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럴드 와인버그의 글쓰기책 -  제럴드 M. 와인버그 지음, 송재하.정희종 옮김/에이콘출판 |
사실 오래된 '컨설팅의 비밀' 이후로는 저자의 책을 읽은 적이 없네요. 그럼에도 워낙 많이 알려진 분이고 요즘 '글쓰기'라는 작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책을 읽고 있어서 덜컥 구입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은 글쓰기책이라기보다는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훈련 교재가 맞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비법을 알아도 음식을 만들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처럼(물론 상상 속에서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볼 수 있겠지만) 이 책을 읽기만 하면 소용없습니다. 직접 실천해야죠.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실천했는데 글쓰기가 늘지 않는다면 한글의 특성일 수 있으니 영어로 글쓰기를...ㅠㅠ 사실 한글은 영어처럼 간단하게 좋은 글이 어떤 것이다라고 정의하기 어렵고 문장을 분석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점령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고...
- 관심 없는 주제로 글을 쓰려고 애쓰지 마라
주제만이 아니라 글을 쓰는 방식도 포함되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더라도 어떤 식으로 풀어가는지, 어떤 관점으로 쓰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원칙을 따른다고 해서 매번 상사를 만족시키거나 승진하지는 못하겠지만 피투성이가 되는 일은 피할 수 있다...
자연석 기법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을 때 자연석이 뭐지 싶었습니다. 돌담이라는 것이 제주도 같은 곳이 아니라면 익숙하지 않으니깐요. 아무래도.
책에서 이야기하는 자연석 기법이라는 것은 다양한 소재를 수집해놓고 나중에 돌담을 쌓을 때 적절한 곳에 적절한 재료를 잘 활용한다는 개념입니다.
...자연석 돌담은 콘크리트 블록이나 벽돌처럼 균일한 재료로 쌓지 않는다. 자연석 돌담은 크기, 색, 질감, 모양, 밀도 등이 천차만별인 원석으로 쌓는다. 듣고 나니 훌륭한 소설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가? 더 나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샘솟지 않는가?
자연석 기법은 흥미를 끄는 글, 사진, 도표, 인용구, 그림, 참조 등에서 얻는 생각을 '돌'로 사용한다. 그렇게 모은 '자연석'을 사용해 기사, 보고서, 책, 대본 등의 '돌담'을 정교하게 만든다...
사실 자연석 기법은 생각해보면 무지 무서운 녀석입니다. 사람이 수집할 수 있는 자연석은 시간의 제약이 있지만 기계(컴퓨터)는 무한정의 자연석을 수집할 수 있고 적절한 곳을 찾을 수 있는 알고리즘만 주어진다면 인간보다 훨씬 빠르게 돌담을 쌓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팩트 기반의 기사 작성 뿐 아니라 문학 창작 장르까지 기계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기반에 자연석 기법이 있는거죠.
이 책이 소개된 것이 2006년인데 10년 사이에 그렇게 바뀐거네요.
물론 같은 재료를 수집하더라도 좋은 창작물이 나오는 건 다른 일인듯 합니다. 작가와 스콧 아담스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말이죠.
...몇 해 전만 해도, '딜버트'의 작가인 스콧 아담스는 퍼시픽벨 전화 회사의 산 라몬 지부에 소속된 8,000여 명의 직원 중 하나였다. 그때 아내 대니와 나는 정기적으로 산 라몬의 건물에서 컨설팅을 했는데, 당시 스콧이 속한 부서가 있는 사무실에서 컨설팅을 종종 했다. 따라서, 스콧과 나는 판에 박은 듯한 칸막이 공간, 멍청한 메모, 뾰족머리 상사 같은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닌 문화를 동시에 접했었다. 그러나 스콧은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수백만이 즐기는 연재만화를 그렸고 부와 명성을 얻었다. 나는 가끔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왜 스콧이지? 왜 내가 아니지?"...
앞에서 기계 이야기를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사람은 모든 정보를 다 받아들이지 않고 같은 정보라도 다른 관점을 통해 바라본다는 겁니다. 그에 따라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내 생각에는, 스콧과 내가 다른 사람이라는 데에 그 차이가 있다. 우리는 인생이란 들판을 걸어가면서 각자 다른 돌을 발견한다. 매일 엄청난 수의 돌을 지나치면서, 스콧은 내가 발견한 돌과는 다른 돌을 봤고, 또 그 돌이 성공의 기반이 됐다. 물론 나는 스콧이 보지 못한 돌로 나의 성공을 이뤄 나간다. 우리는 같은 돌을 보더라도 다른 가치와 다른 에너지를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