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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발견 - 8점
안도현 지음/한겨레출판

시인 안도현이 한겨레 신문에 연재한 글을 모은 책입니다. 연재할 당시부터 의도했는지 모르지만 주제별로 잘 정리가 되어 있어 책으로 각 주제별로 읽어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담겨져 있습니다. 2013년부터 1년 정도 연재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안도현의 발견 - 한겨레 신문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36766.html


해당 사이트에서 직접 읽어볼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천천히 가끔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남겨봅니다.


아이보다 훌륭한 시인은 없다. 시인이란 아이의 시절로 돌아가지 못해 안달하는 어른이거나 펜을 들고 겨우 아이의 흉내를 내보는 자다.


한국어에서 일본어로 흘러간 말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그 근원을 따라가다보면 방언을 따라가게 됩니다. 방언에 대한 연구가 없다면 그런 말의 흐름도 찾아가기 힘들겠죠.


전라도에서는 눌은밥을 '깜밥', 물에 끓인 걸 '누룽지'로 구별해서 부른다. 방언으로 치부하는 언어가 더욱 세밀하고 풍부하다는 것은 표준어의 빈약성을 드러내는 일이 된다.


하루에 한 장씩 찢어 넘기던 일력은 농촌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화장지가 없던 시절에 이보다 더 부드러운 종이는 없었다.


1970년대 초반 박정희 정부는 오일장을 없애거나 축소시키려고 무모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새마을운동에 저해가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정부는 오일장의 문제점으로 불공정거래 성행, 지나친 소비 조장, 농민들의 시간 낭비를 꼽았다. 소가 웃을 농촌 정책이었다.


아끼징끼 이야기는 예전에 쓰던 말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아끼징끼를 빨간약으로 수정해버리면 그때의 그 감성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외국인이나 그 시대를 살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지만 아끼징끼의 시대를 살던 이들에게는 빨간약과 같을 수는 없으니깐요.


표준과 규칙에 맞는 말이라고 해서 늘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지금 아까징끼는 약국에 없다. 수은을 함유하고 있다고 해서 시판하지 않고 있다.


내가 만나본 술꾼들은 대체로 술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마시는 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즐겨 찾는 해장국은 취향이나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아, 이 이야기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것도 방언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글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책 이름을 생강나무꽃으로 바꿀 수는 없겠죠.




지금은 참고서를 펼쳐보면 그 해답이 거의 나와 있다.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 혹은 동박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아주까리 동박아, 열지마라"로 시작하는 "강원도 아리랑"의 "동박"도 역시 생강나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인 이 귀화식물은 원래 가축사료로 쓰기 위해 들여온 것이다. 식량이 넉넉해지면서 사람들로부터 대접을 받지 못한 처지가 되었는데, 비료나 농약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덕분에 사라지지 않고 남게 되었다. 최근에 돼지감자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저칼로리 식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돼지감자 다이어트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민들레는 꽃이 지고 나면 그 자리에 씨앗이 맺힌다. 솜털이 붙은 낙하산 모양의 씨앗이 하나씩 날아다니니까 사람들은 그걸 '홀씨'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민들레 홀씨 되어"라는 80년대 대중가요가 착각을 부추긴 측면도 강하다. 민들레는 홀씨가 아니다.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이 시를 읽고 나서부터 그렇게 좋아하던 간장게장을 먹을 수 없었다는 독자들을 가끔 만난다. 미안하지만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내 시에 걸려든 것! 나는 여전히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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