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슬렁어슬렁 여행 드로잉 - 이미영 지음/바다출판사 |
이외수 선생님의 수필집을 보면 멋진 풍경을 스케치한 그림이 같이 있습니다. 그게 항상 부러웠는데 막상 따라하기는 힘들더군요. 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는 분들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것이 어떤 특권이 아니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이 된 것이지요. 하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그것도 남의 일이라는...
이 책의 매력은 그나마 쉽게 여행 드로잉을 소개한다는 점입니다. 꼭 잘그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 저자는 그림을 잘 그리기 때문에 ^^
그냥 지나친 풍경보다, 사진으로 남긴 풍경보다, 직접 그림으로 그린 풍경은 기억에 훨씬 오래 남습니다. 한 대상을 오랫동안 깊게 봤기 때문입니다. 그 그림을 그리는 동안의 날씨, 햇빛, 바람, 피부에 닿는 공기, 소리, 냄새, 지나가는 사람들 등등 모든 것이 기억됩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요즘에는 신기해하고 있지만, 그림은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상을 좀 더 주의깊게 보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피그먼트 펜은 내수성 혹은 방수성이 있어서 펜으로 스케치를 한 후, 그 위에 수채 채색을 해도 번지지 않아요. 가장 빠르게 여행 드로잉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어반 드로잉이나 여행 드로잉을 하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펜입니다.
(스테들러 피그먼트 라이너)
얼마 전 이케아에서 펜을 구입하긴 했는데 아직 개봉도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난 김에 오늘 저녁에는 꼭 개봉을 해야겠네요.
여행을 기록하는 데는 영수증만 한 것이 없습니다. 대부분 모은 영수증들은 여행이 끝난 후 한군데 깊숙이 담겨 잊힙니다. 어디에 넣기 전에, 노트에 붙이고 간단한 낙서와 그날의 일기라도 끄적거려보세요. 작은 노트에 그렸던 그림도 옮겨 붙이고, 영수증을 붙이고 시켰던 메뉴의 음식이 어떤 것이었는지 메모하고 낙서합니다. 과자를 먹었다면 브랜드가 드러난 고급스런 포장지를 붙이고 설명을 곁들여도 재미있겠죠.
이 정도 된다면 스케치보다는 여행의 기록에 가깝습니다. 거기에 스케치가 더해지는 것이지요. 나만의 기록으로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여행을 너무 자주 다닌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런 추억 정도는 남기더라도 집안이 꽉 찰 일은 없으니깐요.
하얀 종이를 펜으로 빼곡히 채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림 그리기가 두려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대상의 전체 덩어리만큼을 수채화로 먼저 채운 후, 물감이 마르면 그 위에 펜 선으로 드로잉을 해보세요. 우선 화면이 빨리 채워져서 부담이 적어집니다. 그리고 수채 물감이 마르고 난 종이 위에 펜이 지나갈 때 사각사각 나는 기분 좋은 소리는 덤입니다.
생각보다 결과물은 멋집니다. 학교 다닐때 교과서의 사진이나 텍스트 위에 낙서를 해본 경험이 있다면 결국은 같은 작업입니다.
대부분의 초보자들은 손을 작게 그려서 그림이 어색해지곤 합니다. 사람의 손은 생각보다 큽니다. 펼친 손은 얼굴 크기와 비슷하죠. 그리고 일반적인 자세에서 손은 얼굴보다 앞에 나와 있으니, 의도적으로 손을 조금 크게 그리면 의외로 자연스러운 인물화가 완성될 겁니다.
풀과 나무를 직접 보면서 그려보면, 나뭇잎의 색이 한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에 놀랍니다. 나무 하나에 적어도 서너 가지의 녹색이 쓰입니다. 모든 자연물은 한 가지 색이 아니거든요.
뒷부분에는 실제 그림을 그릴때 주의할 점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 별 쓸데없는 충고겠지요. 대니 그래고리의 책을 읽을 때도 당장 그림을 그릴것처럼 생각했는데 그냥 지나가버렸는데요. 이번에 다시 한번 결심을 ^^
2014/12/19 - [책을읽자] - [창작 면허 프로젝트] 훌륭해지기 위해선 시작해야 한다
저자의 플리커에서 많은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도 많이 봐야 좋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