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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꼬꼬면이 삼양라면의 원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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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 - 6점
무라야마 도시오 지음, 김윤희 옮김/21세기북스

요즘에는 음식을 주제로 다루는 TV 프로그램이 많아져서 라면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간혹 나오는데 라면의 원조~라는 삼양라면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전해주는 매체는 없습니다. 작년에 한 매체에서 공개한 국내 라면 순위에서 삼양라면이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라면이라는 식품을 소개했지만 점점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책은 국내에 처음 라면을 들여온 삼양식품 전중윤 회장과 일본 묘조식품 오쿠이 기요스미의 이야기를 일본인 작가가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일본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것이라 일본이나 한국 독자 모두에게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라면이라는 식품이 어떻게 바다를 건너왔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픽션으로 받아들인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실존 인물을 다루다보니 내용이 밋밋합니다. 사건 자체는 상당히 강렬한데 이를 작가가 잘 살리지는 못한 듯 합니다. 제목도 흥미롭긴 한데...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나는 서울의 일본어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었다. 하루는 수업이 끝나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도심 빌딩숲에서 식당을 찾아 헤맸다. 그때 문득 눈에 띈 간판이 바로 '라면 전문점'이었다. 한국에서도 라면을 먹을 수 있구나! 나는 기대에 부풀어 식당 문을 열었다. 그런데 몇 안되는 메뉴 중에서 하나를 골라 시킨 라면을 본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본에서는 인스턴스 라면을 식당에서 판매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동네 분식의 대명사인 떡뽁이도 인스턴스 떡뽁이를 전자렌지에 돌려서 판매하지는 않습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다른 메뉴도 업소용으로 나온 대량의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물론 라면도 끓이면서 파나 다른 양념을 추가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용하는 재료는 인스턴스 그대로의 라면과 스프입니다. 이런 것을 식당에서 정식으로 판매하는 메뉴로 내놓는다는 것이 낯선 것일수도 있죠.


중간은 생략하고 어찌어찌 라면이 국내에 첫 출시를 했지만 기적적인 성공은 없었다고 합니다. 오히려 3년동안 적자가 계속되다가 1966년 정부의 분식장려운동 덕분에 주목을 끌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마 초기의 담백한 맛(닭고기 육수같은)을 가진 라면을 그대로 들고와 반응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 당시 포장에 닭이 그려져 있는 이유도 그때문이었군요.



책 뒤에는 화보집이 있는데 삼양식품 홍보팀에서 제공한 사진이라 블로그에서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삼양식품 탄생의 비밀

http://blog.naver.com/samyangfoods/80131403947


삼양식품에서 공개한 히스토리는 아무래도 묘조식품 이야기는 간략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별도의 로얄티 없이 기술을 전수하기로 한 배경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역시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글로 써있는 내용이니...


원래는 전달해주지 않으려던 스프 배합법을 마지막 순간 몰래 전달해주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감동적이었는데 오히려 배합법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좀 더 빨리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라면이 출시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 당시 꼬꼬면은 별로였나 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한국전쟁은 한국인들에게 깊은 고통과 슬픔을 주었고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일본은 패전 후의 극도로 악화된 경제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한국 특수가 우리 일본에 얼마나 큰 은혜를 베풀고, 일본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했는지 모릅니다. 그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에서 보면 이 정도는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사장,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미래는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입니다. 우리 함께 시작합시다! 힘이 닿는 데까지 제가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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