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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힘의 격차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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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8점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창비

이 책 역시 창비 책읽는당 이벤트로 참여한 책입니다. 2016년 1월 이벤트였는데 모 방송국에서 방송된 프로그램 '엄마의 전쟁' 때문인지 새해부터 페미니즘에 대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이 책 역시 그런 논쟁의 한 가운데 있는데 이 책에서는 좀 더 본질적이고 역사적인 의미를 탐색합니다.


따로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모은 것이라 글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에세이 같기도 하다가 진지한 논문 이상의 탐구 활동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읽기에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은데 생각할 거리는 많이 던져놓습니다.


제목으로도 사용한 남자들은...이라는 표현은 문화적인 차이이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그런 문화가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은 여전합니다.

...남자들은 아직도 자꾸 나를 가르치려고 든다. 그리고 내가 알고 그들은 모르는 일에 대해서 내게 잘못된 설명을 늘어놓은 데 대해 사과한 남자는 아직까지 한명도 없었다. 아직까진 없었지만, 보험 통계에 따르면 나는 앞으로 사십 몇년쯤 더 살 가능성이 높으니 미래에는 어쩌면 그런 남자가 생길지도 모른다. 별로 크게 기대하진 않지만...


많은 논쟁에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모두 다 그런건 아니다..라는 주장말입니다. 중요한 건 그 사회에서 절대적인 힘의 격차라는거지요.

...확실히 밝혀두는데, 여자들도 이따금 남자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려 든다는 사실을 나도 잘 안다. 그러나 그것은 젠더 간 엄청난 힘의 격차가 악랄한 형태로 표출된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거니와, 젠더의 사회적 작동방식에 드러나는 거시적 패턴을 반영한 현상도 아니다...


폭력이 어떻게 시작하는지...비단 여성에 대한 폭력 뿐 아니라 다른 폭력의 양상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 남자는 자신이 고른 피해자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자유도 없지만 자신에게는 그녀를 통제하고 처벌할 권리가 있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폭력은 무엇보다도 일단 권위주의적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폭력은 내게 상대를 통제할 권리가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IMF에 대해서는 그냥 힘든 시기였다 이상의 학습은 부족했던것 같습니다. IMF가 바꾸어놓은 힘의 고착적인 구조가 돌이킬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버렸다는 것은 모르고 살았군요.

...IMF는 포식세력이었다. 개발도상국들의 문호를 열어젖혀 부유한 북반구와 강력한 초국적기업들의 경제공세를 겪게끔 만들었다. IMF는 포주였다. 어쩌면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1999년 씨애틀의 반기업 시위를 계기로 세계적 운동이 점화된 이래 IMF에 저항하는 대중봉기가 일어났고 그런 세력이 라틴아메리카에서 승리를 거두었으며, 그 덕분에 앞으로 벌어질 모든 경제논쟁의 틀이 바뀌고 있으며, 경제와 전망에 관한 우리의 상상이 더 풍요로워지고 있다...


...1981년부터 우리가 방향을 재고하기 시작한 작년 무렵까지 미국은 다음과 같은 정책을 취했습니다. 우리처럼 식량을 많이 생산하는 부유한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 그걸 팔아서 그들이 스스로 식량을 생산하는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고맙게도 그들이 산업화 시대로 곧장 건너뛸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요. 이런 정책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칸소 주에 있는 일부 농부들에게는 좋았을지 몰라도, 우리 예상대로 되진 않았습니다. 그것은 실수였습니다. 저도 그 실수에 관여했습니다. 저는 지금 다른 누그를 겨냥하려는 게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했습니다. 제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아이티가 자국민을 먹일 쌀 생산능력을 잃은 것에 대해서, 저는 남은 평생 책임을 느끼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 클린턴 세계식량의 날 유엔 연설 2010년

http://www.huffingtonpost.com/2010/03/20/with-cheap-food-imports-h_n_507228.html


법이 여성에게 불리하게 되어 있어도 오랜 시간동안 바뀌지 않았던 이유도 어떻게 보면 힘에 의해 도덕적인 규범도 만들어졌다는 것이죠. 법과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힘을 유지하고자 했던.

...최근에 많은 미국인들은 '동성결혼(same-sex marriage)'이란 어색한 용어를 '평등결혼(marriage equality)'으로 바꾸었다. 원래 이 용어는 동성 커플도 이성 커플이 누리는 권리를 전부 누릴 수 있었야 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렇지만 이 용어는 결혼이란 평등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라는 뜻도 될 수 있다. 전통적 결혼은 그렇지 않았다. 서구 역사에서 대부분의 기간에, 법은 결혼을 통해서 남편이 사실상 아내의 소유자가 되고 아내는 사실상 남편의 소유물이 된다고 규정했다. 혹은 남자가 주인이 되고 여자가 하인이나 노예가 된다고 규정했다...


...대부분은 가장 극단적인 감금을, 가장 궁극적인 삭제와 침묵과 실종을 추구하는 연인이나 남편이나 옛 배우자에게 살해된 경우이다. 그런 죽음은 이미 몇년 아니면 몇십년 전부터 여성이 집과 일상에서 협박과 폭력을 통해 침묵당하고 삭제된 뒤에야 발생할 때가 많다...


...'걷기의 역사'는 걷기뿐만 아니라 정처 없는 방랑의 역사와 움직이는 마음의 역사를 이야기한 책이다. 집이라는 껍데기는 보호막이면서 감옥이다. 그것은 바깥에서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친숙함과 연속성으로 이뤄진 외피다. 거리를 걷는 것은 사회에 관여하는 행위일 수 있으며, 봉기나 시위나 혁명에서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설을 때는 정치적 행동일 수도 있다. 그러나 또한 걷기는 몽상과 주관성과 상상력을 이끌어낸느 수단일 수도 있다...


카산드라 이야기는 이 책을 읽고나서 어디선가 다시 들었는데...좀 다른 관점이었다는...음 그런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카산드라 신화의 여러 버전 중 가장 유명한 버전에서, 사람들이 그녀의 예언을 믿지 않게 된 것은 그녀가 아폴론과의 섹스를 거부함으로써 아폴론으로부터 저주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까마득한 옛날부터도 자기 몸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과 신뢰성을 잃는 것이 연관된 일이라는 개념이 존재했던 것이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죠. 안전한 곳에 갇혀 있으라는...

...경찰관의 '잡년(slut)' 발언은 대학이 남학생들에게 강간하지 말라고 이르기보다는 여학생들에게 안전한 곳에 갇혀 있으라는-여기도 가지 말고 저것도 하지 말라고-말하는 데 집중하는 태도의 이룹였다. 이것이 바로 강간문화의 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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