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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에어비앤비 스토리] 소통하는 법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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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스토리 - 8점
레이 갤러거 지음, 유정식 옮김/다산북스

5월 연휴 기간동안 충청 지역을 여행하면서 숙소를 알아보았는데, 좀 규모가 있는 경우에는 선택할 수 있는 숙소가 많았지만, 작은 동네에는 숙소를 찾기 어렵더군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에어비앤비를 알아보았는데 역시 없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사업적으로 운영하는 쪽과 도시의 젊은 세대 중심이라 그런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농촌이나 작은 동네를 찾아보면 빈방이나 숙소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에어비앤비에서 그런 쪽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좀 큰 도시의 에어비앤비는 가격대가 넘 비싸서. 사진은 좋아보이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더군요.


국내에서 호스트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쓴 책도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그런 책을 찾아보면 될 것 같구요. 이번 이야기는 창업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에어비앤비는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단지 새로운 시스템을 바탕으로 생활 방식과 소통하는 법을 변화시킬 뿐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앞에 쓰나미처럼 밀려올 4차 산업혁명의 본모습이다.



Photo by nomao saeki on Unsplash


처음에 창업자들은 책을 쓰는 것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창업자들의 생각을 잡지가 아닌 책으로 낸다는 것은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독자들은 궁금하겠지만, 나중에 흑역사가 될 수도 있고.


책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특정 시점의 회사를 독자들에게 각인시킨다는 점입니다.


사실 민박이라는 개념이 기존에도 있었는데, 다른 경험이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은 공감되지 않습니다. 성공의 요인은 시스템에 가깝겠죠.


이 회사는 기존의 호텔 업계와는 달리 특별하고 색다른 경험을 여행객들에게 제공했다. 즉, 오히려 약간은 허술하고 불완전한 여행 경험이 일반적인 호텔에서 묵을 때와는 다른, 조금 더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본문 중에 Y콤비네이터 폴 그레이엄과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어떻게 보면 Y콤비네이터 경험을 통해 회사가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었으니 말이죠. 


나중에 그레이엄은 그들이 합격한 진짜 이유가 '시리얼박스'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들이 5달러짜리 시리얼을 40달러에 사도록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 에어베드 위에서도 잠을 자도록 설득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먼저 그들에게 고객이 얼마나 되냐고 물었는데, 있어봤자 겨우 100명뿐이라고 대답했다. 그레이엄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서비스가 괜찮다'고 여기는 고객이 100만 명 있는 것보다 '서비스를 사랑하는' 100명의 고객이 있는 게 훨씬 더 낫다는 뜻이었다.


두 사람은 고객과의 이야기를 통해, 그리고 직접 온라인으로 숙박을 예약하고 고객의 집을 찾아가면서 책상 앞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었던 가르침을 얻었다.


성공적인 아이디어 덕분에 성장한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성공한 기업들을 보면 과거에는 늘 형편없었으니까요.


그들이 존경하는 기업들 모두가 '강력한 미션'을 갖고 있으며, '핵심 가치'로 단단히 무장돼 있음을 깨달았다. 그 기업들은 미션과 핵심 가치를 조금은 과하다 싶을 만큼 고객과 이해관계자, 주주들에게 주입시켰고, 조직 내부의 행동 방향을 가이드하는 데에 일반적인 원칙으로 사용했다.


어떻게 보면 에어비앤비는 엔지니어를 잘 만난 덕도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정말 유용한 기능들을 배치했고 이런 기능이 보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었으니 말이죠. 가끔 보면 아이디어는 좋지만 좋은 엔지니어를 만나지 못해 시스템이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여기에 창업자들은 자신들의 디자인 영웅인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으로 노래를 들으려면 세 번 이상 클릭해서는 안 된다'는 '클릭 세 번의 원칙'에 입각하여 사용자들이 예약을 할 때 가능한 한 세 번의 클릭만으로 완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에어비앤비의 성장은 다른 호텔 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특히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프로세스를 사람이 직접 수행하는 것으로 바꾸었다는 하얏트 사례는 최근 어디선가에서도 본 것 같더군요.


하얏트의 CEO인 마크 호플라마지언은 프로세스, 정책, 매뉴얼 등을 뜯어고침으로써 더 많은 감성적 요소로 게스트의 여행 경험이 채워지도록 했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 의존하지 않고 눈과 눈을 마주한 상호 작용을 늘리는 방안으로 체크인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부동산 관련 서적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과잉 공급된 주택 상황에서 에어비앤비는 어떻게 보면 적절한 시기에 사업이 잘 펼쳐진 것이지요. 


세바스찬 융거가 자신의 책 '종족(Tribe)'에서 지적했듯이, 우리는 지금 사람들이 아파트에 홀로 살고 아이들은 각자의 침실을 가지고 있는, 인류 역사상 첫번째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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