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백일주(鷄龍百日酒)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공주시, 논산시, 대전광역시에 결쳐 있는 계룡산에서 가져온 이름과 백일동안 숙성해 빚는 술이라는 의미로 만든 이름입니다. 계룡산 능선이 닭의 볏을 쓴 용을 닮았다 해서 계룡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계룡이라는 이름은 삼국유사에서도 등장했다고 하네요.
계룡백일주는 충청남도 공주시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1992년에 제조장을 설립했지만, 충청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것은 그 이전 1989년입니다. 계룡백일주는 인조 반정의 공신이었던 이귀(李貴, 1557∼1633)가 왕실에서 하사받은 술 제조법이 이어져 만들어지는 술이라고 합니다. 보통 임금에게 술을 하사받는 경우는 많지만, 술 제조법을 직접 하사받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궁중술이라고 알려진 술도 직접 임금에게 하사받는 것이 아니라 궁중에서 술을 빚던 누군가 다른 이에게 전수한 술이 전해 내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계룡백일주는 임금이 즐기던 오리지널 술을 현대에 만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집니다.
계룡백일주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이귀라는 인물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아래 링크된 글을 참고하세요.
이귀 | 건국대 사학과 신병주 교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77&contents_id=64186
작년에 방영된 M본부 드라마 '화정(華政)'에서는 배우 장광 님이 역할을 맡으셨다고 합니다.
계룡백일주 제조장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것은 증류기였습니다. 2층 건물 높이인데 국내업체에 의뢰해 제작한 것이라고 합니다. 상압 방식과 감압 방식을 처리할 수 있어 각 증류 방식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이런 처리를 할 수 있는 기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2차례 실패를 겪고 3번째 제작된 결과물이랍니다. 1996년 제조장을 증축하면서 도입된 설비인데 여전히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약주 제조방식에서도 독특한 점은 냉동탱크에서 보관 과정을 거치면서 단백질 등 잔여물을 여과 처리하고 있습니다. 냉각 과정에서 잔여물이 분리되도록 유도하고 이를 걸러내는 과정입니다. 전통주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맛과 향을 해치지 않으면서 소비자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술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계룡 백일주는 그런 점에서 일찍부터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계속 개선해나가는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계룡백일주 패키지는 유독 도자기 제품이 많습니다. 홈페이지 연혁을 보면 2001년 민속주 최초로 한국관광명품으로 선정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계룡백일주 패키지는 약간은 부담스러운 커다란 도자기 형태가 아니라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선물용이 아닐 때는 병에 담긴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계룡백일주는 직접 운영하는 쇼핑몰뿐 아니라 전통주를 판매하는 매장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10년 숙성된 프리미엄 백일주는 현대백화점 명인명촌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수량이 많지 않아 시음은 할 수 없었습니다.
마침 방문한 날이 백제문화제 행사가 진행되던 날이었습니다. 이날 계룡백일주 시연 행사가 진행되어 계룡백일주를 만드는 모습도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시연은 누룩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계룡백일주에 들어가는 누룩은 통밀과 찹쌀을 같은 비율로 사용합니다. 한 번에 100개 정도 누룩을 만드는 데 일가친척이 모여서 하루에 만든다고 하네요.
누룩을 만들 때 독특한 점은 누룩틀을 쓰지 않고 항아리 뚜껑을 사용합니다. 여러 방법을 사용해보았는데 항아리 뚜껑이 크기도 적당하고 누룩을 만들때 단단하게 만들어져서 지금은 계속 항아리 뚜껑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밑술은 흰죽을 식혀서 누룩과 버무리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따로 물을 넣지 않고 흰죽에 있는 수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시연이기 때문에 모든 과정을 다 보여주는 것은 아니고 일부 재료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레시피를 안다고 해서 같은 술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임금께서 하사한 제조법을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겠죠 ^^
계룡백일주는 밑술의 발효 기간이 30일 그리고 술이 다 익기까지 70일을 합해서 1백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누룩을 밑술에 많이 넣고 덧술에는 적게 넣는데 그렇게 하면 누룩 냄새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계룡백일주는 너무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맛입니다.
계룡백일주(鷄龍百日酒)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7호, 식품명인 4-가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식품명인은 보통 숫자로만 지정이 되는데 이성우 명인처럼 어머니의 명인을 전수자로 물려받은 경우에는 숫자 뒤에 '가', '나'처럼 붙이는 듯합니다. 옥선주와 감홍로주는 정식으로 전수를 하지 않아(전수자가 되기 위해서는 뭔가 절차가 필요합니다) 실질적인 전수자임을 나중에 인정받아 다른 번호로 명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명인을 이어받은 것은 이성우 명인이 지금까지 유일하지 않나 싶네요.
* 계룡백일주는 계룡산에서 이름을 가져왔지만, 계룡산 바로 아래에 양조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계룡산과 좀 더 가까운 곳에 탁주 등을 만드는 "계룡양조장"이 있습니다. "계룡양조장"도 지역 내 양조장으로는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http://blog.daum.net/e-chungnam/3631
* 이번 여행은 "충남 맛기행 술기행" 프로그램에 참여해 다녀왔습니다.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사)한국술문화연구소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http://cafe.naver.com/urisoolschool/10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