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노래 - 김훈 지음/문학동네 |
김훈의 칼의 노래는 잘 알려져 있지만 현의 노래는 한 글자만 다른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김훈의 책 중 역사적인 사실을 배경으로 한 책은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칼의 노래가 그렇고 남한산성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같은 전쟁이라는 상황이라도 앞의 책들은 일본이나 명, 청나라와 같은 뭔가 적이라고 규정할만한 존재가 있는 반면 현의 노래는 가야라는 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누가 적이고 누가 우리편인지 명확하게 선을 그어놓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김훈의 소설은 개인의 초현실적인 이성에 대해 깊이 들어가는 편이라서 국가라는 존재가 어떻게 보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현의 노래는 다른 책과 구별되는 시기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꼭 이 책의 주인공이 누구냐라고 정해야 한다면 우륵이라는 인물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가야금을 만든 인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소설 자체가 작가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책머리에 밝혀놓았기 때문에 가야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우륵이 소리에 대해 고민했다는 것은 사실 우륵이 아니라 작가 스스로 고민한 것을 우륵이라는 인물을 통해 투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현의 다른 세설(에세이)를 보면 소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한 과정에서 소리에 대해 고민했을 수도 있고 말과 소리의 본질에 대해 오래 전부터 가졌던 생각을 우륵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 2010년에 3D 영화로 만들어졌을 예정이었다고 하네요. 영화 이야기는 2007년 이전부터 나왔나봅니다. 참고로 더 찾아보니 중간에 촬영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올해 다시 크랭크인 예정이었으나 정확한 일정은 알 수가 없네요.
2010년 주경중 감독 인터뷰를 보면 우륵과 아라(소설 중에서는 왕과 함께 순장될 궁녀였으나 왕이 죽기 전날 도망가서 우륵의 제자인 니문과 살다가 다시 잡혀 순장됨)의 사랑 이야기를 넣었다고 하네요. 소설에서 작가가 부여한 아라의 의미는 좀 더 큰 의미를 가지는데 영화에서는 잘못하면 그냥 전쟁 속의 사랑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 경북 고령에 대가야 박물관이 있는데 그 안에 우륵 박물관을 같이 관람할 수 있다고 합니다.
http://daegaya.net/02exhibit/03_01.asp
경북까지 가는 것이 어렵다면 서울에 있는 국립국악원 내 국악박물관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박물관도 있지만 직접 가서 보는 것이 더 좋겠죠.
http://www.gugak.go.kr/introduction/museum/online/onli_idx.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