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해부도감 - 8점
마스다 스스무 지음, 김준균 옮김/더숲

이외수 작가의 예전 책을 보면 짧은 글과 함께 도시의 풍경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몹시 부러웠습니다(그 도시가 부러웠는지도..) 하여간 지금도 그런 아기자기한 건축물 그림을 무척 좋아합니다. 이 책이 출판되었을때 제목부터가 맘에 들었고 당장에 구입하고 싶었지만 무슨일 때문인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야 책을 읽어보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소장하고 싶은 책이네요. 다시 살펴보니 '해부도감' 시리즈로 묶어서 나왔더군요. 다른 책도 다시 살펴봐야겠습니다.


그냥 건축을 위한 팁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가지도록 도와줍니다. 건축주가 설계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집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말이죠.

...여러분이 살 집을 설계하는 것은 설계자만이 아닙니다. 여러분 자신도 적극적으로 설계에 참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 반드시 참여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새로운 집에 기대하는 사항들이 바로 설계의 출발점이며 도착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건축주에게는 설계자에게 기대사항을 전달하는 일뿐만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되는 문제점을 설계자와 함께 해결해야만 하는 권리와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주택 안에 있는 동안 우리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 시간보다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훨씬 길다. 그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어떨까? 어쩌면 무목적과 목적의 공존이 '주택의 매력'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원래부터 무색투명하고 특이한 맛이 없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 것이다. 아마 무목적은 주택의 낮은 곳을 조용히 흘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흐르는 소리는 테이블과 의자라고 하는 멜로디가 기세를 올린 이후로는 잘 들리지 않게 되었다. 주택에 반드시 목적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 무목적성만 있으면 말이다. 건축의 모든 장르 가운데 유일하게 주택만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가능하다...


그리고 당장 집을 짓지 않더라도 생활 속의 상식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배수관 이야기는 항상 보면서도 몰랐었네요. 

...목조 주택의 벽 안에는 일반적으로 유리섬유를 솜처럼 만든 '글라스울'이라 부르는 단열재를 넣습니다. 그 이유를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벽 안에 공기층을 만들기 위해'라고 대답합니다. 그렇지만 '단열재를 넣기 전부터 벽 안에 공기는 들어 있지 않냐'고 말하면 모두들 대답이 궁해집니다. 벽 안에 단열재를 넣는 것은 '공기를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즉, 대류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기체는 '대류'를 일으켜 쉽게 열을 운반합니다. 단열재의 역할은 기체를 움직이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열은 분자 간의 거리가 짧을수록(밀집되어 있으면) 빨리 전달되고 멀수록 늦게 전달됩니다. 물질의 상태별로 비교하면 고체는 분자간 거리가 짧고 기체는 멉니다. 공기를 비롯한 기체가 '단열재'로 사용되는 것은 바로 이때문입니다. 단열이란 열을 차단한다는 의미보다 열의 이동을 늦춘다는 의미입니다...


...배수관을 그냥 방치하면 파이프에서 냄새가 올라옵니다. 그 냄새를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배수 트랩'입니다. 세면기 아래쪽에 둥글게 휘어져 있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항상 제일 늦게 만들어진 배수를 일정량 가두어둠으로써 냄새를 막아줍니다. '독은 독으로 제압한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Posted by 열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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