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을읽자

[소년이 온다] 왜 나를 죽였지

반응형
소년이 온다 - 10점
한강 지음/창비

저자가 유명한 상을 수상한 덕분에 서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2014년에 나온 책인데 2016년에 다시 주목을 받는다는 것이 참 묘한 일이죠. 5.18을 다룬 책이 이 책뿐만은 아니지만 이 책처럼 잔잔하면서 마치 시처럼 쓰여진 책은 찾기 힘들 듯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은 한 번에 읽어내려가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소설 속의 이야기가 머릿 속에 그대로 그려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마음까지 말이죠.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거잖아, 권력을 잡으려고, 너도 봤을 거 아냐. 한낮에 사람들을 때리고 찌르고, 그래도 안되니까 총을 쐈잖아. 그렇게 하라고 그들이 명령한 거야. 그 사람들을 어떻게 나라라고 부를 수 있어...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이 악몽 속에서 피 흐르는 내 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어둠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 조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린 쏠 수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아이들이었던 겁니다...


...그럼요, 어머니가 계셨다면 망설이지 않고 만났을 겁니다. 놔주지도 않고 끝없이 동호 이야기를 했겠죠. 삼십년 동안 그렇게 사셨습니다. 하지만 전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허락이요? 물론 허락합니다. 대신 잘 써주셔야 합니다. 제대로 써야 합니다. 아무도 내 동생을 더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써주세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