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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인사이드막걸리

강릉에서 먹던 맛과는 어림도 없었다. 도문대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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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차 막걸리원정대의 첫 번째 목적지는 강릉 방풍도가입니다. 도문대작이라는 풍류있는 이름을 가진 막걸리를 만드는 곳입니다. 도문대작이라는 이름을 듣고 무슨 무협지에라도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무슨 '도문객잔' 그런 이름 말이죠.

도문대작은 허균이 쓴 음식품평책이라고 합니다. 독립적인 책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성소부부고(惺所覆覆藁)라는 책에 담긴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시절의 책의 기준은 좀 모호해서)


방풍도가 이기종 대표님은 '도문대작'에 첫 번째 이야기로 소개된 방풍죽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막걸리에 방풍잎을 첨가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름도 '도문대작'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도문대작'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도문대작 인(屠門大嚼引) | 한국고전종합DB (한국고전번역원)

http://goo.gl/BEQqX8

...쓰기를 마치고 나서 《도문대작(屠門大嚼)》이라 하여 먹는 것에 너무 사치하고 절약할 줄 모르는 세속의 현달한 자들에게 부귀영화는 이처럼 무상할 뿐이라는 것을 경계하고자 한다...


도문대작(屠門大嚼) | 한국고전종합DB (한국고전번역원)

http://goo.gl/MMLpYx

...방풍죽(防風粥) : 나의 외가는 강릉(江陵)이다. 그곳에는 방풍이 많이 난다. 2월이면 그곳 사람들은 해가 뜨기 전에 이슬을 맞으며 처음 돋아난 싹을 딴다. 곱게 찧은 쌀로 죽을 끓이는데, 반쯤 익었을 때 방풍 싹을 넣는다. 다 끓으면 찬 사기 그릇에 담아 뜨뜻할 때 먹는데 달콤한 향기가 입에 가득하여 3일 동안은 가시지 않는다. 세속에서는 참으로 상품의 진미이다. 나는 뒤에 요산(遼山 수안군(遂安郡)을 가리킴)에 있을 때 시험삼아 한 번 끓여 먹어 보았더니 강릉에서 먹던 맛과는 어림도 없었다...



방풍도가는 강릉시 사천면 모래내행복센터 지하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모래내행복센터는 주민체험센터로 만들어진 곳인데 지하 공간에 자리가 비워져 있어 강릉시 지원으로 입주를 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양조장에서는 보기 힘든 대규모 주차장을 갖춘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기존 시설 구조를 변경하지 않고 사용하다 보니 술 빚기에 최적화된 동선을 구성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발효실과 저온숙성실은 따로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작은 규모의 양조장이지만 안정적인 온도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도문대작'은 25~28도 사이로 발효실 환경을 만들고 밑술을 발효합니다. 밑술을 만들 때는 멤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한 다음 차게 식힌 후에 누룩을 넣고 다시 고온에서 발효시킵니다.

덧술은 30리터 항아리를 사용합니다. 다른 양조장보다는 상당히 작은 항아리를 여러 개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덧술은 효모가 증식된 밑술을 섞어 저온 숙성실에서 15~17도 사이로 한달동안 숙성한다고 합니다. 저온숙성을 했기 때문에 막걸리를 흔들어도 탄산이 넘치지 않는다고 하네요. 저온숙성을 한 막걸리의 특징이기도 하죠.



숙성 중인 항아리는 고유번호와 밑술, 덧술을 한 일자가 적혀 있습니다. 5월에 덧술을 숙성하기 시작했으니 이번 주에는 누군가의 술잔에 담겨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문대작'은 아스파탐 대신 이소말토올리고당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단맛은 살짝만 느껴지고 드라이하고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갯방풍나물의 향이 느껴지기에는 상당히 적은 양이 들어갔습니다. 허균 선생의 말처럼 강릉을 떠나서 맛을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강릉에서는 안주로 너무 달달한 과자를 먹어서 ㅠㅠ)



방풍도가에서는 '도문대작' 외에 찹쌀로 빚은 '수작'이라는 막걸리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수작'은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았다고 합니다. 찹쌀을 재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일부러 감미료를 넣을 필요는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취연'이라는 약주도 있는데 아직 본격적인 생산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 도문대작에 대한 이야기를 찾다보니 피키캐스트에서 연재하는 웹툰 중에 '도문대작'이라는 웹툰이 있다고 합니다. 사실 허균의 도문대작에는 뭔가 스토리가 될만한 이야기는 없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일부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로 만든 작품이라고 하네요.

궁금하신 분들은 참고를...

https://www.pikicast.com/#!/menu=landing&content_id=101856



* 방풍도가에서 만드는 '도문대작', '수작'은 전화로 주문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제품 소개만 볼 수 있고 주문은 전화로만 가능하다고 하네요.

http://bangpungdo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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