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을읽자

100년을 따라가는 신갈나무의 삶

반응형
신갈나무 투쟁기 - 10점
차윤정.전승훈 지음/지성사

제목만 보면 사회과학 도서같은 이 책은
초판이 나온지 10년이 되는
나무로 치면 이제 청년기에 들어서려 하는
우리 곁에서 숨쉬는 나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투쟁이라는 나무에게는 낯선 단어를 제목으로 사용한 것이
조금은 어색하긴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투쟁이라는 말보다 하루하루가 전쟁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무들과 자연들에 대해 머리를 숙이게 됩니다.

신갈나무는 우리가 흔히 참나무라고 이야기하는 나무의
한 종류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100여년간의 신갈나무의 삶을 따라가며
나무의 이야기를 듣는것과 같은 느낌으로
그들의 삶에 빠져들게 됩니다.

10년이 넘게 많은 독자들을 나무의 매력에 빠지게 하고
감동받게 한 것은 사람의 생각으로 글이 쓰여졌지만
그 속에 나무의 목소리가 잘 스며들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도토리나무가 따로 있는거 아냐..라고 생각했던 저의 무지를 반성하며
그 외에도 많은 중고등학교 생물시간에 배웠음직한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전문적인 지식에 구애받지 않고 나무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내용을 다 지식으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 이야기속에 담겨진 느낌은 그대로 가져가실 수 있는거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http://cafe.naver.com/2005eco/501



대나무의 꽃이 필 때는 잎이 나지 않는다.
잎이 나지 않는 대나무는 양분을 만들 수 없으므로
한 번 꽃을 피우고 나면 영양 상태가 극도로 나빠져
회복하는 데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비축해 두었던 영양분의 거의 90퍼센트 이상을 꽃을 피우는 데 소모한다.

나무가 꽃을 피우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어떤 나무들은 꽃이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
저런 희생을 한다는 것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부 예외가 있겠지만 나무는 열매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부터 스스로 생명을 땅위로 올리는 때까지
부모의 도움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물론 부모가 충분한 양분을 가득 채워서 세상에 내보내주긴 하지만
일반적인 동물들과는 달리 자신의 운명을
세상에 내던지게 되는 원초적인 삶을 나무는 순간순간 맞이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유전학자인 바빌로프의 이야기는
조금 중간과정을 생략해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군에 점령당하여 도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굶어 죽었을 때,
이 연구소의 과학자들도 인류의 미래를 위하여
산더미같이 쌓아 놓은 식량 포대 옆에서 그냥 굶어 죽었다.
세계적으로 매년 바빌로프의 공적을 기리는 기념사업들이
이루어지는 것은 미래를 바라보는 과학자에 대한 당연한 예우이다.

바빌로프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찾아보면
굶어 죽은 것은 맞지만 시대적 상황에 의해
감옥에서 투옥중 굶어죽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죠.
아래 이야기를 같이 읽으면 바빌로프를 둘러싼 일화에 대해 쉽게 공감이 되실 겁니다.

“어느 쌀 품종 연구가는 쌀자루를 끌어안은 채 자기 책상 앞에 앉아서 죽었어요. 1985년 바빌로프 연구소에 갔을 때 책상 위에 음식이 있는데도 먹지 않고 굶어 죽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말에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바빌로프 연구소의 여자 직원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물어보자 잠시 나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그들은 모두 바빌로프의 제자들이었어요.’ 라고 답하더군요. 그 한마디로 족했어요.”
http://popsci.hankooki.com/news/view.php?news1_id=4085&cate=15&cate_seq=&page=1&news2_id=7270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사진들과
궁금한 내용을 쉽게 풀어주는 해설과 쉬운 표현은
어린 학생들에게도 나무의 삶을
좀 더 가까이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듯 합니다.

책을 읽고 나서 퇴근길에 선정릉 길을 걸으며
나무를 보고 있으면 아직은 소나무 외의 다른 나무들은
무슨 나무들인지 잘은 모르지만
왠지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것 같습니다.

왠지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고나서
가까운 곳에 있는 나무 한그루를 찬찬히 바라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저자중 차윤정 박사님은 숲 생태 전문 강사로도 많이 알려져 있더군요.
숲해설가라는 일도 왠지 흥미로울 것 같네요. ^^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