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서 먹는 반찬가게 - 사토 게이지 지음, 김경은 옮김/김영사 |
얼마전 읽은 <장사의 신>은 장사 그 자체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알려주었습니다. 김영모 명장의 <빵굽는 CEO>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해주었구요.
2013/01/04 - [책을읽자] - [장사의 신] 즐길 수 있는 사람
2013/01/09 - [책을읽자] - [빵 굽는 CEO] 그냥 명장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상황이 다릅니다. 일본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가업을 이어받은 가게 중 하나고 그냥 작은 슈퍼마켓의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가게에서 일했고 결혼 이후 줄어가는 매출에 대한 고민 때문에 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참가하면서 새로운 계기를 만나게 됩니다.
훌륭한 멘토인 오바야시 이사무 사장을 만나면서 슈퍼마켓을 새롭게 오픈하지만 1년까지는 큰 성과는 없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다른 가게와 차별화된 무언가를 고민하다가 시작한 반찬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끌어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뭔가 대단한 비결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이 이 책의 독특한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전국의 가정주부들'이다 라는 말처럼 판매를 위한 반찬이 아닌 가정에서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만든 것이 성공의 유일한 비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이치(さいち)가 추구하는 것은 가정의 맛이지 전문가의 요리가 아니다. 며느리가 그 집의 요리를 하나하나 익혀가듯이 직원들도 하나하나 외우고 배우면 된다.'
어떻게 보면 전문적인 조리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외식이 아닌 가정에서 항상 먹을 수 있는 반찬은 전문가의 손길이 아닌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그런 손길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초기에 전문가를 채용하기 어려워 시작된 것이지만 정확하게 소비자의 니드와 잘 맞아떨어진거죠.
'무농약, 유기농 재배, **산 사용 같은 부분만 중시하면 직원들이 거기에 의존하려 하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맛있게 만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
처음 읽었을 때는 잘못 읽은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뭔가 잘 팔리는 물건이라면 그 재료부터 다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것 마저 집안에서 만드는 반찬을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어쩌면 현대에 오면서 예전과 같이 집에서 만드는 반찬을 만나기 힘들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이 가게의 성공은 책을 쓴 사토 게이지(대표)보다는 부인인 스미코(전무)의 손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표적인 반찬인 오야기 역시 우연한 기회에 옛맛을 느끼고 싶었던 손님의 요구에 수많은 실패를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표님은 '적당히 해'라고 화를 냈다고 하네요.
오하기(おはぎ)라는 것은 팥으로 겉을 싸고 있는 떡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반찬이 아니라 카페에서 디저트로 팔기도 하나 봅니다. 하지만 사이치 오하기가 유명해진 이유는 집에서 만들어먹는 맛을 아주 잘 구현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키시야와 같은 매장에서 오하기를 판매한다고 하네요.
http://www.kishiya.co.kr/sub1/sub2.html
http://misao.cocolog-wbs.com/sige/2007/09/post_e4be.html
그리고 하나 더 성공한 기업이 아닌 가게의 특징은 지역사회 또는 시장에서 공존을 선택했다는 겁니다. 사이치 역시 공존이 아닌 수익을 추구했다면 프랜차이즈를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자신의 노하우를 모두 공개했고 여전히 고집스럽게 예전 방식을 고집하고 지역 상인과 신뢰관계를 끈끈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동네에서 서점과 빵집이 사라지고 구멍가게가 사라지는 것은 아무도 공존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당장은 조금 싸게 물건을 구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점점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대량으로 만들어진 물건 외에는 선택권을 가지지 못하게 됩니다.
뭔가 특별한 비법이 없어 아쉬울 수도 있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기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 이 책은 김영사 페이스북 SNS 리뷰어 참여로 읽게 되었습니다. ^^
https://www.facebook.com/gybooks
* 원제는 売れ続ける理由~一回のお客を一生の顧客にする非常識な経営法 입니다.
책에 소개된 신문광고 에피소드처럼 오하기 하나만 딱 올라와있는 표지입니다. 제목과 선전문구가 더덕더덕 붙어있어 좀 정신없이 보이지만 아마 겉표지를 벗기면 오하기만 딱 놓여진 이미지가 보여질겁니다.
여기에 비하면 번역서는 좀 이쁘게 표지가 나왔습니다. 오하기를 국내 독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겠지만 조금은 아쉽네요. ^^
'내가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신조는 공존공영이다. 모든 사람이 함께 성공하고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늘 마음속에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