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쁜 기업 보고서 - 김순천 지음/오월의봄 |
제목처럼 나쁜 기업만 있는 건 아닙니다. 정혁준 기자님의 스카니아 공장 르포도 담져져있고 사회적 기업 심원테크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기업과 학교(대학교)의 이야기는 가까운 곳에 있는 것들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는 시기에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도 비교할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알 수 없는 압력과 옆자리에 있는 직원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들이 돌아다니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데 1년이 넘게 걸린듯 합니다. 재미있게 읽을 수 없는 수만은 없는 책이었기 때문에 그랬고 이런 일이 정말 있는건가 찾아보느라 멈추기도 했습니다.
특히 중앙대학교 이야기는 정말 그랬을까 싶지만, 요즘 이화여대를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러한 알 수 없는 폭력은 자신도 모르게 생기기도 합니다. 돈이나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가장하고 벌어지는 일이죠.
얼마 전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에서 이런 장면이 있었습니다.
신혜선(차시아 역)은 이날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나영희(모유란 역)가 가져온 커피를 마신 직후 그대로 뱉고, 자신이 매번 먹는 커피를 가져오지 않았다며 짜증을 냈다. 신혜선은 공정무역커피만 고집했던 것이다.
나영희는 먼 외국에서 일하는 커피 농장 노동자뿐 아니라, 가까이 있는 사람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지 않냐고 일침을 놨다. 그러나 신혜선은 반성하는 대신, "날 가르치는 거냐"고 되물었다.
정의를 주장하면서도 정말 자신 주변에서는 권위를 행사하고 타인을 무시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행사하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나머지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죠. 이 책에 담긴 가해자들 역시 어느 시점에서는 피해자가 될 수 있고 어디선가는 참 성실하고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될 겁니다. 절대적인 나쁜 기업이 존재하기 보다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나쁜 기업을 정당화하는 것이지요.
드라마에서 나온 이야기처럼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그 사람만이 아니라) 챙긴다면 나쁜 기업은 조금씩 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