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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인사이드전통주

우리에게 축제가 있었나? 단오 신주(神酒)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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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영화 '우드잡(神去なあなあ日常)'을 보면 마츠리(祭り) 장면이 나옵니다. 축제를 진행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준비하고 다른 마을에서도 그 마을 행사를 지원해줍니다. 도시에 나가 있는 마을 사람도 마츠리에 참석하기 위해 휴가를 내고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한국에는 저런 것이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혹 뉴스에서 단오나 무슨 행사를 했다는 소식은 볼 수 있지만 영상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축제가 아닌 관 주도의 행사처럼 보여졌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는 이유는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축제 대신 체육행사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체육행사는 일정 순서에 따라 정해진 행사만 진행되니 관에서 사람들을 쉽게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변질된 문화는 6-70년대를 지나면서 여러 지역 공동체와 민속학자들의 노력으로 복원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지역에서 살아남고 이어온 행사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강릉의 단오제입니다. 강릉 사람들에게는 단오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할만큼 지역 공동체 중심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합니다. 단오를 준비하느라 봄은 그냥 지나가버리는 계절이라고 할 정도라고 하네요.


강릉 단오제에서 가장 먼저 하는 행사는 신주 빚기입니다. 한달 전인 음력 4월 5일에 신주를 빚고 10일 후에 술을 내어 대관령 산신에게 산신제를 지냅니다. 산신제 때 필요한 음식은 각 동네에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음식을 조금씩 가져와 서로 나눕니다.


예전에는 단오 기간에만 단오주를 맛볼 수 있었는데 워낙 인기가 많아지면서 아예 양조장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구산리에 '대관령문화산업협동조합'을 만들고 그곳에서 술을 빚는다고 합니다.


강릉단오제 신주(神酒)를 찾아서 - 대관령문화산업협동조합

http://pinegn.blog.me/220726544081



기존에는 단오제위원회와 강릉탁주가 MOU를 맺고 에서 '신주'를 만들었던 것 같은데 강릉탁주가 문을 닫으면서 마땅한 업체가 없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몇몇 양조장에 위탁해 만들다가 '대관령문화산업협동조합'을 만든 듯 합니다. 

실물은 없고 자료만 남아있네요. 강릉탁주 자리는 버드나무브루어리로 최근 재단장해서 문을 열었습니다.



단오신주 개발 MOU 협약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353925

...(사)강릉단오제위원회(위원장 최종설)와 강릉탁주공동제조장(대표이사 최삼순)은 7일 낮 현대호텔 경포대에서 ‘단오신주 개발을 위한 MOU 협약식’을 갖고 강릉단오제 관광 상품으로 단오 신주를 개발, 활용하는데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도시에만 있다보면 이런 축제 문화에 접할 기회가 없습니다. 양조장에서 만든 신주를 맛보는 것도 좋지만 단오 기간에는 직접 신수를 빚어볼 수 있는 자리도 있다고 합니다.


단오는 강릉이 대표적이지만 최근에는 다른 지역에서도 단오 행사를 체험할 수 있다고 하네요.

영광 법성포 단오제 http://bspdanoje.co.kr/

경산 자인 단오제 http://jaindano.or.kr/

평택 소사벌 단오제

전주 단오 http://www.pncc.or.kr/do.htm


* 일부 이야기는 막걸리 학교 30차 막걸리원정대 가는 길에 허시명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인용했습니다. 평택 소사벌 단오제에 대한 이야기는 '허시명의 술 생각 22'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허시명의 술 생각 22] 평택 소사벌 단오제에서 

당나라 시인이 마신 술을 평택에서 만났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17768

...내 몸의 일부가 되는 술을 직접 빚어 마신다면 술을 대하는 시선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창포주처럼 절기에 맞춰 마시는 술이 있는 줄 안다면, 계절의 풍류도 따라서 알게 될 것이다...


* 올해 강릉 단오제에는 전통주 선발대회에 부재료로 석창포(石菖浦)를 지정했다고 합니다. 석창포는 머리를 맑게 해줘 '총명탕'의 주재료로 쓰인다고 하네요. 석창포를 대회 접수 시 지급하고 이를 달인 물로 술을 빚는다고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강원일보 기사를 참고하세요.


강릉 단오 창포주 원형복원 큰 도움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786543

...올해 대회는 특히 단오절기의 계절 약초인 석창포(石菖浦) 부재료를 주최 측에서 지급,강릉 단오 전통주대회를 더욱 특화시켰다는데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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