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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1] 쌍방적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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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예약구매자에게 준다는 한정판 서화부채때문에 구매한 책입니다. 이전에 나온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흥미로운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저자와 함께 답사 여행을 떠나는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전 책에서도 비슷한 형식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의 내용은 배경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책을 읽는 동안에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부분은 역사를 교과서만으로 배워왔던 우리들에게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박노자는 '숙적' 왜국이 이렇게 백제를 지원했다는 사실이 한국인의 통상적 일본관과 배치되기 때문에 언급을 아예 회피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 점을 우리는 깊이 반성하고 우리의 고대사와 한일 관계사를 있는 그대로 보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민족주의의 세례를 깊이 받은 우리로서는 으레 고구려, 백제, 신라는 동족국가이고 왜는 외적이라는 전제하에 고대사를 인식하고 있지만 그것은 훗날의 이야기다.

한국와 일본이 완전히 남의 나라로 등을 돌리게 된 것은 700년 무렵 통일신라와 일본의 관계가 서먹해진 후의 일이다. 그전, 특히 한반도에 고대국가가 탄생하는 300년 무렵부터 668년 고구려가 멸망할 때까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왜 등 다섯 나라의 외교적 친소 관계는 자국의 이익에 맞추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누구와 누가 한편이었는지 모를 정도다...


어떤 책에서도 (물론 그런 책을 읽지 못해서 그렇겠지만) 일본과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한 책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역사를 서술하는데 있어서 관점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새삼 느끼게 하는 점이었습니다. 하여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은 이런 인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요즘 한일 관계와 국민 정서를 생각할 때 나는 두 나라 국민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할 이야기를 많이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한일 양국의 국수주의자들은 나에게 많은 화살을 퍼부을지도 모른다...



* 나름 한정판이라고 받는 부채인데 요즘에도 계속 책 구매시 증정을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품질이 더 좋아졌다는 ㅠㅠ


* 부채에 대한 이야기는 1편 마지막 '미야자키 남향촌' 장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그중 '논다'는 의미의 '유()' 개념은 그냥 노는 것이 아니었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도()에 뜻을 두고, 덕()에 근거하고, 인()에 의지하고, 예()에 노닐라.

志於道 據於德 依於仁 遊於藝


유어예(遊於藝)! 얼마나 멋있고 의미 깊고 즐거운 말인가. 그리고 또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이는 또 얼마나 신나는 얘긴가. 항상 답사라는 명분으로 놀러만 다닌다는 자책감이 있던 나에게는 구원의 말씀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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