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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인사이드전통주

찾아가는 양조장 - 해남 해창주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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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양조장 SNS 기자단 다섯 번째 탐방은 해남 해창주조장입니다. 지난 여름 남해 다랭이마을로 휴가를 다녀왔는데 그때는 직접 운전을 해서 몰랐지만 5시간 이상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정말 힘들군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서울에서 해남종합버스터미널로 가는 차를 타고 농어촌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열차로 오는 경우에는 목포역을 이용합니다.


자세한 교통 안내는 해남군 문화관광 페이지를 참조하세요.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명량대첩축제가 진행될 예정이라 관련 이벤트도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http://tour.haenam.go.kr/

http://www.mldc.kr/home/www/index.html


- 울돌목

명량대첩축제는 울돌목 주변에서 진행된다고 합니다. 이날 탐방 첫 번째 목적지도 울돌목이었습니다. 작년에 영화 명량이 천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영화 촬영지와 유적지로 울돌목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울돌목은 해남 화원반도와 진도군 사이에 있는 좁은 수로로 조류가 한국수역 중에서 가장 빠른 곳이라고 합니다. 보름과 그믐 때 빠른 유속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하네요. 실제 명량해전이 발발한 날이 1597년 9월 16일(음력)이었다고 합니다.



가장 빠른 유속을 볼 수 있는 시간은 21시 40분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어두워서 관찰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네요. '고뇌하는 성웅 이순신 상'이라는 어려운 이름을 가진 동상이 있습니다. 아마 밀물때는 바다 속에 살짝 잠기는 모습을 보이는 듯합니다. 다른 기사를 찾아보니 해남군에서는 '고뇌하는 성웅 이순신 상'을 상표로 등록했다고 합니다. 보통 다른 지역의 이순신 상은 긴칼을 찬 진취적인 이미지인데 이 동상은 해전을 앞두고 고뇌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 하네요. 해남 지역 조각가 이동훈님의 작품입니다.



울돌목에는 금강산 횟집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2008년 김대중 대통령이 방문해 오찬을 했다고 합니다. 입구에 크게 쓰여 있어서 마치 해남군에서 만든 것 같지만, 사실은 금강산 횟집에서 제작한~



- 천일식당

이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양조장으로 이동합니다. 점심은 해남 매일 시장 옆에 있는 천일식당입니다. 천변 옆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모습이 독특했습니다. 천일식당은 시장 입구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일부러 찾아오는 분들도 많은가 봅니다. 평일임에도 손님이 북적북적하네요. 식당 뒤쪽에 가면 할머니들이 연탄불로 직접 고기나 생선을 굽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더운 날에 선풍기 하나만으로 버티시더군요. 식당에서 일단 막걸리는 맛보기로 ^^



- 양조장 / 주조장

맛있게 점심을 먹고 양조장으로 이동합니다. 원래 간판은 벽에 붙어있는 형태였는데 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난 번 해남 양조장을 조사해보니 대부분 주조장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산이양조장만 양조장이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전라도 지역에서 주조장이라는 이름을 주로 사용한다고 하네요. 한자로 구분하자면 酒造는 술을 빚는 것이고 釀造는 술이나 간장, 식초 따위를 담그는 일이라고 합니다. 양조간장이라는 단어도 같은 한자를 사용합니다.

일본에서는 주조장 대신 주조소라는 표현을 사용하네요. 위에 소개한 NHK 영상에서도 해창주조장이 아니라 해창주조소(海倉酒造所)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술도가'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 1927년

간판을 자세히 보면 1927이라는 숫자가 보입니다. 해창주조장은 일본식 가옥과 정원으로도 잘 알려졌는데 1927년 시바다(柴田)라는 일본인이 해창마을에 들어와 쌀 창고를 운영하면서 살림집을 지었다고 합니다. 작년에 문화재청에 문화재로 등록을 신청했었는데 현재 가옥이 원형에서 일부 변형된 부분이 있어 부결되었더군요(근대 2014-02-019). 그렇지만 일본식 정원과 해남 지역의 수탈 흔적 등의 이야기는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2011년에는 이젠 80세의 노인이 된 시바다의 후손이 찾아와 NHK에서 소개됐습니다. 사장님이 직접 초청을 하셨다고 합니다. 사장님의 능숙한 일본어 덕분인지 일본에서도 많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아래 링크된 영상에서는 집안 내부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관련영상: NHKニュース「韓国で受け継がれる"日本の心"」

https://youtu.be/Tzw684ymaYY





2011년 한국전통조경학회지에 '해창 주조장 일본 정원의 공간구성원리 및 특성에 관한 연구'라는 글이 실렸는데 초록만 간단히 읽어도 해창 주조장 안에 있는 정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냥 보면 참 멋진 정원이구나 싶은데 이렇게 설명을 읽어보면 또 새롭네요.


...본 정원의 주건물은 신전을 모신 곳과2층 계단, 사면에 걸쳐 조성된 넓은 창, 미닫이문 등을 통해 일본식 건물임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쇼인자시키(書院座敷)의 특징적 건축물로서, 서원조정원 건축양식으로 조성 된 점이 확인된다. 더불어 건물 내부에서 바라본 관찰자 시점에서 축산(築山) 을 연못과 함께 정원의 주경관으로 보이게끔 의도화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원 중심부에 못을 파고, 다리를 놓고, 못 주위를 돌아다니며 감상하는 회유임천형(回遊林泉型) 정원으로 조성된 점, 그리고 앞산인 형제산을 차경요소로 도입한 점 등이 눈에 띄는 형식적 특성으로 보인다. 건물 전면의 정원은 현관에서 이르는 진입공간을 지나면서 시작되는데, 동쪽에 마운딩 처리된 교토오산을 형상화한 것은 시각적 강조요소이면서 정원을 구성하는 주요 모티프이자 컨셉(concept)으로 이해된다. 이 때 교토오산은 제l산을 시작으로 시계방향으로 5개의 마운딩 처리된 산 형태의 조형공간 구성으로 정원에 표현되는 인간과 자연과의 이상적 관계 및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마운딩조성을 통한 오산의 조성으로 일본정원 축산 즉 석가산의 규범적인 조영실태를 찾을 수 있는데, 이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나라시대의 헤이조큐【平城宮】 도인테이엔【東院庭園】 즉, 도인정원의 축산을 근거로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일본 고유 정원에 연못을 도입하고, 그 가운데 수미산을 만들어 세우는 등 불교에서 말하는 이상세계를 정원에 압축함으로써 작은 정원 공간에서 선의 경지를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해창 주조장 정원에서는 이끼정원으로서의 면모와 일본 고유의 조경 수목 그리고 생태적 식물 궁합(宮合)을 반영한 생태적 식재의도가 잘 드러나 있다...

http://riss.kr/search/detail/DetailView.do?p_mat_type=1a0202e37d52c72d&control_no=5029a67d4047fa11ffe0bdc3ef48d419



해남우리신문에도 일본 정원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곳이라 해서 소개가 되었습니다. 신문에는 1913년에 조정된 정원이라고 하는데 해창주조장에서 이야기하는 1927년이 더 정확할 듯 합니다. 곡식과 맞바꿔 자연석을 사들였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네요.


...이곳 정원은 1913년 정미소를 운영했던 소전이라는 일본인이 조성했다. 소전은 자연석을 곡식과 맞바꿔가며 사들였고 자연석과 정원수 간의 조화를 고려해 정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바위 하나, 나무 하나, 소품 하나하나를 철저히 조형예술에 맞춰 조성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정원과 함께 해창주조장도 이때 지어진 집이다. 지금은 원형이 많이 변했지만 2층 계단은 100여 년 전의 모습이 잘 살아있고 사면에 조성된 창과 미닫이 문, 신전을 모신 공간 등이 일본식 건물임을 보여준다...

http://www.hnwo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1571


- 작은병 2,000원

다른 양조장처럼 직접 구매도 가능합니다. 양조장 입구에 있는 냉장고에 신선한 막걸리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해창막걸리는 작은 병이 900mL 이고 큰 병은 1700mL 입니다. 해창주조장 대표님은 막걸리는 한 말 정도는 먹어야 하지 않겠나 라고 하셨는데 한 말이라는 단위가 정확하게 들어오지 않아 찾아보니 대략 1700mL 짜리 병으로 10병이군요. 음. 해창막걸리는 숙취가 없어서 한 말을 먹어도 괜찮다고 하시지만, 배가 불러서 그렇게는 먹지 못할 듯 ㅠㅠ



1700mL는 디자인이 조금 다릅니다. 2009년 해남신문을 보면 900mL 디자인도 지금과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조장 안내 책자를 보면 2009년부터 쌀막걸리로 바꾸었다고 하는데 그때 900ml 디자인만 변경하신 것이 아닌가 싶네요. 1700mL 디자인은 남원 이백주조장 막걸리와 비슷합니다.

http://www.h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520





- 시음

해창 막걸리는 첨가제를 넣지 않기 때문에 발효 기간이 15~20일 정도 걸립니다. 일반적인 막걸리 생산과정보다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쌀은 해남에서 생산되는 쌀을 사용하고 찹쌀과 쌀을 반씩 섞어서 사용합니다. 원주를 먹었을 때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데 찹쌀을 사용해서 그렇다고 하네요. 한산 소곡주 같은 경우도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는데 마찬가지로 찹쌀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시음은 4가지로 진행됩니다. 하나는 원주(전내기), 하나는 출고된 지 3일된 막걸리, 나머지 하나는 오늘 출고된 막걸리입니다. 그리고 시판되는 상품은 아니지만, 막걸리로 만든 식초도 맛볼 수 있습니다.

오늘 막 출고된 막걸리는 아직 발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달달한 맛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통 출고 일자에서 3일 정도 지난 막걸리가 맛있다고 하는 말은 그런 이유일 겁니다. 물론 맛이라는 건 먹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것이니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고요.




원주는 원액이라고도 하고 전내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영어로는 pure liquor 또는 undiluted liquor 라고 표현하네요(그날 외국인 참가자가 질문을 했는데 다들 정확한 표현을 몰라서 ^^). 보통 전내기는 따로 판매되지는 않고 양조장에 방문하면 시음을 할 수 있거나 원할 경우 조금씩 담아갈 수는 있는 듯 합니다. 양조장마다 조금씩 달라서 ~ 


* 겉으로 보기에는 전내기나 출고된 막걸리나 차이가 별로 없어서 계속 마시다 보면 무리하게 되는 단점은 있습니다.


* 마포 신동막걸리에서는 '원액'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더군요. 찾아보면 일부 주점에서 양조장에서 직접 전내기를 사들여 판매하는 것 같습니다.

http://shinnr.tistory.com/432


* 라벨에는 아스파탐이 포함되어 있다고 표시되었는데 최근에는 아스파탐을 넣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마 찹쌀을 추가하면서 맛을 보완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네요.


보통 날이 좋은 날에는 정원에서 시음 행사를 하고 비가 오면 실내에서 시음할 수 있는 공간도 준비되어있습니다. 실내 시음장에는 막걸리 제조 과정이 예쁜 일러스트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보통 저런 그림은 할머니들이 주인공인데 이곳은 아마도 두 분 부부의 모습을 그려낸 것이 아닌가 싶네요.

http://haechangmakgeolli.co.kr/

실내 시음장 천장에 달린 등은 마치 술을 거르는 데 사용하는 용수를 형상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벽에 전시된 용수와 너무 잘 어울려서 사모님께 여쭈어보았는데... 이케아에서 구매한 제품이라고 하시네요. 음 찾아보니 정말 있다는... 수제 전등갓이랍니다. 이케아 수석 디자이너 Nicolas Cortolezzis 작품이라네요.

http://www.ikea.com/kr/ko/catalog/products/30284115/



- 고두밥

쌀은 스팀 가마솥을 사용합니다. 1961년에 제작되었고 2011년에 개량을 했다고 쓰여있네요. 보통 막걸리 제조 과정에서는 쪄낸 고두밥을 식히는 과정을 거치는데 해창주조장에서는 쪄낸 고두밥을 물로 씻어냅니다. 쌀을 찌기 전에 씻는 과정이 있긴 하지만 쪄낸 밥을 물로 씻어서 만드는 것은 해창주조장만의 독특한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찾아낸 방법이라고 합니다.





- 해창

원래 양조장 건너편에는 포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변에 조세로 거둔 곡식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 건물이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아직 보존이 되어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녹슨 철판이 보이지만 내부는 상당히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 전북 완주군에도 이러한 창고가 보존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2013년 완주군에서 마을재생사업으로 양곡 창고를 갤러리, 카페, 박물관 등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사진을 보면 해창주조장 앞에 있는 창고와 내부 보존 상태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삼례 문화 예술촌은 2013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http://www.dom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993195

http://www.srartvil.kr/

http://www.auri.re.kr/upload/archive5/4.1.pdf


- 간척

우리나라의 간척과 관련된 역사는 고려 시대부터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수탈의 목적으로 간척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해창주조장 앞쪽은 고천암 간척 사업으로 바다가 사라졌는데 원래 60년대 사업이 검토되었다가 재원 문제로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http://contents.archives.go.kr/next/archive/viewArchiveDetail.do?archive_event_id=0000006758


그리고 1985년 다시 사업이 시작되어 1988년 사업이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정확한 명칭은 '해남지구 간척농지 개발사업'이고 개발면적은 3,711ha라고 합니다. 사업비가 총 1,470억 원이라는...

1985년 2월 시작해서 2004년 12월에 최종적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하네요.


매일경제 1985년 2월 6일



* 책자에 보니 해창주조장 홈페이지가 있더군요. 네이버 검색을 하면 블로그만 나왔는데 찾아가는 양조장 준비하시면서 홈페이지도 개편하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홈페이지 내 칵테일에 대한 내용도 있는데 찾아가는 양조장 체험 코스로 여러 가지를 준비하신다고 합니다. 현재 공개된 건 위에서 소개한 4가지 막걸리 즐기기~

http://haechangmakgeolli.co.kr/


관련기사: 90년 전 지어진 근대 역사 현장에서 해창막걸리를 만나다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9/09/20150909037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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