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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1 - 8점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민음사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전 읽은 성석제 작가의 "투명인간"이 생각났습니다. 글의 서술 방식이 약간 비슷하거든요. "투명인간"은 말을 하고 있는 나라는 존재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물론 스토리 상으로 인지할 수 있지만 말이죠. "내 이름은 빨강"에서는 인물 단위로 장을 나누었습니다. 몇몇 숨겨진 인물을 제외하고는 제목에 그 존재가 드러나있습니다. 사람 뿐 아니라 사물, 존재(?)도 이야기를 합니다. 마치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앞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죠. 또 독특한 서술 방식이 있는데 앞뒤 장의 연결관계를 이야기하는 주체가 알고 있다는 겁니다. 앞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으니~ 뭐 그런 식으로 표현을 하는 것이죠.


2권 분량이지만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대신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과 사건, 개념 때문에 읽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마치 "장미의 이름"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https://www.google.com/culturalinstitute/beta/asset/the-old-man-encounters-a-youth/2QEV5S-dNlVhag



1권에서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 문구를 남겨봅니다. 이 책은 세트가 없어서 ㅠㅠ 1, 2권의 기록을 따로 남깁니다.


여기 이렇게 누워 있으니 내가 두고 온 삶이 아무 일도 없는 듯 계속되고 있으리라는 생각마저 든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무한한 시간이 있었고, 내가 죽은 뒤에도 시간은 무한히 이어질 것이다. 살아 있을 때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나는 무궁한 암흑과 암흑 사이에서, 잠시 빛을 발하며 살았을 뿐이다.


바보들은 언제나 자신의 사랑이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일이라도 되는 듯 성급하게 마음을 드러내는 바람에 상대의 손에 칼자루를 쥐어주지요. 영리한 연인은 결코 서둘러 반응을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결론은, 서두르면 사랑의 열매가 늦게 맺는다는 거지요.


나는 너무나 드려워 울부짖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나의 비명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초록색으로 칠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둠에 잠긴 텅 빈 골목에서는 아무도 이 색을 듣고 있지 않으며, 내가 정말로 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본 것들, 나의 기억들, 나의 눈 모두가 두려움이 되어 서로 뒤섞였다. 다른 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온통 빨간색투성이였다. 내 피라고 생각했던 것은 빨간 물감이었고 손에 묻은 물감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멈추지 않고 뿜어져 나오는 내 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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