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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데미안] 나는 자연이 던진 주사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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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8점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인순 옮김/열린책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워낙 많이 인용되는 책이라 어린 시절에 읽지 않았을까 했는데 이번에 책을 펼쳐보니 그 스토리 자체가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지더군요. 기억이 사라진건지 아님 진짜로 책을 첨 읽은 건지 명확하지 않지만 어찌되었든...


단어 자체가 이해되지 않아 국어사전을 찾아본 것도 오랜만이네요. 다른 책이라면 대충 넘겨 읽었을텐데...왠지 "침잠"이라는 단어가 걸려서...침잠沈潛은 "겉으로 드러나지 아니하게 물속 깊숙이 가라앉거나 숨음. 마음을 가라앉혀서 깊이 생각하거나 몰입함"의 의미라고 합니다.


나는 내 안에 깊이 침잠해 살면서 외부 세계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체념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아. "조야한" 이라는 단어도 찾아보았네요. 천하고 상스러운 뭐 그런 의미랍니다.


그 남자뿐만 아니라 그의 후손들도 마찬가지였어. 우체국 소인 같은 표식은 사실 이마에 없었을 수도 없어. 아니, 분명히 없었을 거야. 삶이 그렇듯 조야한 경우는 드물어. 그보다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뭔가 으스스한 것이 있었어.


"아브락사스"에 대한 문장은 워낙 많이 들었던 것이라 이것 때문에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힘겹게 싸운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그 외에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문장 남겨봅니다.


모든 인간은 저마다 자기 자신일 뿐만 아니라, 세상의 현상들이 오로지 단 한 번 이렇게 교차되는 지점, 무슨 일이 있어도 중요하고 주목할 만한 유일무이하고 아주 특별한 지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의 흐름과는 다른 시간의 흐름에 의해 낙인 찍힌 듯 보였다. 


네가 누군가에게서 뭔가를 얻어 내고 싶으면 느닷없이 그 사람의 눈을 빤히 쳐다보도록 해. 그런데도 그 사람이 전혀 불안해하지 않으면 포기해! 그 사람한테선 아무것도 얻어 낼 수 없어. 절대로 얻어 낼 수 없다니까 


포도주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곧 무척 수다스러워졌다. 마치 내 안의 창문 하나가 활짝 열린 듯했으며, 세상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그 사람의 모습 속에서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무엇인가를 미워하는 거요. 우리 자신 안에 없는 것은 우리를 흥분시키지 않는 법이오. 


나는 자연이 던진 주사위였다. 불확실성을 항해, 어쩌면 새로움을 향해, 어쩌면 무를 향해 던진 주사위. 태고의 깊이에서 던진 이 주사위를 작용하게 하고 그 의지를 내 안에서 느끼고 완전히 나의 의지로 만드는 것, 오로지 그것만이 나의 소명이었다. 오로지 그것만이!


우리는 결코 세상과 격리되어 살지 않았다. 우리는 종종 생각과 대화를 통해 세상 한복판에서 살았다. 다만 다른 차원에서 살았을 뿐이다. 우리를 대다수 사람들과 갈라놓은 것은 어떤 경계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다른 방식이었다.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 "수레바퀴"는 그의 다른 책과 연결되는 것인지도 궁금하네요.


이봐, 친구. 너무 감상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산 사람들을 향해 발사 명령을 내리는 게 내게 근본적으로 무슨 재미가 있겠어. 하지만 그건 부수적인 문제라고. 이제 우리 모두 커다란 수레바퀴에 휩쓸리게 될 거야. 너도 마찬가지지. 넌 틀림없이 징집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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