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명가원은 솔송주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 솔송주와 담솔 시음 행사에 참여하고 나서 이 술은 어떤 곳에서 빚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되어 방문하게 됐습니다. "명가원"이라는 이름으로 지도검색을 해보면 지도 설정에 따라 가까운 지역이 먼저 검색되는데 같은 이름으로 "설농탕" 브랜드가 있어서 찾기가 힘들 수 있습니다. 가장 편한 방법은 그냥 주소를 입력해 검색하거나 "개평마을" 또는 "일두고택"을 검색하고 찾아가는 것입니다.
솔송주 간판이 있는 곳은 양조장이 있는 곳입니다. 양조장에는 체험 및 강의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솔송주를 판매하고 전시하는 곳은 개평마을 내 솔송주 문화관입니다. 일반 방문이라면 솔송주 문화관으로 찾아가면 됩니다.
양조장은 작은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부분 양조장은 외부 사람들이 찾아오기 쉽게 길가에 있는데 이곳은 독특하게 길가에서 걸어 올라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체험관 안에는 미리 체험을 위한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날 체험 프로그램은 시음과 칵테일 만들기입니다. 증류주로 칵테일을 만드는 체험은 몇 차례 경험해보니 잘못하면 술에 대한 선입관을 심어줄 수도 있습니다. 같은 레시피라도 칵테일을 만드는 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데 그걸 방문자가 직접 하게 되면 제대로 된 맛과 향을 느끼지 못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자칫 레시피를 잘못 이해하면 이상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요. 두 가지 스타일의 칵테일 레시피를 다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런 색이 나와버렸습니다. 원래는 좀 더 맑고 투명하고 깔끔한 색이 나와야 하는데 말이죠 ^^
명성을 가진 전통주가 대부분 그렇듯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술을 빚고 내리는 모습이 주로 언론에 노출됩니다. 그래서 이런 공장 같은 현대식 생산설비를 보면 실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찾아가는 양조장 중에서도 송명섭 명인을 제외하면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하는 곳은 없습니다. 어느 정도 규모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솔송주는 가양주로 빚던 술입니다. 1990년대 제조장을 차리고 운영하고 있지만, 기업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반자동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적은 인원으로도 어느 정도의 주문은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주문 물량에 따라 자동 라인과 반자동 라인을 조절하면서 사용한다 합니다.
증류기도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증류되는 순서에 따라 다른 제품으로 최종 작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담솔(40%)는 증류주이긴 하지만 송순 농축액이 들어가서 리큐르로 분류됩니다.
설명해주시는 공장장님 뒤로 보이는 것은 여과기입니다. 여과포, 규조토 등을 사용해서 술을 여과하는 장치라고 합니다. 다른 양조장에서는 보지 못했던 기계인데 동작하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아쉽네요.
솔송주는 웹사이트에서 다양한 제품을 선택해 구입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가 2개인데 하나는 술을 판매하는 공간이고 하나는 명가원과 솔송주에 대한 소개입니다.
양조장 맞은편에는 개평마을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솔송주 문화관과 일두고택이 있습니다. 솔송주 문화관은 제품 전시와 판매, 시음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건물 옆에는 솔송주를 전통 방식으로 증류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작은 문화 공연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날은 지역 내 진막순국악연구소를 운영하시는 진막순님이 가야금을 연주해주셨습니다. 고택에서 듣는 가야금 소리는 정말 색다르더군요.
솔송주 문화관에서는 다양한 패키지로 판매되는 제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반 매장에서 볼 수 없는 제품도 있더군요. 솔송주 외에도 녹파주(15%)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녹파주는 웹사이트에서도 찾아보지 못한 것이어서 어떤 맛인지 궁금합니다. 그 외에도 복분자주, 머루주도 판매하고 있는데 주로 면세점에서 판매하거나 수출되는 제품이라고 합니다.
저녁 식사는 근처 "예다믄"이라는 식당을 찾았습니다. "예다믄"은 종가음식 전문음식점으로 올해 7월 문을 연 곳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종가음식 전문점은 군이 지난 2014년 하동정씨·남원양씨·풍천노씨 등 3개 종가의 상차림 6종 발굴을 시작으로 2015년 종가음식 전수교육, 상표등록 등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전통에 기반을 두면서도 현대화를 가미한 점이 특징이다...
일두 고택은 건물마다 조금씩 지은 시기가 다릅니다. 그냥 관광객으로 방문해서 스쳐 지나가면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모를 수 있습니다. 이런 곳을 방문한다면 해설사 선생님과 함께 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도 안 된다면 건물 곳곳에 숨겨진 설명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함양군에서는 시티투어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통주 투어(솔송주, 머루와인) 프로그램이 따로 있더군요. 문화관광해설사가 동행하며 출발 2일 전 예약하면 체험비를 제외한 투어 비용은 무료라고 합니다.
일두고택 사랑채는 토지, 다모 등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토지는 소설 상 주 무대는 경남 하동군이었지만 드라마 촬영은 이곳에서 했다고 합니다. 하동군에 만들어진 최참판댁은 2008년 조성된 공간입니다.
궁이 아닌 곳은 보통 기둥 모양이 둥글지 않고 각진 형태라고 합니다. 일두고택의 경우에는 둥근 기둥을 사용했는데 추측해보면 왕가의 누군가가 살았던 흔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기둥을 통째로 쓰지 않고 중간에 잘라서 붙인 부분이 있는데 궁과 다르다는 것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하네요.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멀리 지리산(아마도 ^^)이 보입니다. 아침식사는 개평마을 안에 자리 잡고 있는 "함양객주"입니다. 한옥스테이를 같이 운영하고 있어서 아침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지방에서는 예약하지 않으면 아침식사할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식사를 마치고 그냥 지나가기는 아쉬운 용추계곡을 찾습니다. 용추계곡 내에는 용추폭포가 있습니다. 15미터 높이로 인근에서는 규모가 큰 폭포라고 합니다. 사진을 잘 담지 못해 그렇지만 다른 사진을 찾아보면 꽤 웅장한 모습입니다.
점심식사는 안의갈비찜입니다. 안의 갈비가 특별할 것은 없지만 여러 가지 스토리가 만들어지면서 특별해진 경우라고 합니다.
'스토리'로 먹는다 / 함양 안의 갈비찜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43&contents_id=7148
갈빗집이 몰려있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안의양조장도 만날 수 있습니다. 휴일이라 문은 닫혀있지만 작은 규모는 아닙니다.
동호정에 그려진 그림 중 하나는 마치 술을 담그는 모습 같습니다. 글이 보이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공자(孔子)에 관한 그림이라고 하네요.
천장에 조각된 용의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 이번 여행은 "1박 2일 함양 솔송주 취재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해 다녀왔습니다.
명가원, (사)한국술문화연구소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http://cafe.naver.com/urisoolschool/10519
B컷
이날 일두고택, 개평마을 투어와 함양 선비길은 양기영 이사님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솔송주 홍보이사이면서 함양군 6차산업 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이라고 합니다.
http://www.hynews.kr/default/index_view_page.php?part_idx=335&idx=38535
함양 선비문화탐방길은 총 10km 구간입니다. 남강을 따라 동호정, 농월정 등의 정자에서 쉬어가는 구간이 만들어져있습니다. 산을 타는 구간이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걸어도 좋을 듯합니다.
녹파주는 농촌진흥청의 기술 지원을 받아 복원했다고 합니다. 솔송주의 인기에 밀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도 계속 판매되는 술이라고 합니다.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던 전통주 양조교육을 열심히 수강하던 박흥선 대표는 정석태 연구관으로부터 녹파주를 복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기술을 이전 받으려 적극 러브콜을 보냈다. 가양주인 솔송주에 이어 녹파주를 명가원을 대표하는 고급약주로 키워 일본 사케에 당당히 대응해보고픈 의욕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