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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한국 민속학의 기억과 기록] 시대에 조응하는 민중 의식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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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속학의 기억과 기록 - 8점
심우성 지음/민속원

공주에 있는 탈박물관에 잠시 들렀던 적이 있는데 "심우성"이라는 민속학자에 대해 다들 잘 알고 있는데 저만 모르고 있어서 참 모호했던 적이 있습니다. 민속학 분야에 있어서 독보적인 분이신데 모르고 있었네요. 그래서 책을 찾아보았는데 다른 책은 대출중이라 이 책을 ^^


민속학이라는 학문 자체만으로는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오래 전부터 비슷한 일을 해왔지만 학문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다른 분야에 비해 늦은 것이라고 하네요.


...민속이란 말의 쓰임이 "삼국사기"때부터임에도 불구하고, '민중의 문제'가 주체적이고 독립된 입장에서 학문적인 발전을 기하지 못했던 우리의 지난 발자취로 인해 민속학이란 것이 생소하고 새로운 학문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이능화, 손진태, 송석하라는 근대 민속학의 선각자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의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풀어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민속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짧은 글을 담고 있습니다. 


...그가 연구한 방대한 저술은 오늘날 그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즉, "조선사편수회"의 편수관 또는 편수위원이었다는 사실은 비록 자신이 선택한 것이었다 할지라도 그에게는 너무도 혹독한 부담이었고, 반면에 이 기간 동안에 그의 저술은 엄청난 업적을 남겨놓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 뼈아픈 양면성을 보이는 것이다.

"조선사편수회"에 관계하면서부터 이능화가 스스로 자기의 호를 "무무, 무능거사"라 하여 자조하고 있음을 볼 때 그의 자책과 의식의 갈등은 심각하였다 하겠다...


일제를 거치면서 많은 사실이 왜곡되었는데 그 과정에서도 올바른 사실을 전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분야마다 다르긴 하지만 민속학의 경우에는 누군가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그 사실 자체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노력이 더욱 중요했겠죠.


...민족설화를 연구하기로 결심한 이면에는 일제가 그들의 정치수단으로 삼기 위하여 우리나라의 민속설화, 민담을 수집하고, 또 정리함으로써 이러한 것들이 왜곡되어 있으므로 이에 대한 그 나름의 저항의 방편이기도 하였다. 그의 손을 거친 무속, 민담 및 민간신앙 일반에 걸친 다양하고도 광범위한 채록은 이 방면의 선구적인 것이다...


심우성 선생이 정리한 민속학에 대한 정의입니다. 그냥 오래된 민속놀이 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민속이라는 것이 좀 더 깊이 들어가면 간단히 말할 문제는 아니네요.


민속학이란, 민중의 문화를 그 대상으로 하여 민중의 거짓 없는 생활사의 줄기를 보는 학문이며, 그 줄기에서의 오늘에 서서 내일에 창조되어 갈 미래의 문화에 방향을 잡는 학문이다.


민속은 시대에 조응하는 민중 의식의 현장이며, 질적 변화를 동반하는 까닭에 멈춰질 수 없는 것이다. 그 변화 과정은 그대로 민중 의식의 변화 과정으로서, 민중이 있고 그에 대응하는 불합리한 지배 질서가 있는 한 민속은 민중의 것으로 존재하게 된다. 민속이란 과거에 속하는 유물이 아니라 항상 현재를 포괄하는 민중 의식의 현장이다.


일제를 거치면서 사라진 민속 중 하나가 석전입니다. 물론 조선시대에도 왕에 따라 금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문제는 그 정신 자체를 앗아갔다는 점이죠.


한강 양연안과 대동강 연안, 그 밖의 크고 작은 마을이 편을 가른 이 용맹스러운 겨룸은 장관을 이루었는데, 이 날 "이마에서 피가 흐리지 않는 아들을 둔 어머니는 부끄러워하였다"라니 그 정황이 가히 짐작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겨룸을 통하여 오랜 옛날부터 이 땅을 넘보는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는 민중 의지의 상징으로 이 놀이는 전해 온 것이다.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723519&cid=49378&categoryId=49378


일제가 모든 형태의 대동제는 물론이거니와, 그와 함께 진행되는 전투적 행사(줄다리기, 편싸움, 동채싸움, 나무쇠싸움)를 강제로 못하게 한 것은, 이 땅을 강점함에 있어 이러한 민간 연회가 무엇보다도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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