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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자

[불편해도 괜찮아] 내가 싫어한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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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8점
김두식 지음/창비

김두식이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었지 싶었는데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책갈피가 2012년 그가 펴낸 <욕망해도 괜찮아>라는 책이더군요. 책 제목도 비슷하다 싶었는데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요즘 한참 주목받고 있는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와 형제입니다. 김두식 작가는 법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인데 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쓰셨네요.


이 책 <불편해도 괜찮아>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해서 만들어진 책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적으로 작가의 의도가 많이 반영된 책입니다. 인권이라는 좀 부담스럽고 불편한 주제를 영화, 드라마와 같은 미디어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하지만 진지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느끼는 건 자신의 선입관과의 충돌입니다. 여러 주제에 대해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책을 읽으면서 하나하나 점검해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뭐가 나쁘고 좋은지 정의를 내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놓고 갑니다. 제목에 써 있는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 '불편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다는 거죠.


각 주제별로 몇 가지 인상적인 내용을 남겼습니다. 아래 문장만 딱 읽으면 오해할 수 있으니 참고만 하시고 전체 이야기를 꼭 읽어보세요.


...한국사회에서 학벌로 생긴 상처는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좀더 높은 대학에 가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올라가봐도 여전히 더 높은 대학, 힉과, 사람 들이 있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상처가 더 커지면 커졌지, 결코 작아지지 않습니다. 모두가 상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단 그 상처를 솔직히 인정하기만 해도 해법이 보일 수 있습니다...


...결국 동성애자들에게 이성애자와 동일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내가 싫어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그것은 비윤리적이며, 따라서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폭력은 절대로 사랑의 수단일 수 없고 낭만일 수 없습니다...


...장애인을 무조건 착하고 순진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이 역시 비장애인과 다른 존재로 '비인간화', '타자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돈만 들어가면 일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비정규직으로 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들면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사람은 영혼이 있는 존재입니다. 불안정성이 외형적인 생산성을 높일지는 몰라도, 불안한 영혼들이 만들어내는 상품에는 혼이 빠져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스라엘군에 대한 이야기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기업이 직급을 없애고 나서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이 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사회 전반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되어야지 제도 하나 바꾼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죠. 이스라엘도 제도가 다른 것이 아니라 문화가 다른 것이죠. 누군가 기득권을 가지고 그걸 고집하지 않는다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이미 기득권을 가진 이들이 쉽게 놓치는 않겠죠.

...강한 위계질서가 강한 군대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소수정예의 이스라엘군이 지닌 힘은 평등에서 나옵니다. 장교와 사병이 친구처럼 지내며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것은 이스라엘군의 오랜 전통입니다. 전쟁이 터지면 예비군이 현연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싸우기 때문에 계급은 사실상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환경에서 다양한 문화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기란 너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송을 하면 바로 그런 '전직 전교 1등'들이 사건을 심리하고 판결하게 되어 있습니다. 역시 지극히 보수적인 시각만 반영될 수 밖에 없습니다. 서글픈 현실이지요...


이 글도 가슴이 콕콕 찔리는 글이었습니다. 그동안 받아들였던 외국의 문물이 그러했기 때문에 그런것도 있겠고요.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입니다. 백인을 제외한 다른 인종에 대한 마음속 깊은 우월감, 편견, 경멸은 이미 위험수위에 도달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백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자국어를 하는 동남아 출신이나 중국 출신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전혀 다릅니다...


...미국과 똑같이 우리나라 사람들도 대부분 외국에서 어떤 분쟁이 일어나든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경제전망을 제외한 국제기사는 언제나 홀대를 받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내전, 학살, 폭탄테러,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우리 교민들은 안전하다"는 대사관발 보도만 가장 먼저 전해집니다. 그 보도가 나온 뒤에는 사람들의 관심도 곧 시들해집니다. 우리 교민만 안전하면 그만이라는 태도는 르완다의 밀 콜린즈 호텔에서 자국민만 뽑아 구해간 서방군대와 전혀 다를 게 없습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영화, 드라마 목록만 기록해놓았다가 나중에 본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잘 안보이지만 제목은 다 볼 수 있으니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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