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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블로그

시인의 마을

열이아빠 2017.11.13 22:09

문학관이라는 것은 그냥 관광지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라 생각했습니다. 딱히 문학관이라는 공간 방문이 흥미로웠던 적이 없었나 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정지용이라는 시인은 개인적으로 작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분이기에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지용 시인은 1988년 해금되기 전까지는 그의 이름을 제대로 부를 수 없는 시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한국 현대시의 큰 획을 남겼고 이상,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 윤동주 등에게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고 합니다. 작년에 2016년 윤동주 시인의 모습을 그린 영화 "동주"에서는 배우 문성근님이 시인의 모습을 연기했습니다. 실제 윤동주 시인은 1917년생이고 정지용 시인은 1902년생이니 15살 정도 차이가 있지만, 영화에서처럼 너무 아저씨처럼 그려질 정도는 아니었나 싶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시인이라면 삶을 어떤 태도로 살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해. 솔직히 그걸 모르겠어. 난


때가 되면 내가 반드시 자네 시집에 서문이나 서시를 써주겠네. 약속하지.


침묵하고 있는 나도 부끄럽고, 술에 취한 나도 부끄럽고, 차를 마시는 나도 부끄럽고, 좋은 시인을 도와주지 못하는 나도 부끄럽고, 일본으로 유학가라고 권하는 나도 부끄럽네.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나?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네. 부끄러움을 외면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지.


영화 속에서 윤동주 시인은 정지영 시인의 "압천"을 가장 좋아한다고 합니다. 압천은 일본 교토의 카모가와를 이야기하는 것이라 합니다. 


압천(鴨川) 십리(十里)ㅅ벌에

해는 저믈어…… 저믈어……


날이 날마다 님 보내기

목이 자졌다…… 여울 물소리……


찬 모래알 쥐여 짜는 찬 사람의 마음,

쥐여 짜라. 바시여라. 시언치도 않어라.


역구풀 욱어진 보금자리

뜸북이 홀어멈 울음 울고,


제비 한쌍 떠ㅅ다,

비마지 춤을 추어.


수박 냄새 품어오는 저녁 물바람.

오랑쥬 껍질 씹는 젊은 나그네의 시름.


압천(鴨川) 십리(十里)ㅅ벌에

해가 저믈어…… 저믈어……


정지용 문학관은 시인의 고향 마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문학관이 자리잡고 있는 곳은 작가가 작품을 쓰던 집이 있던 곳이나 고향 마을 둘 중에 하나입니다. 약간 뜬금없이 특별한 연결고리는 없지만 지자체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진 곳도 있습니다. 문학관도 박물관의 일종입니다. 특정 작가의 문학관인 경우 작가와 관련된 자료들을 모아놓은 공간이 될 수 있고 특정 장르의 문학 자료를 모아놓은 곳도 있습니다. 박물관의 역할은 과거의 것을 관리하고 보여주는 것만은 아닙니다. 박물관의 특성에 따라 교육이 진행되기도 하고 문학관에서는 젊은 작가들에을 격려해주기도 합니다. 정지용 문학관 옆 건물 벽에 전시되어 있는 "정지용 문학상"은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지용 문학관의 공간은 넓지 않지만, 문학관의 절반 정도는 교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 각종 문학 행사가 열리고 시인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은 것이지요. 정지용 문학상 외에도 문학관에서는 신인문학상, 전국지용백일장, 연변지용시문학상, 지용청소년문학상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학관 입구에는 정지용 선생의 실물 크기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원래 문학관 초기에는 50대 정도의 시인의 모습을 만들었는데, 시인이 남겨진 사진이 30대 때의 모습이라 실물과 비슷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최근 다시 제작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너무 실물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들어오시는 분들마다 연기자가 아닌가 의심한다 합니다.



문학관 옆으로 감나무가 가득 열린 나무 아래는 정지용 시인의 생가를 복원한 공간입니다. 시인의 생가는 1974년 개발 과정에서 허물어지고 이를 1988년, 1995년 복원해 지금의 생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의 시 "향수"에서 그리고 있는 것처럼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있지는 않지만, 아이들과 같이 오면 1900년대 초 우리네 삶의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정지용 문학관은 옥천역에서 2.5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되고, 주차장이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어 차로 이동해도 괜찮습니다. 역에서 슬슬 걸어와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입니다. 역 주변에서도 시인의 시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문학관 주변에는 식당 건물 벽에서도 그의 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옥천군에서는 문학관을 중심으로 자전거길과 산책로를 조성했다고 합니다. 향수자전거길은 다양한 코스가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옥천군 관광 웹사이트에서 참조할 수 있습니다.

http://tour.oc.go.kr/html/tour/tourism/tourism_0106.html

또한 문학관에서 3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면 장계관광지가 나타나는데 시인의 시를 테마로 공원을 조성했다고 합니다. 장계관광지는 대전 엑스포 공원 이전에는 주변에서 꽤 큰 놀이공간이었는데 점점 찾는 이들이 줄어 쇠퇴하던 공간이라고 합니다. 그러던 것을 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 시인의 공간으로 새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시인의 흔적을 찾아왔다면 장계관광지까지 들렸다 와도 좋을 듯 합니다.

http://woman.donga.com/3/all/12/142743/1



정지용 문학관에서 10km 정도 내려오면 이원양조장이 있습니다. 양조장에서 새롭게 출시하는 우리밀, 우리쌀 막걸리의 이름이 "향수", "시인의 마을"입니다. 아직 시판되고 있지는 않지만, 시인의 마음을 담은 막걸리 한잔 하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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