로 없는 듯해서 일단 지나갔습니다. 2003년 설립된 공간인데 양조장 건물이 독특하네요. 단체로 포천에 양조장 투어를 오는 경우에는 산사원에 들렸다가 공장 견학은 조술당에서 진행하기도 하더군요.
* 포천에 왔으니 이동막걸리를 가봐야겠지만, 그보다는 최근 "담은"이라는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한 "포천일동막걸리"가 궁금해 방문해보았습니다. 사무실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하네요. 아래 사진은 생산시설이 있는 본관 건물이고 맞은 편에 사무실이 있습니다. 오래된 양조장이라 생각했는데 전체적인 시설이 깔끔하고 정리된 느낌입니다. 이전에는 "상신주가"였는데 최근 "1932 포천일동막걸리"로 이름을 변경한 듯합니다.
1만5천원짜리 고급막걸리 나왔다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351967
...여기에서 익고 있는 막걸리가 최근 이 회사가 야심 차게 출시한 1만5000원짜리 '유기농 가시오가피+흑미 막걸리'다. 1932년부터 막걸리를 만들기 시작한 이 업체는 3대째 운영자인 김남채 대표(53)가 2008년 장인에게서 물려받아 운영 중이다. 소비자들에게 '포천일동막걸리'라는 브랜드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만큼 최근 사명까지 아예 '1932포천일동막걸리'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