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프리미엄 막걸리라고 할 수 있는 제품들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어느 시점부터 어. 이런 술도 나왔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수의 술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작년 11월 MBC월드김치페스티벌, 막걸리학교 주최로 진행된 "2017 프리미엄 수제 막걸리 콘테스트"는 25개의 프리미엄 막걸리 제품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2017 프리미엄 수제 막걸리 콘테스트 수상작 발표
http://cafe.naver.com/urisoolschool/10920
대상 목록 제품을 쭈욱 보면서 아직 만나보지 못한 친구 중 하나가 두루전통양조에서 빚은 "삼선"이었습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기는 한데 낯선 이름이라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엄청난 것을 발견했습니다. 양조장 바로 앞에 논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찾은 사진은 어떤 기사에서 찾은 것이었으나 아래 사진이 더 임팩트가 있어서 ^^ 아래 사진은 두루전통양조 페이스북 커버 사진입니다).
https://www.facebook.com/1947542712128091/
마치 양조장을 배경으로 그린 일본만화 "명가의 술(夏子の酒, 개정판 나츠코의 술)"에 나오는 양조장 같은 분위기입니다. 만화에서는 직접 쌀을 재배하지만 양조장과는 약간의 거리가 떨어진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두루전통양조는 바로 문을 나서면 논이 펼쳐지는 풍경입니다.
오. 그렇다면 직접 재배한 쌀로 술을 빚는다는 것이겠죠. 송명섭 막걸리 외에 직접 재배한 쌀로 빚는 막걸리는 처음 만나봅니다(누룩은 직접 재배한 쌀과 밀을 사용해 만들고 고두밥 등에 사용하는 쌀도 재배한 쌀을 사용합니다. 다만 경작 면적이 그리 크지 않아 일부는 홍천 지역 쌀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쌀 품종은 대안이라고 합니다). 두루전통양조에서 농사를 같이 하게 된 배경은 좀 슬픈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천연발효를 시작할 무렵 시골이라면 무농약 농산물을 쉽게 구할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순진한 믿음이었다. 사실상 우리나라 논밭은 이미 농약으로 물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 당장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독성을 피하기 쉽지 않다. 최소한 몇 년을 노력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 이들 김 대표 부부는 농산물 구매를 포기하고 직접 무농약 재배를 결심했다고 한다.
http://www.cooknchefnews.com/news/newsview.php?ncode=1065583338667263
쌀 뿐 아니라 밀도 직접 재배하고 있습니다. 누룩을 만들기 위해서죠. 우리밀을 사용해 누룩을 만드는 곳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직접 밀을 재배하고 누룩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다른 농가에서 재배한 밀로 만드는 누룩의 품질이 나쁘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술을 만들기 위해 최적화된 밀을 재배하려는 시도는 직접 재배하는 농가가 아니라면 쉽지 않은 일이죠.
김경찬 대표는 “식초든 술이든 기초는 누룩입니다. 누룩 또한 좋은 재료로 만들어야 좋은 누룩을 만들 수 있어 쌀과 밀 무농약 농사를 직접 짓게 되었습니다.” 전통을 고집하다 보면 경제적 측면에서 손해도 될 수 있지만 언젠가는 알아주는 이들이 늘어나게 돼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믿고 있다. “그동안 이화곡과 밀 누룩을 어떻게 조화롭게 사용하고 어떤 방법으로 술을 빚어야 향기롭고 맛 좋은 술이 나올까를 연구한 끝에 우리만의 노하우를 갖게 되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biglifewinner
"삼선"에 대해서 양조장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술을 빚는 과정을 보면 술을 광목천으로 짜내는 과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삼선"은 항아리에서 숙성한 술을 그대로 담아내었다고 합니다. 아래 기사에서는 "전통주의 맛"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집에서 술을 빚으면 항아리에서 숙성하고 있는 술을 그대로 퍼서 내놓았다는 가정(누구도 직접 보지는 못했으니)에서 "전통주의 맛"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듯 합니다.
이 술은 알코올 10%의 프리미엄 막걸리다. 전통누룩으로 술을 빚어 그야말로 입에 착 붙는 술이다. 항아리에서 바로 떠내 원액의 생생한 전통주의 맛 그대로를 담고 있다. 더불어 세 명의 정승이 난다는 풍수명당인 삼선대의 좋은 물과 땅의 기운을 담았다고 한다. 이 술 한잔 하면 정승이 될 수 있으면 오죽 좋을까.
그렇다면 막걸리가 거칠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 마셔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양주로 만든 술이고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2개월이 지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변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드라이한 술(송명섭 막걸리 같은)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뭔가 불편한 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즐기기에 부담없는 술이 바로 "삼선"입니다.
흔들지 않은 맑은 상태에서는 노오란 빛깔이 맑은 술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살짝 흔들어주면 그 하얀 빛깔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삼선"이라는 이름은 "삼선대"라는 지명에서 가져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홍천뉴스에 연재된 홍천 기행문에 그 유래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 이미지를 가져와 화가와 동화 그림 작가의 도움으로 패키지와 라벨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삼선대는 가목소 건너편의 아담한 마을이다. 허씨들이 터를 잡고 살던 곳이다. ‘논골’에 이어지는 비탈진 구릉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여느 마을과 다르지 않지만 세 장승이 날 명당자리가 있다하여 ‘삼선대’, ‘삼성당’, ‘삼상당’이라 부른다.
http://www.hcsinmo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8500
양조장의 정확한 이름은 "농업회사법인 두루주식회사"입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비전과 미션을 살펴보면 "두루"에서 하고자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홍천에 자리잡은 이유도 이런 비전 아래에 계획된 것이라고 합니다.
VISION
- 최고의 발효비전으로 건강과 행복을 함께 나눕니다.
- 청정자연의 맑고 좋은 기운과 전통의 맥을 실어 최고의 맛과 향을 전합니다.
MISSION
- 농업인의 소득을 증진하는 고향기업으로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으로 복지를 향상!
- 전통누룩, 전통주, 전통식초 등 전통의 맥을 살려 제품을 복원, 개발, 생산, 판매 및 서비스업까지 연계 협동하는 사회 경제 모델을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 페이스북에서 김경찬 대표님을 검색해보면 같은 인물이 2건 검색됩니다. 예전 직장 생활할때 사용하던 계정과 두루를 시작하면서 만든 계정인듯 합니다. 예전 계정은 아직 살아있긴 하지만, 더 이상 업데이트는 되지 않습니다. 혹시 친구신청을 하시고 싶으시다면 두루전통양조 계정으로~
* 입사동기가 퇴사동기가 되는 묘한 인연이었군요. 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때 양조장을 가업으로 이어받지 않았다면 뭔가 독특한 이력이 필요하기도 한데, 이런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두 사람 모두 공학 전공이라면 뭔가 기술적으로 최신 기술을 활용해서 술을 빚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지도 않은 듯 합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기법과 자연에 의존하는 방식이죠. 결국 사람이 먼저라는~
이들 부부의 만남은 천생연분이라고나 해야 할까. 두 사람 다 대학에서 정보통신공학(대학은 다른 곳)을 전공하고 95년에 KT에 입사했다. 신입사원 교육 때 만난 것이 인연이 돼 사내 결혼을 했다고 한다. 53도짜리 증류주가 항아리에서 발효되고 있다. 기자에게 맛 보라며 한 잔을 권했다. KT라는 굴지의 회사를 다니지만 항상 농촌이 그리워 언젠가는 귀농을 해서 생활해 야겠다고 부부는 결심한다. 틀에 짜여 생활하다보면 하나의 톱니바퀴에 지나지 않는 삶보다는 대자연과 더블아 살고 싶은 욕망이 용솟음치던 차에 2014년 명예퇴직을 할 수 있는 찬스가 왔다. 그래서 꿈을 위하여 부부는 사표를 쓰고 퇴사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 백웅재 세발자전거, 미식사전 대표가 럭키박스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우연인지 박스 안에 "삼선"이 들어있었습니다. 앗. 삼선은 아직 남아있는데~라고 아쉬움이 살짝 있었지만, 이것도 인연인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