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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겠습니다 - 6점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김미형 옮김/엘리

사실, TV를 보지 않아서,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멋지게 퇴사하고 성공적인 삶의 사다리를 타는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더군요. 너무 현실적이라고 할까요. 물론 저자가 독신이고 특별히 부양할 가족도 없기 때문에 부담이 없어서 저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합니다. 물론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런 것이 아니었을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서인지 서평을 보면 배부른 소리~라는 언급이 많습니다. 책이라는 것은 팩트를 체크하기보다는 책을 읽고 나서 읽기 전의 나와 다른 점을 발견하는 것이니깐. 각자에게 맞는 이야기를 찾아 마음에 새기면 되는 것이지요. 책 자체를 비난할 일은 아닌듯 싶습니다.


아프로 헤어의 대표 인물.

이 책의 첫 번째 교훈은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생각해보면 지난 시절에 오랫동안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나름 "공부"라는 것을 잡고 있긴 했어서 그랬는지 집에 있는 것이 불안해서였는지 독서실에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회사라는 굵은 동아줄을 놓아버린 나는, 세상의 이곳저곳에서 발견한 줄을 붙잡고 그런대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책이 이렇게 세상에 나오게 된 것도, 어떤 별난 분이 던져준 동아줄 중 하나인 셈이지요. 참으로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회사라는 줄을 놓아버리더라도 다른 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안한 이유는 회사 안에서는 그 줄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의외로 예민한 센서를 가지고 있고, 또 전파는 자연스레 동기화할 수 있는 상대를 늘 찾고 있습니다. 다만 집단 속에 있을 때에는 그 센서가 둔해지고 전파도 약해집니다. 그래서 회사원은 다른 사람들과 연결고리를 찾는 게 서툰 거죠...


회사를 벗어나 눈을 뜨게 되면 그 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보장은 할 수 없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센서가 다시 예민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깐요. 회사 자체를 나를 쥐어짜고 있는 적으로 보지 않고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좀 더 여유가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존해가는 곳이 아닙니다.

그걸 알게 되면 회사만큼 멋진 곳도 없습니다.

그리고 수행이 끝났을 때 당신은 언제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에도 나와있지만, 본인을 자유인, 미니멀리스트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보면 고개를 끄덕이지만 막상 닥치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풍요 속에 익숙하다가 그것을 떠나버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저자가 미니멀리즘을 강조하는 이유는 퇴사를 하더라도 돈 때문에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직거래 장터에서는 무는 찬바람이 불지 않으면 절대로 나오지 않습니다. 무가 없네, 아직도 안 나왔네, 아, 언제 나오나, 무 하고 목을 빼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제철이 되어 만나는 기쁨. 돌연 직거래 장터 선반 여기저기가 큼직한 무로 꽉 들어차게 됩니다...

...그러니까 직거래 장터는 내게 돈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어주었을 뿐 아니라, '없다'는 것이 '있다'는 것보다 훨씬 풍요로운 느낌을 주는, 그때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발상의 전환을 일으키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퇴사가 아니라 회사라는 존재와 나의 삶입니다. 퇴사하고 다른 회사로 다시 들어가는 것은 이 책에서 다루는 범위는 아닙니다. 다만 회사에 있더라도 일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다면 이 책을 읽고 나와 맞는 회사를 찾아갈 수 있다는 것도 의미있을 듯 합니다.


...일이란 원래, 사람을 만족시키고 기쁘게 할 수 있는 훌륭한 행위입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기뻐할지 고민하는 것은, 무엇보다 창조적이고 가슴 뛰는 행위입니다. 그건 돈이나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돈을 벌기만 하면 뭐든 해도 좋다는 것은 결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돈을 벌기만 하면 뭐든 해도 좋다는 것은 일이 아니라 사기입니다. 장기적인 눈으로 봤을 때 결코 회사를 위한 게 못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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