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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나는 부엌에서 과학의 모든 것을 배웠다] 요리는 '헤아려서 다스림'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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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독특한 이력 덕분에 매력적인 글이 나왔습니다. 요리를 하면서 과학을 익히기도 하지만, 과학을 하고 나서 요리를 배우는 건 또 다른 이야기일듯 합니다. 처음 몸에 익힌 것은 쉽게 벗어나기 어렵거든요.


빌바오 레스토랑은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모든 손님들에게 100%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다. 예약을 해야 냉동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식재료가 아닌 시장에서 막 도착한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저녁에 사용할 식재료는 오후에 배달되어 사용한다.


요리란 무엇인가로 시작해서 냉면에 왜 식초를 넣는거지까지 요리와 과학의 묘한 줄다리기입니다.


요리란 무엇인가? 어떻게 맛있는 음식을 요리할 수 있는가? 요리는 '헤아려서 다스림'을 의미한다. 영어사전에 의하면 '식재료를 가열하고 끓이는 것'을 뜻한다. 헤아리는 것, 가열하고 끓이는 것, 이것은 모두 과학이다.


주방기구를 선택할 때 열전도율은 중요하다. 구리 냅비는 열전도가 가장 잘되는 좋은 재질이긴 하지만 공기 중에서 쉽게 산화되어 푸른색 녹을 만든다. 그릇에 녹이 슬면 음식물도 상하거나 냄새가 나는 등 보관이 어렵기 때문에 최근에는 구리 재질을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을 주로 사용한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는 크고 무거운 팬이 유리하다. 왜냐하면 팬이 커야 식재료에 열을 뺏겨도 팬의 온도가 금방 떨어지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스테이크를 구울 때 팬의 온도가 내려가면 고기 안에 있는 육즙이 다 밖으로 흘러나오고 딱딱해져서 스테이크의 육질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다.


이처럼 메틸셀룰로스는 열을 가하면 젤을 형성하는 효과가 있어 핫(hot) 아이스크림 재료로 사용된다. 일반 아이스크림은 상온에서 다 녹아내리지만 이처럼 메틸셀룰로스 매질의 아이스크림은 높은 온도에서 더 단단해져 식감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배추에는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될까? 그때그때 다르다. 배추는 적어도 80% 이상이 수분인데, 수분의 양은 봄배추 다르고, 여름배추 다르고, 가을배추 다르고, 노지배추 다르고, 하우스배추 다르다.


냉면에 식초를 몇 방울 넣으면 신맛이 냉면 전체로 퍼지는 현상이나 티백을 물에 넣으면 차가 우러나는 현상이 확산에 속한다. 확산 속도는 시간당 얼마나 넓게 퍼지는가이다. 농도 차가 크고 분자가 작을수록 확산 속도는 빠르다. 용매의 점도에 따라서 확산 속도는 달라진다.


사과가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에 이런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군요. 그럼 조직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사과를 잘라야 하는건가?


사과 안에 있는 페놀은 페놀라아제라는 효소에 의해서 갈색인 멜라닌을 만들어내 사과를 갈색으로 변하게 한다. 자르지 않은 사과에서는 페놀과 페놀라아제가 각각 다른 조직에 있어 서로 반응할 일이 없지만, 사과를 자르게 되면 조직이 파괴되면서 효소와 기질물질이 서로 섞여 반응하게 되어 갈색인 멜라닝을 생합성하는 것이다. 멜라닌은 산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음식의 보존성을 높여준다.


Photo by Nicolas Ukrman on Unsplash



어떤 지역, 문화에서 익숙해져 있는 풍미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은 향과 맛으로 다가갈 수 있다. 그래서 음식을 먹을 때, 음식에 대해서 너무 비평하면서 먹는 것은 좋은 식탁문화가 아니다.


향신료들은 다른 음식이 지닌 고유의 향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단지 뇌에서 그 향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작용을 한다.


포도당, 과당의 당 분자는 온도가 일정할 때는 알파형과 베타형의 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평형상태에 있지만, 온도가 낮아지면 불안정한 알파형보다 안정한 베타형이 많아진다. 이때 베타형은 알파형보다 당도가 강하기 때문에, 차가운 과일일수록 더 달게 느껴지는 것이다.


당도는 설탕을 기준 1로 놓았을 때 과장 1.75, 포도당 0.75, 젖당 0.16, 아스파탐 180, 사카린 350이다. 당도는 탄수화물의 구조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


요즘에는 다 그렇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어디 가나 맛이 비슷하다는 오명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마시는 막걸리는 어떻게 보면 국적이 없는 술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수입해 온 쌀을 사용하여 일본에서 가져온 강력한 단일 발효균을 가지고 막걸리를 빚는다. 그래서 한국 어디를 가든지 맛은 거의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그 지역의 물과 맛을 내는 조미료의 차이뿐이다.


모여서 논의하는 것을 영어로 심포지엄(symposium)이라 한다. 이 말의 어원은 같이(sym)와 마시자(posium)라는 뜻이다. 다른 사람들과 마시면서 같이 얘기하고 소통하는 일이 오늘날 말하면 심포지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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