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16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벌써 세 번째네요. 매년 참석하면서 많이 성장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좋은 기운과 영감은 받아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엔지니어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참석하신듯 합니다. 스타트업을 준비하거나 참여하시는 분들도 많고 네트워킹 시간도 북적북적하군요.
올해도 선착순 접수였는데 거의 10분안에 1,2차 접수가 마감되었다고 합니다. 유료행사임에도 이 정도 티켓 파워가 있는 행사도 드물겁니다.
시작하기 전 임정욱 센터장님이 나와 몇 가지 오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국내에도 다양한 스타트업을 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심지어는 구글에서도 도심 한복판에 구글 캠퍼스를 세우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실리콘밸리를 배우고자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합니다.
여전히 실리콘밸리는 누구나 인정하는 스타트업과 혁신의 산실이며 그곳의 문화와 트렌드를 배우는 것은 중요합니다. 테슬라, 우버 등에서 볼 수 있는 실리콘밸리의 혁신력은 더욱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들을 벤치마킹해서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죠.
KTB Ventures 이호찬님은 흥미로운 비유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투자나 경영의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 전해주었습니다. 미국 기업에서는 이사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투자자뿐 아니라 법률적인 위험에 대한 자문을 하기 위해 변호사가 필수적으로 참여하며 비투자자인 해당 분야 전문가도 참여한다고 합니다.
투자자가 첫 이사회를 참석할 때는 마치 결혼하고 나서 처음 화장을 지운 신부를 보는 기분이라고 합니다. 투자하기 전에 서로 많은 대화를 하고 공감을 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서로 당황하게 되는 것이 첫 이사회랍니다. 그리고 이사회 멤버로 참여한다는 것은 예능 프로그램과 비슷합니다. 자신의 분량을 뽑아내지 못하면 존재의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특히 한국 기업은 이사회보다는 오너가 회사를 이끌고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많습니다. 오너가 회사를 떠나면 배신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죠. 하지만 미국은 이사회 중심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문화적인 차이가 다른 듯 합니다.
구조조정 문제도 한국에서는 수백명이 해고된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만 같은데 노동구조가 유연하기 때문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오히려 급여삭감에는 민감하다고 합니다. 미국인들은 소비 규모가 크기 때문에 급여삭감시에 이를 대처할 준비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급여삭감보다는 인력감축을 서로 선호하는 분위기라는...
벤처라는 것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다고 합니다. 국어사전에서 '모험'을 찾아보면 ...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함. 또는 그 일...이라고 나와있는데 느낌이 좀 다르긴 하네요.
http://www.merriam-webster.com/dictionary/venture
Qeexo 이상원님은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것이 Advisor라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멘토링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데 꽤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네요. 모바일 관련 기술에서는 실제 상용화 단계에서 특허에 민감한데 실제 비용을 주고 관련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은 벤처 입장에서는 힘들다고 합니다. 이럴 때 Advisor라는 찬스를 이용하면 당장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도 있고 참여하는 전문가 입장에서도 엔젤처럼 참여할 수 있다고 하네요.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행사의 백미는 패널 토론입니다. 사실 토론이라기보다는 Q&A에 가깝지만 같은 질문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행사 초기부터 symflow를 사용하고 있는데 생중계에 참여하는 분들도 질문을 적극적으로 올리면서 너무 많은 질문이 올라온다고 하네요. 제작년에는 질문이 별로 없어서 ~ 진행자가 질문을 따로 하기도 했는데 이젠 올라오는 질문을 골라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눔의 정세주님은 뉴욕에 오피스가 있다고 하네요. 실리콘 밸리가 아니라 실리콘 앨리라는 표현을 쓰더군요. 1990년대부터 쓰던 표현이라는데 저는 처음 들어보는군요. 역시 관심이 부족했다는... 실리콘 밸리 대신 뉴욕에 정착한 이유는 클럽의 천국이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실리콘 밸리는 상대적이로 고지식해보일 정도로 놀 줄 모르는 친구들이라는...
눔은 정말 많은 고생을 했지만 최근 주 정부나 보험회사 등에서 헬스케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면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기술도 중요하지만 이런 찬스도 무시 못할 것이네요.
샌드버드의 김동성님은 와이 콤비네이터와 techstars를 경험하면서 두 프로그램(?)의 차이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주었습니다. 어디서나 생존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듯 합니다. 그리고 영어권 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정리했는데 한국은 high context 사회라면 미국은 그 반대라고 합니다. 이건 얼마전 리더십 교육에서도 들은 이야기인데 한국에서는 리더의 보이지 않는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합니다. 헛기침 한번에 담긴 리더의 의도를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미국은 그 반대로 모든 것이 명확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분위기가 그렇다는 거죠. 메일을 보낼때도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스크롤이 생기지 않고 메일의 의도를 알 수 있어야 하고 시간에 대한 개념도 분명하다고 합니다.
최근 <소프트웨어 세계화>라는 책을 펴낸 마이크로소프트 박미라님은 다음주 월요일 관련해서 세미나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미 마감이 되었지만....
책을 구매해서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발표 시간이 짧아서 모든 내용은 담지 못했습니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390499
JPMorgan Chase 조종희님은 이미 메가뱅크(미국의 4대 대형 은행)의 서비스도 핀테크 기업이 하나둘 잠식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메가뱅크가 자체적으로 신규 서비스를 만들기보다는 핀테크 기업과 손을 잡는 방식을 선택한다고 하네요. 투자에 있어서도 다른 분야는 가라앉는 분위기지만 핀테크는 그에 비해 계속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행사의 묘미는 모르는 세계로의 초대입니다. 초대를 받아들이면 모험을 나서는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어갈 수 있습니다.
* 발표자료나 영상은 다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4/18) http://startupall.kr/svkorean-2016-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