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유현준 지음/을유문화사 |
저자가 출연한 알뜰신잡을 보았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아~ 방송에서 한 이야기들이 이미 책에 다 담겨져 있구나~라구요. 그렇다고 해서 책을 재탕한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구요. 방송에서 못다했던 이야기나 좀 더 깊은 이야기를 책에서 들어볼 수 있습니다. 방송을 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책이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찾아보니 이 책 외에도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많이 펴냈더군요. 사실 이런 일이 쉽지는 않거든요.
...글을 쓴다는 것은 건축 행위가 아니다. 하지만 건축가가 글을 쓰는 이유는 보편적인 의사소통의 도구인 글을 통해서 건축 전공자 밖의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왜냐하면 건축은 건축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주, 사용자와 함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제대로 된 건축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뜻을 모아야 한다...
몇 가지 딴지 잡을 이야기를 찾아보긴 했지만, 저자의 의도가 그런 것은 아니라 생각되기 때문에 그냥 기록만 남깁니다.
그는 또 좋은 건축물은 소주가 아니라 포도주와 같다고 말한다. 소주가 인간의 가치와 격리된 채 화학적으로 대량 생산되는 술이라면, 포도주는 포도의 종자는 물론, 토양과 기후 그리고 포도를 담그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술이란다
>> 소주가 모두 화학적으로 생산되는 술은 아니죠. 화학적이라는 말의 느낌도 좀 모호합니다.
지금은 건축, 패션, 산업디자인 분야 할 것 없이 모두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두고 작업을 한다. 반지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디자인한 자하 하디드 같은 건축가 모두 똑같이 ‘라이노’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같은 소프트웨어 명령어를 사용하는 두 디자이너의 결과물은 외관의 형태가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 소프트웨어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같은 명령어를 사용한다고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템플릿을 사용한다거나 같은 머터리얼을 사용한다. 뭐 그런 것이라면 모르겠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현재의 코엑스에서 넘쳐나는 사람 에너지는 낭비되고 시너지 효과도 없다. 그 이유는 각각의 사람들이 각자의 빌딩에 갇혀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개의 건물로 만들어진 콤플렉스는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대형 공간에 모여서 섞여야 한다. 아마도 원래의 계획은 모든 사람들이 지하 쇼핑몰로 모여서 섞이라는 의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의문점이 든다. 햇볕 잘 들고 통풍 잘되는 1층 광장을 두고 왜 굳이 지하실에 사람들을 모아 넣었을까?
>> 코엑스가 스타필드 코엑스로 바뀌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요즘에는 별마당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이런 이야기는 줄어들었죠. 코엑스가 1층 광장 공간을 잘 사용하지 못하는 건 뭐 여전히 마찬가지입니다만.
아마 알뜰신잡에서도 언급되었던 내용이었는데, 참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럽의 광장 주변에는 예외 없이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우리나라 학교 운동장 주변으로 그런 상점들이 들어선다면 운동장을 광장처럼 사용하면서 학교 중심의 공동체 형성과 학교의 보안 문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우리가 오래된 건축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도 살펴보면 중간중간 개축을 하면서 주요 요소를 제외하고는 다 바뀌었다고 하죠. 그런 가운데에서 이 부분은 정말 오래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론적으로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하드웨어를 무시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남대문은 재료가 오래된 나무이기 때문에 문화재가 아니라 그 건축물을 만든 생각이 문화재인 것이고, 그 생각을 기념하기 위해서 결과물인 남대문을 문화재로 지정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남대문이 오래 묵은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수백 년 전 조선인이 디자인하고 당대 최고 구축 기술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로서의 가치를 가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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