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주정뱅이 - 권여선 지음/창비 |
보통 단편집은 따로 제목을 만들지 않고 대표 작품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는데 이 책은 따로 제목을 만들었네요. '주정뱅이'란 단어가 익숙하게 들리긴 했는데 정확한 의미는 모르고 있었더군요. 찾아보니 '주정쟁이'를 더 낮게 부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뱅이'라는 표현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이 책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주정뱅이를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의 사정에 대해 잔잔하게 관찰하는 입장이라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책에는 7개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각 이야기에서 술은 중요한 소재로 활용되고 있어서 하나의 단편집으로 모은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권여선'이라는 작가를 잘 아는 것이 아니라서 책을 읽는 것을 망설였는데 술이라는 주제 때문에 선택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술맛이 더 좋아지는 그런 내용은 아니고 책을 읽고 술 한잔 하는 것이 그렇게 편해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표현은 친절하지는 않습니다. 등장하는 인물 자체가 독특한 캐릭터라서 그럴수도 있고요. 책을 읽고 이게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일까 싶을때가 많더군요.
...자신의 병이야말로 분모를 무한대로 늘리고 있어서 자신의 값은 1보다 작은 것은 물론이고 점점 0에 수렴되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앞뒤 이야기가 빠져있는 상태로 스토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갑작스런 대사가 난감할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이모'는 다른 이야기에 비해서는 읽기가 쉬웠다는 느낌입니다.
...우리 서로 만나는 동안만은 공평하고 정직해지도록 하자. 나는 네가 글을 쓴다는 것도 좋지만 내 피붙이가 아니라는게 더 좋다. 피붙이라면 완전히 공평하고 정직해지기는 어렵지...
이 부분은 내용도 인상적이었지만 진짜로 버터의 고소함을 오이에게서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한번 해봐야지 했는데 아직 시도는 못해보고 있네요.
어느날 그렇게 비빈 밥을 먹다가 문득 입이 짜서 접시에 놓인 오이로 입가심을 했는데, 뜬금없이 입안에 온통 은은한 버터의 맛이 퍼지는 게 아니겠습니까? 정말 오이에서 버터의 고소하고 느끼한 맛이 났습니다. 그 유사성을 저는 납득할 수 없었어요. 어쩌면 그건 단순한 유사성이 아니라, 유사와 인접이 협조하여 만들어낸 복합적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이야기는 따라가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언제 시간 내어 다시 읽어봐야겠네요.
...생전 처음 어떤 어리광도 없이 견딜 수 없는 것을 홀로 견뎌야 하는 어린애처럼 그녀는 식은 땀을 흘리며 무엇인가를 견디고 있었다...
쿵후보이 친미 #1 (해적판 권법소년 용소야)
* 제목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 인터뷰에서 저자가 사연을 이야기했네요.
http://h2.khan.co.kr/201606301742001
...“책을 묶고 보니 소설집 전체를 아우를 만한 제목이 없더라고요. 전혀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술이 빠지지 않는 작품들이 모아진 김에 한번쯤 정리하고 지나가면 어떨까 했어요. 저와 작품 속 인물들, 또 각 작품 속 인물들끼리도 서로 ‘안녕’ 하며 인사를 나누고 술 한잔하면 좋겠다는 마음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