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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맛이야기] 식은 고구마가 맛있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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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이야기 - 8점
최낙언 지음/행성B(행성비)

올해 봄 도깨비책방에 참여해서 받은 책입니다. 저자의 다른 책과 달리 나름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전에 읽은 책이 너무 어려워서 그렇게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스토리가 있는 책은 아니라서 참고자료로 두고 두고 읽을만 합니다. 혹 의문나는 내용이 있다면 웹에서 다른 자료를 찾아보면 되겠지만, 이 책만큼 정제된 자료를 찾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실용적인 오해에 대한 언급도 볼 수 있습니다. 충치 이야기를 읽고 밥 먹고 바로 이를 닦아야지 생각했는데 오래 가지는 않더군요. 충치균이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나 봅니다.

흔이 단것이 치아에 나쁘다고 하는데 실제로 치아를 손상시키는 것은 당이 아니고 산입니다. 당은 단지 충치균의 영양원이 될 가능성이 있을 뿐입니다. 충치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음식물이 치아와 들러붙어 있는 시간입니다.


스코빌 척도에 대해서도 궁금하긴 했는데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매운맛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을 사람의 느낌으로 측정했다고 하는 것이 놀랍네요. 물론 요즘은 저렇게 측정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1912년에 그렇게 했다는 것이지요.

매운맛 정도를 표시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1912년 미국 화학자 월버 스코빌(Wilber Scoville)이 창안한 '스코빌 척도(SHU)'입니다. 인간의 혀만큼 정확한 매운맛 측정 도구는 없다고 주장한 그는 고추 추출물을 매운맛이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설탕물에 희석한 뒤 설탕물과 고추 추출물의 비율로 매운맛 강도를 측정했습니다.


다른 자료를 찾아보면 스코빌 척도가 절대적인 자극 수치는 아니라고 합니다. 높은 스코빌 척도를 가진 음식도 잘 먹던 사람이 더 낮은 낯선 음식의 통증을 심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깐요.

고추를 먹으면 캡사이신이 TRPV1을 자극하고 TRPV1이 활성화되면 몸은 화상을 입은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리고 뇌는 화상의 고통을 덜어줄 진통 성분인 엔도르핀을 만들어 몸을 위로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합니다. 그래서 진통 성분이 분비되는데 실제로는 화상을 입은 것이 아니므로 통증은 금방 사라지고 묘한 쾌감이 남습니다. 매우 위중한 상황으로 감각했는데 실제로는 전혀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화끈거리는 느낌이 사라지면 은근한 시원함이 남는 것이죠.


물맛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맛 좋다고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곤 하지만 실제 느껴본적은 없네요. 정말 목이 타는 순간 마시는 물이 정말 달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런 또 다른 문제인듯.

물맛은 주변의 온갖 영향을 받습니다. 물을 마시기 전에 무엇을 먹었느냐에 따라 물맛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신 음식을 먹은 후라면 살짝 단맛이 나고, 짠 음식을 먹은 후라면 미세하게 쓴맛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은 맛의 바탕이기도 하지만 물성의 바탕입니다. 탄수화물,  단백질은 물이 없으면 그냥 가루일 뿐이고 적정량의 물이 있을 때 비로소 물성이 만들어집니다.


Photo by Henri Meilhac on Unsplash


아. 그래서 레인지로 데운 고구마가 맛이 없었군요. 그런데 개인적인 취향인지, 그냥 식은 고구마가 더 맛있습니다.

전자레인지로 요리한 고구마는 단맛이 적어 맛이 없습니다. 고구마 속에는 아밀라제라는 당화효소가 있는데 50도 전후에서 활발하게 작용하면서 고구마의 전분을 달콤한 당으로 바꿉니다. 온도가 낮으면 효소가 잘 활동하지 못하고 너무 높으면 효소가 변성되어 활동이 중지됩니다. 고구마를 맛있게 익히려면 50도 전후의 온도를 얼마나 충분히 유지하느냐가 관건인 것입니다.


아래 이야기는 딱히 공감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싼 음식이 기대치보다 부족할 때 아쉬움이 더 크긴 합니다만.

똑같은 와인에 싼 가격과 비싼 가격을 붙이면 우리는 비싼 와인을 더 맛있다고 느낍니다. 그것은 결코 우리의 속물근성 때문이 아닙니다. 뇌가 맛 정보와 가격 정보를 따로 받아들인 후 맛의 정보에 가격 정보를 반영해 비싼 것이 더 맛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뇌는 가격 정보를 보자마자 입과 코를 개조하는 것이죠. 비싼 와인은 맛있고, 싼 와인은 맛이 덜하게 느껴지도록 감각 자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감각이 생존을 위해 절대적인 감각 대신에 재구성된 상대적 감각을 선택했기 때문에 한편으로 자신이 잃어버린 절대적 감각을 동경하기도 합니다.


역시 훈련의 효과인건가요. 축적된 경험의 산물인지.

소믈리에의 뇌를 찍은 영상 자료를 보면, 와인의 맛을 볼 때 비전문가의 뇌와는 상당히 다르게 활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믈리에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 그의 뇌는 맛과 냄새의 정보가 수렴하는 영역에서의 활동이 강화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영역에서의 활동이 강화됨으로써 소믈리에는 향미의 효과를 보다 섬세하게 지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방송되고 있는 백종원의 푸드트럭에서도 이런 이야기가 가끔 등장하죠. 이 책은 읽어봐야겠네요.

최근 우리나라에 대표적인 음식 칼럼니스트이자 매니저임을 자칭하는 김유진님이 쓴 "장사는 전략이다"라는 책을 읽었는데 이렇게 실천적이고 체계적인 책이 나올 수 있다니 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단순히 입과 코를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뇌를 즐겁게 하기 위한 온갖 방법이 총망라 해 등장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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