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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조선 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 기록정신의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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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 기록문화의 꽃, 의궤 - 10점
김문식.신병주 지음/돌베개

의궤라는 것은 일종의 보고서이기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문서입니다. 왜 이런 책이 만들어졌고 주변적인 상황이 어느 정도 설명이 되어야 아~ 왜 이런 책이 이렇게 만들어졌구나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천연색 도판과 함께 의궤의 다양한 면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장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구입하지 못하고 빌려서 본 것이 아쉽긴 하지만 기회가 되면 관련 시리즈를 구매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의 의궤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은 철저한 기록정신이다. 조선시대의 국왕들은 자신의 통치 행위에 대한 국정보고서인 의궤를 통해 사용한 못 하나, 동전 한 닢까지 일일이 기록하여 만천하에 공개함으로써 거리낄 것 없는 자신감을 보여 준다. 실제로 의궤에는 행사에 소요된 물품의 수량과 총 비용이 나오며, 실제 들어간 물품과 사용 후 남은 물품을 되돌려 준 사실까지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철저하게 기록하고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공적 자금이 사사로운 곳으로 유용될 가능성을 애초부터 봉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게 했더라도 새는 구멍은 막을 수 없었겠지만 제도적인 장치는 최소한의 일탈 특히 집권층 스스로 자신을 단속할 수 있는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국장 행렬을 그림으로 그린 반차도는 발인하기 약 10일 전까지는 완성하여 확인을 받도록 정해져 있었다. 엄숙하고 장중하게 치러야 하는 행사였기에 수많은 참가자들은 미리 반차도를 통해 도상연습을 하고 행렬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숙지하였다...


어떻게 보면 설계도라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전체 시스템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명확하게 알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는 점인데 대부분 프로젝트에서는 그런 점이 무시되고 단지 부속 그 자체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긴 합니다.


...이처럼 개수실록이나 수정실록의 편찬 배경에는 정파간의 권력 다툼이 있었다. 그러나 수정본 실록을 편찬한 후에도 기존의 실록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여 후대에 역사적 평가를 바라는 기록 중시의 전통은 계속되었다. 결국 한 국왕에 관한 두 종류의 실록이 존재한 것에서, 붕당정치의 격화라는 시대적 상황과 함께 반대 정파에 의해 작성된 기록까지 보존함으로써 역사적 평가를 후대인들의 몫으로 남겨 두었던 조선시대인들의 투철한 기록정신의 전통을 확인할 수 있다...


사극을 보면 이런 막장도 없지 싶지만 기록 문화에 있어서 우리가 그런 상황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러면서도 기록 자체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엄격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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