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를 신고 어슬렁어슬렁 - 나가이 가후 지음, 정수윤 옮김/정은문고 |
1부는 연재된 작품이고 2부는 따로 발표한 산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1부의 내용은 좀 가볍고 쉬운 반면 2부에는 인물이나 사건, 용어가 자주 등장해 읽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슬렁어슬렁 읽기에는 쉽지 않네요.
본문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또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습니다. 옛 지도를 가지고 산책을 해보는 것이죠. 그럴만한 지도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정말 낭만적인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옛지도로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다면 정말 슬퍼질듯.
...요즘 석판인쇄로 찍어내는 도쿄지도가 싫어 일부러 옛날 목판지도를 즐기는 건 아니다. 히요리게다 끌고 걷는 거리 모습을 옛 지도와 비교하노라면, 크게 애쓰지 않고도 오래전 에도와 오늘날 도쿄를 눈앞에서 직접 대조할 수 있어서다...
낭만적인 지도에 대해서는 요즘에도 그런 아기자기한 지도가 많이 나오니깐. 뭐 그렇게 부러운 일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그리는지가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도지도로 말할 것 같으면 다소 부정확하긴 하지만, 우에노와 같이 벗꽃이 피는 곳에는 자유롭게 벗꽃을, 야나기하라처럼 버드나무가 있는 곳에는 버드나무 실가지를, 멀리 닛코나 쓰쿠바의 산들을 조망할 수 있는 아스카 산에는 구름 저편에 산을 그려 넣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다양한 제작 방식을 아우르며 흥미진진하게 지도로서 요령을 갖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에도지도가 다소 부정확하다곤 해도 도쿄의 정확한 신식 지도보다 훨씬 더 직감적이고 또 인상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이 이야기도 정말 아. 그렇지 싶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같은 책이 필요한 이유도 혼자서 유적지를 찾아갈때 그 스토리를 마음 속에 담고 바라보기 위함이지요.
...명소나 고적은 어디라 할 것 없이 실제로 가보면 대체로 겨우 이건가 싶을 정도로 시시하기 마련이다. 다만 거기까지 찾아가는 동안 길이나 주변 광경 및 그와 관련된 부수적 감정에 의해 후일담이 될 만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이어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