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어느날 김훈 작가와 함께 하는 자전거 여행(진짜 자전거 타는)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화성시(화성시문화재단), 문학동네가 같이 진행하는 행사였고 참여 멤버 중 일부는 문학동네에서, 일부는 화성시에서 모집을 했습니다. 문학동네팀은 서울 어디선가(합정역)에서 버스로 출발을. 토요일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해 서신면사무소에서 출발해 공생염전, 궁평항, 화옹방조제, 매향리를 돌아오는 코스였습니다. 자전거 여행이 문학동네에서 다시 출간된 건 2014년 10월이었는데 뜬금없이 2015년에 행사가 진행된건 아마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가 출간되면서 뭔가 이벤트를 하느라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구매자를 우선 선정했다고~~
서신면 사무소에서 전체 코스를 도는 것은 약 20km 정도라고 하네요. 하지만 중간중간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어서 저녁까지 일정은 꽉 차있었습니다. 토요일이라 당연히 차가 막혔고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습니다. 출발 전 지역 전문가와 선생님의 강연이 있었는데 서울팀이 너무 늦어 먼저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뭔가 흥미로운 이야기였는데 아쉬웠습니다.
화성에서 참가하시는 분들은 개인 자전거를 가지고 온 분들도 있는데 화성시에서 자전서는 준비해주셨습니다. 기어가 잘 안먹는것 같아서 중간에 고생을 좀 했지만 뭐 이런 것도 호사입니다 ^^
면사무소 앞에서 가볍게 준비운동을 하고 공생염전으로 향합니다. 코스가 공생염전과 매향리는 반대 방향이라 공생염전을 갔다 와서 점심식사 후 매향리로 이동합니다. 염전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은 포장된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들어갑니다.
염전이라는 곳은 TV에서만 보고 직접 가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하긴 일부러 가볼만한 곳은 아니죠. 요즘 백년손님에서 자주 등장하면서 친근한것 같지만 말이죠. 생각보다 상당히 거대한 공간이었습니다. 단체로 견학을 자주 오는 곳이라서 그런지 안내를 위한 음향장비도 미리 마련되어있었습니다.
...염전은 갯가의 평야다. 바깥은 바다 쪽으로 펼쳐지고 안쪽은 야산에 기댄 마을에 닿는다. 염전은 폭양에 바래지며 해풍에 쓸리운다. 염전의 생산방식은 기다림과 졸여짐이다. 염전은 하늘과 태양과 바람과 바다에 모든 생산의 바탕을 내 맡긴 채 광활하고 아득하다. 염전은 속수무책의 평야인 것이다...
...소금창고는 지상의 모든 건축물 중에서 가장 헐겁고 남루해 보인다. 소금창고들은 멀리 떨어져서 군집을 이루지 않고, 시선의 방향으로 소멸하는 개별성을 이룬다. 소금창고는 공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의도를 들어내지 않는다. 오직 실용적일 뿐인 이 건축물은 어떠한 장식적 구조도 없이 필요한 선과 면 몇 개만으로 이 세상의 시공과 경계하고 있는데, 이 경계는 불려갈 듯이 위태로워 보인다. 소금창고는 이 위태로운 경계 위에서 햇볕과 바람에 풍화되는데, 검은 콜타르를 칠한 목재들은 색이 바래어지고 목질이 뒤틀리면서 풍화되는 것들의 속살의 결을 들어낸다. 소금창고는 역학구조를 이루는 선과 면을 공간 속에 녹여서 사실성을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풍화된다. 바닷물은 풍화되어 새롭게 태어나는 소금의 사실성을 이루고 소금창고는 풍화되어서 사실성의 멍에를 벗는다. 염전은 시간이 기르는 밭인데, 그 풍화의 끝은 신생이거나 소멸이다...
궁평항에서 매향리로 가는 길에 화성 방조제는 약 5km 정도 길이로 쭉 뻗어있는 길입니다. 요즘에는 모르겠지만 초기에는 긴 거리를 한번에 달릴 수 있어서 자전거 동호회에서 일부러 훈련을 위해 찾아오기도 했다 합니다. 서해 바다를 따라 뻗어있는 길이 처음에는 정말 아름다워 보이지만 중간쯤 가다보면 지쳐버리겠더군요. 마치 사막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대부분 차로 이동합니다) 한번정도는 가보아도 좋겠네요.
작가님은 일행 선두에서 움직이셨는데 이제는 예전같지 않으신지 중간 대열에 들어오셨습니다. 날씨가 좀 쌀쌀해서 다들 긴 바지를 입었는데 선생님만 짧은 바지를 입으셨다는~
...이 말라가는 갯벌은 인공과 자연, 연속과 단절, 물과 땅 사이에 끼어서 바래어지는 시간의 풍경처럼 보였다. 들어난 바다의 속살이 낮은 언덕과 고랑으로 끝없이 출렁거리면서 지평선에 닿는데, 언덕은 이에 말라서 허연 소금을 뒤집어썼고 고랑은 때때로 비에 젖어 아직도 습하다. 이 마른 갯벌의 한가운데 서면 언덕과 고랑은 전방위로 퍼져나가고 먼 언덕들이 소금기를 몰아가는 바람에 흔들려 시선은 자주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다시 시선을 수습해서 먼 곳을 바라보면, 언덕과 고랑들은 불쑥불쑥 마구잡이로 그 마른 갯벌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고랑들은 길게 구비치고 휘어지면서 이어져 나가고 언덕들이 그 언저리를 따라가며 솟고 또 잦는 것이어서 언덕과 고랑은 물의 흐름과 시간의 흐름에 실리는 계통을 이루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고랑과 언덕의 무수한 계통들은 마른 갯벌을 가득 채우며 합쳐지고 또 갈라지면서, 더 큰 계통을 이루며 이제는 막혀버린 바다 쪽으로 나아갔는데, 그 먼 쪽은 저녁의 어스름 속으로 풀어지면서 언어의 추격권을 벗어나고 있었다. 언어는 갯벌에 주저 않아 마땅했다. 바다의 속살 위로 자전거를 몰아가는 이 마른 갯벌의 낯선 풍경은 시간의 작용과 공간의 작용이 합쳐져서 이루어내는 생성과 소멸이었고 지속과 전환이었는데, 시간과 공간은 바다 물 밑에서 만나 시간도 아니고 공간도 아닌 세상을 열어내고 있었다. 거기서는 생성, 소멸, 지속, 전환 따위의, 어떠한 개념적 언어도 저 혼자서 독자적 의미의 힘으로 자립할 수 없을 것이었다. 아마도 저절로 되어진 모든 것들은 필연적일 것이고, 바다의 속살이 말라가는 이 갯벌에서는 필연이 자유의 반대말도 아니었다...
매향리에 있는 미군부대 자리는 평화생태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2015년에도 예정이었는데 아직 예정입니다.
작가님의 이야기를 적지 않고 녹음을 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바람소리 때문인지 잘 들리지 않더군요. 마이크를 쓰셔도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으셔서 ㅠㅠ 이럴 줄 알았다면 적어놓을 걸 그랬나봅니다. 지금 와서는 어떤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이 ㅠㅠ
매향리 마을 입구에 작은 전시 공간을 마련해놓고 있습니다. 수많은 포탄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이죠. 작가님 인터뷰 촬영을 하던데 어디서 방송을 한건지는 찾지 못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문학동네에서는 이런 감사장까지...민망하게 말이죠. 늦은 시간까지 애쓴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럼에도 작가의 자전거 여행은 이런 것보다 홀로 가는 길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렇지 않다면 길들이 몸속으로 흘러들어오기 쉽지 않을듯. 2년이나 지나서 뜬금없지만 페북에 2년전 이런일이 있었다고 알림이 올라오길래, 정리해봅니다. 안 그러면 그냥 사진첩에 묻혀있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