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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인사이드전통주

찾아가는 양조장 - 청산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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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녹수에서 만든 막걸리를 처음 만난 것은 찾아보니 2014년이네요. 그때 라벨에 써있던 문구가 "막걸리 전용효모 Y111-5균주를 사용" 뭐 이런 어려운 이야기라서 여기는 뭔가 연구 집단 같은 분위기인가 싶었습니다. 실제로 청산녹수 김진만 대표는 전남대 교수님입니다. 생명산업공학과 미생물공학 전공이랍니다. 그리고 전남대 안에는 "전통양조과학기술연구소"라는 곳이 있는데 연구소 소장도 맡고 있습니다. 뭔가 시작부터 다른 양조장입니다. 마치 만화 "모야시몬"을 보는듯한 느낌이랄까요 ~



청산녹수 양조장이 자리잡고 있는 곳은 "장성북초등학교"가 있던 자리입니다. 1941년 개교해서 1997년 장성성산초등학교로 통합되면서 폐교가 되었다고 합니다. 청산녹수 양조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교 소유권을 이전받아 2010년 양조장으로 시설 공사를 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건물을 활용한 양조장이라니, 처음 들었을때는 참 낭만적이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하네요. 교실 단위로 나뉘어진 건물을 생산시설이 배치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건물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구조를 만들지는 못했다는 것이지요. 실제 양조장을 돌아보면 투어에는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교실 복도를 따라서 쭈욱 돌아볼 수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내부에서는 각 단계별로 진행되는 프로세스가 작업자들 입장에서는 최적화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마치 주택으로 만든 공간에 식당이 들어선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규모가 작다면 괜찮겠지만, 대표님이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서 그렇지는 않은듯 합니다.



다른 시설이야 양조장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양조장 투어에서 대표님이 가장 많은 이야기를 하신 곳은 누룩을빚는 공간이었습니다. 판매하는 술을 위한 누룩을 빚기도 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다른 양조장과는 달리 여러 인위적인 요소들이 많습니다. 오래된 양조장의 누룩방이라면 자연적인 미생물의 작용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곳은 미생물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서 누룩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비를 만들어놓았습니다. 방문한 날은 이미 누룩이 다 만들어진 상태라 실제 어떻게 동작하는지는 보지 못했지만, 뭔가 도시에서도 누룩을 좀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누룩방에서 중요한 세가지 요소는 온도, 습도, 세균이라고 합니다. 청산녹수의 누룩방에서는 온도와 습도는 센서로 연결해 자동으로 제어를 하고 있습니다. 세균도 누룩방 입구에 초제(짚, 쑥대, 솔잎)를 넣고 누룩방으로 연결해 인공적으로 미생물을 제어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누룩을 띄우는 시기에는 4-5일 정도는 사람이 누룩방을 지켜야 한다고 합니다. 효모와 곰팡이가 사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중간중간 온도가 급하게 올라갈때는 강제적으로 온도를 내리지 않고 갈아쌓기 작업을 해주어야 한다는군요. 대표님은 갈아쌓기 작업도 자동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중이라고 합니다.



쌀로 만든 누룩(이화곡)은 보통 공모양이나 오리알 모양으로 만듭니다. 밀누룩처럼 납작하게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글루텐 때문이라고 하네요. 밀누룩은 글루텐 덕분에 상대적으로 쉽게 뭉쳐지는데 쌀누룩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표님은 이런 제약을 직접 성형기를 만들어 풀어내셨다고 합니다.


청산녹수에서는 누룩방에서 한달, 숙성방에서 세달 그리고 술을 빚는 과정에서 네달, 그렇게해서 맑은 술이 나오기까지 일곱달이 걸린다고 합니다. 



청산녹수에서는 막걸리만 생산하고 있는데 2018년에는 제품 라인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원래 올해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늦어져 2018년으로). 양조장에서 새로운 제품을 하나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제품 생산을 위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생산을 위한 설비도 필요합니다. 한번에 많은 시제품을 내놓긴 하지만 그 준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원하는 품질의 증류식 소주를 내리기 위해 직접 증류기를 설계하고 만들기도 했고, 다양한 누룩 연구도 신제품을 위한 준비였을 겁니다.



증류기도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과 좀 다릅니다. 다른 양조장에서는 전문 제조 업체에서 생산한 증류기를 사용합니다. 겉보기에도 뭔가 화려하고 있어보이는 장비인데 반해 청산녹수의 증류기는 뭔가 아마추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가장 실용적인 방식으로 증류 과정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직접 설계하고 주문해 만든 설비라고 합니다.



청산녹수에서 경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차이는 된장입니다. 누룩을 사용해 만든 된장이라고 합니다. 양조장에서 만든 된장이라니 참 묘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미생물 연구에서 시작된 양조장이 어디까지 성장할지 궁금하네요. 일본에는 양조학과가 따로 있지만, 한국 대학에는 양조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곳이 없습니다. 




청산녹수는 학교가 있는 공간에 들어와서 그런지 마을 입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속도로가 옆에 지나가고 있지만 작은 산을 끼고 있어 양조장이 자리잡은 풍경이 매력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양조장 옆에는 작은 공방이 위치해 있습니다. 협동조합 형식으로 운영되는 곳인가 봅니다.




청산녹수에서 만드는 사미인주에 사용하는 쌀은 유기농쌀을 사용합니다. 지역 내에서 유기농으로 생산된 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기농 쌀이 맛이 더 좋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겠지만, 어떤 쌀을 쓰고 있는지 직접 보고 알 수 있는 점도 찾아가는 양조장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청산녹수는 황룡강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황룡강을 따라 올라가면 장성호와 장성댐을 만날 수 있고, 내장산 백양사 방면으로 이어집니다. 댐이라고 하면 뭔가 거대한 시멘트 구조물이라 생각했는데 장성댐은 겉에서 보면 댐이라기 보다는 작은 언덕같아 보입니다. 1976년 36미터 높이로 만들어졌고 2011년부터 약간 높이를 높이는 사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내장산 단풍을 즐기기에는 살짝 늦은 일정이었다고 합니다. 11월 초까지가 딱 즐기기 좋은 시기였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일에 단풍을 즐기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와있었습니다.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백양사 가는 길목에서 만날 수 있는 쌍계루는 애국가에도 등장할만큼 그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라 합니다. 쌍계루 양쪽에 빨갛게 물든 단풍 사이로 사진을 담으려는 사람들도 항상 붐비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곳 풍경을 잘 찍은 사진을 보면 마치 거울처럼 반사되는 풍경이 아름답게 보여집니다. 포토샵으로 합성한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물결이 잔잔해지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라 하더군요. 언젠가는 그런 사진을 담아낼 수 있겠죠. 



* 관련기사: 

찾아가는 양조장 장성 청산녹수, 백양사 단풍과 같이 팸투어 진행

http://danmee.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20/2017112002346.html

황룡강을 노랗게 뒤덮은 코스모스 사이로 술 빚는 학교가 있다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17/2017111702337.html



* 청산녹수 홈페이지

http://www.bluegreenkorea.co.kr/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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