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 임춘성 지음/쌤앤파커스 |
멋진 신세계라고 하면 1932년 출간된 올더스 헉슬리의 책이 먼저 떠오를 겁니다. 물론 책을 읽은 분이 많지는 않겠지만, 제목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죠. 국내에서도 꽤 다양한 번역서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멋진 신세계"를 검색하면 당연히 헉슬리의 책이 먼저 나옵니다. 그리고 좀 뒤쪽에 나오는 것이 임춘성 저자의 책입니다. 나름 매력적인 제목을 끌어왔지만, 접근성 측면에서는 딱히 좋은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원작이 가지는 힘이 있어서.
저자의 책 중에 잘 알려진 책은 "매개하라 (2015)"이고 최근 "당신의 퀀텀리프"라는 책도 잘 나가는 모양입니다.
저자의 책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은 좀 독특합니다. 일단, 도입부를 읽으면서 이번 책은 "영어 천재가 된 * 대리" 같은 형식인가 싶었습니다. 일단 화자가 등장하면서 진행이 되고 있으니 말이죠. 아. 이런 책은 별로인데 싶었는데, 도입부에서만 그렇고 나머지 내용은 전달의 편의를 위해 화자가 등장할 뿐 말도 안 되는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언제부터 기술이 교양이 되었죠?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은 꼬질꼬질한 단무지 공대생들이나 열심히 파고드는 전공 중의 전공 아니었나요?...
...그러나 좀 더 교양 있게 보이려면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됩니다. 정의와 용도에서 딱 한 걸음만...
...사실 기술에 대한 알기 쉬운 정보는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문제는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입니다. 그러니 정보를 습득할 때는 '목적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왜 그것을 알아야 하는지 되뇌면서 습득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수많은 정보 중에 필요한 것만 보이겠죠...
책에서는 빅데이터, 로봇, 무인자동차,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핀테크, 가상현실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룹니다. 다른 책과 다르게 "목적의식"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체적인 설명의 톤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구난방으로 설명하는 다른 책과는 이런 점에서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분야는 너무 가볍게 다루거나 일부만 언급하는 부분도 있긴 합니다.
전체적인 설명이 어렵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읽기 괜찮은 책입니다. 하지만, 각 기술 트렌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중요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어서, 다 읽고 나면 뭔가 아는 척하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말은 농부가 흘릴 땀을 대신하고 병사의 목숨을 지켜주며 인류사에 혁혁한 공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빈둥거리며 건초나 뜯고 어쩌다 한번씩 쉬엄쉬엄 달리는 게 일과가 되었습니다. 업의 신세계에서 인간이 그렇게 되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나요?...
...클라우드와 관련한 명언이 하나 있습니다. "목적지로 가기 위해 버스를 사지 말고, 버스 티켓을 사라." 목적지에 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값비싼 버스를 왜 구입할까요? 그저 티켓만 있으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말이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웰스 파고의 창업자가 같다는 것도 첨 알았네요.
...웰스 파고는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로 당시 미국에서 영업점 숫자로 1위였고 인터넷 서비스도 최초로 제공했다고 합니다. 역마차 사업으로 시작한 웰스 파고는 그 역마차를 이용해 고객의 금괴를 빠르고 안전하게 운반하는 서비스를 하며 금융업으로 변신합니다. 금괴와 현금을 보관, 수송하는 것이 은행이 하는 일의 전부였던 시절이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닙니다...
시뮬레이션과 에뮬레이션의 차이를 여기서 알아가네요.
...시뮬레이션이 '소프트웨어적'으로 연출하는 것에 비해, 에뮬레이션은 '하드웨어적'인 기능을 실제와 같게 하는 것에 좀 더 비중을 크게 둡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기술들의 시너지가 폭발하는 굉음이 질풍노도와 같은 혁명의 외침입니다. 바로 이것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고요. 그렇다면 불 보듯 뻔하지 않겠습니까. 초연결이 만들어준 4차 산업혁명이 뉴노멀과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된 신세계를 가져오리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